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문 1대 주주 기획재정부와 서울신문 사주조합의 지분 매각 협상이 공회전하다 멈춘 가운데, 기재부가 협상에 불응하는 한편 차기 사장 선임 절차를 재촉하는 모양새다. 서울신문 구성원들은 대주주 변경 국면에서 정부가 협상엔 손놓고 사장 추천권을 우선 행사하려는 속내라며 비판했다.

서울신문 우리사주조합은 27일 성명을 내고 “지난 10개월은 일말의 책임감과 최소한의 도리, 보편적인 상식을 가진 정부라면 할 수 없는 행태의 연속이었다. 자신들이 먼저 수의계약을 제안해 놓고도 우리사주조합이 포기했다는 결론을 만들려는 듯 저열한 꼼수로 일관했다”며 “차라리 지분 매각 안 하겠다 선언하라”고 밝혔다. 

앞서 기재부는 지난해 6월 서울신문 보유지분 전량을 매각하겠다며 사주조합에 7월까지 인수 가부를 밝히라고 통보했다. 사주조합은 기한 내 인수 의사를 밝혔고, 기재부는 답변을 미루다 법제처에 법률검토를 맡긴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일었다. 법제처가 지난 3월 수의계약이 법적으로 무방하다고 결론을 내면서 매각 협상이 본격 추진되는 듯했다.

그러나 지난 12일 만남 이후 협상 테이블은 다시 멈췄다. 기재부 측은 ‘전량 매각 원칙’을 제시하는 한편 매각 주간사로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선정을 주장하고 있다. 사주조합은 분할 매각’을 요구하는데, 매각 대금을 3년에 걸쳐 분할 납부할 때 소유권을 단계적으로 이전 받기 위함이다. 또 매각 주간사로 국유재산법 시행령 38조1항 1호에 따라 ‘증권을 발행한 본사