“공익을 우선하는 유일한 시민의 방송”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페이스북에 올린 TBS에 대한 평가다.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이 발언을 두고 “대선을 위해선 ‘뉴스 공작’이 절실하다는 뜻”이라며 비판했다. 여야가 김어준을 두고 연일 정치 공방을 벌이고 있는 단면이다.

뉴스와 소셜미디어를 뒤덮은 김어준

김어준이 뉴스를 삼켰다. 포털 다음에서 3월27일~ 4월26일까지 ‘김어준’ 키워드로 검색하면 3560건의 기사가 뜬다. 매일 100건 이상의 김어준 기사가 쏟아진 셈이다. 언론계 최대 현안으로 부상하면서 미디어오늘도 적극적으로 기사를 썼다. 김어준은 온라인 공간 곳곳에서 회자되고 있다. 팩트체크넷의 온라인 실시간 모니터 프로그램을 통해 같은 기간 ‘김어준’ 키워드가 들어간 온라인 커뮤니티, 트위터(리트윗 포함) 등을 집계한 결과 10만여건에 달했다.

▲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함께 거론된 키워드. 디자인=안혜나 기자
▲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함께 거론된 키워드. 디자인=안혜나 기자

어느 정도의 관심일까. 구글의 검색량 추이를 분석하는 구글 트렌드를 통해 같은 기간 김어준 키워드의 검색량을 비교해보면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앞선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는 밀렸지만, 시기에 따라 엎치락 뒤치락하는 양상이다. 지난 일주일 동안 김어준 키워드는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보다  3배 가량 많았다.

4·7 재보궐 선거 때까지 김어준 관련 뉴스 연관 키워드에 ‘생태탕’과 ‘오세훈’이 집중됐다면 이후에는 출연료와 계약 전반에 대한 의혹에 주목도가 높아졌다. 마찬가지로 3월27일~4월26일 빅카인즈를 통해 관련 기사에 등장한 연관 키워드를 분석한 결과 뉴스공장, TBS에 이어 가장 많은 키워드로 ‘출연료’가 등장했다. 이 외에도 ‘회당 200만’ ‘계약서’ ‘고액 출연료 논란’ ‘서면 계약’ ‘구두계약’ 등 계약 및 출연료 관련 키워드가 다수 등장했다. ‘국민청원’ ‘정치적 편향성’과 같은 단어도 높은 빈도로 나타났다.

▲ 3월27일~4월25일 한국언론진흥재단 뉴스 분석 서비스 빅카인즈를 통해  김어준 키워드가 들어간 기사의 연관 키워드 내역.(1000건 기준. 가중치 없음)
▲ 3월27일~4월26일 한국언론진흥재단 뉴스 분석 서비스 빅카인즈를 통해 김어준 키워드가 들어간 기사의 연관 키워드 내역.(1000건 기준. 가중치 없음)

의혹 제기 다수 본질과 멀고 지엽 말단

하지만 관련 의혹들을 하나씩 살펴보면 본질과는 거리가 멀고 지엽 말단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김어준씨 출연료 이슈는 주목도에 비해 주요 사안이라고 보기 힘들다. 김어준씨 출연료가 TBS에서 가장 높고, 라디오 업계 전반으로 보더라도 최고 대우인 건 사실이다. 하지만 3년 간 라디오 청취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도 지나친지를 입증한 기사는 찾기 힘들다. TBS가 수익 규모를 공개하면서 ‘세금을 김어준에게 퍼준다’는 프레임은 ‘오히려 김어준이 TBS에 투입되는 세금을 줄여준다’는 반론 앞에서 무기력해졌다.

출연료 미지급 논란과 김어준씨가 계약서를 쓰지 않았다는 논란도 비슷하다. 이는 오히려 일부 언론이 ‘무리한 김어준 털기’에 나섰다는 점을 방증했다.

한국경제의 “[단독] 김어준 ‘고액 출연료’ 논란 TBS, 고정 패널에겐 0원” 기사는 ‘김어준엔 고액을 주고 시의원인 다른 출연자에겐 출연료를 지급하지 않는다’는 프레임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는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보는 것이 맞다. KBS도 장관 등 일부 고위 공직자에는 출연료를 지급하지 않았다. 

문화일보의 “[단독]‘김어준 출연료 입금용 법인, TBS와 계약도 안 해’”기사 등으로 촉발된 ‘탈세’ 논란은 조명할 필요가 있으나 김어준씨가 TBS와 계약서를 쓰지 않았다는 논란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또 다시 본질과 멀어졌다. “[단독]김어준 2018년 SBS 출연땐 서면계약 했다”(동아일보) “[단독] TBS서 계약서 없이 방송한 김어준, 민영 SBS에선 계약서 존재”(세계일보) 기사가 대표적이다.

▲ 주요언론의 김어준씨 계약서 관련 단독 보도 내역
▲ 주요언론의 김어준씨 계약서 관련 단독 보도 내역

‘김어준씨가 계약서를 쓰지 않았다’는 논란은 냉정하게 보면  김어준씨의 편을 들어야 하는 이슈다. 계약서를 잘 쓰지 않는 게 라디오 업계의 관행이었고, TBS가 비교적 더 심각했다고 볼 수는 있지만 김어준 비판에 포커스를 맞출 이슈는 아니다.

해묵은 TBS 보도 기능 논쟁이 다시 불 붙기도 했는데, 라디오의 경우 방송통신위원회가 그간 보여온 입장과 국회 입법조사처 보고서 등을 종합하면 TBS에 보도 기능이 허용됐다고 보는 게 맞다. 케이블 채널인 TBS TV의 경우 논란의 소지가 있지만 이는 2013년 방송통신위원회가 경제채널 등 유사보도를 하는 프로그램에 규제를 하려다 기준이 모호한 점 등을 이유로 포기한 사안이라는 맥락을 살필 필요가 있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좋은 저널리즘인가

분명히 짚어야 할 사실은 권력에 의한 진행자 퇴출은 어떤 경우에서든 적절하지 않다는 점이다. 공영방송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TBS 내부 역시 외압에 반발하고 있고 언론단체도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부당한 퇴출론에 맞선 ‘언론자유’ 요구와 별개로 TBS 스스로 마주해야 할 질문이 있다.

이미 이 질문은 제기됐다. TBS가 22일 공개한 지난달 TBS 시청자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정혜실 위원은 “부당한 공격과 위법한 폐지 압력과는 별개로, 김어준씨의 문제적 발언은 지적을 해야 한다”고 했다. 여권에 비교적 우호적인 구조로 구성되는 선거방송심의위원회에서 유독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적극 심의하는 배경 역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김어준씨는 ‘중립성’이 중요한 기성 뉴스와 달리 진행자가 직접 개입해 사안을 해석하고, 입장을 낸다. 여기에 김어준씨는 딱딱하고 어려운 현안을 쉽게 분석해 대중에게 호소할 수 있는 언어로 바꾸는 개인기가 탁월하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지나친 단순화를 하고, 선악 구도로  나누고, 음모론을 더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진민정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이 ‘신문과방송’ 4월 호에 쓴 ‘프랑스 언론은 어떻게 의견을 표명하나’ 글에는 2018년 프랑스 기자협회가 주최한 “의견 저널리즘이 저널리즘의 미래인가?” 토론회에 참가한 한 저널리스트의 발언을 전달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만약 하나의 의견, 혹은 다수파의 목소리만을 대변하는 의견 저널리즘이라면 그건 포퓰리즘에 가깝다. 그래서 나는 단수가 아닌 복수의 의견 저널리즘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의견 저널리즘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지는 않지만 의견을 강하게 주창하는 저널리즘을 내세울 거라면 더더욱 저널리즘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 사실관계에 대한 취재를 충실히 하고, 다양한 관점들을 충분히 제시한 후 이에 근거해 의견을 밝히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더구나 TBS는 공영방송이다. 영국의 미디어 학자 제임스 커런(J. Curran)은 미디어 시스템 모델을 통해 공영방송과 같은 ‘핵심미디어(Core Media)’에는 ‘시민들이 다양한 견해에 접할 수 있도록 사회적 액세스를 개방할 것’ 등을 규정한 바 있다.

다른 측면에서 박진우 건국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파격적인 건 분명하지만 여타의 다른 라디오 채널들의 아침 뉴스 토크쇼들이 아슬아슬한 경계에 있었던 것도 분명한 사실”이라며 “정치인들도 이를 알고 아침 라디오에 출연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어준이건 아니건 특정 정파를 대변하는 의견 저널리즘은 좋은 평가를 받기 힘들다. 박근혜 정부 당시 TV조선의 간판 시사토크 프로그램 ‘장성민의 시사탱크’는 강력한 비판에 직면해야 했다. 진행자 장성민씨는 ”한국 정치의 가장 큰 골칫거리는 모든 걸 자기식대로 해석해온 친노” 등 현재 여권을 향해 저주에 가까운 발언을 반복했다. 그런가 하면 당시 문재인 의원이 유병언 세모그룹 전 회장의 과거 파산관재인으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다는 식의 음모론을 쏟아내기도 했다. 

▲ TV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 갈무리
▲ TV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 갈무리

이 프로그램은 박근혜 정부 때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2016년 3월 기준 34건의 행정지도와 7건의 법정제재라는 기록적인 제재를 받았다. 탄핵 국면에서 이뤄진 TV조선 재승인 심사에서 TV조선은 탈락 점수를 받았고, 종편 전반에 심의 제재가 매년 5건을 넘는 일이 반복되면 재승인을 취소하는 조건이 의결됐다. TV조선은 자구책으로 막말 패널에 대한 퇴출을 약속해야 했다.

어떤 저널리즘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쟁은 분명한 답이 없을 수 있다. 중요한 건 TBS가 이 논쟁을 어떻게 풀어낼지다. 김어준 논란이 ‘본질’을 놓치지 않으려면 TBS 스스로의 노력과 고민이 필요하다. 김동찬 처장은 “TBS는 재단 독립 과정에서 시민참여 방송을 선언했다”며 “TBS는 여러 영역에서 시민들이 참여하고 공론을 거치고 숙의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제작한 경험이 있다. 이를 살려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게 TBS다운 해법”이라고 제언했다. 공영방송에서 의견 저널리즘이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지도 향후 논의가 필요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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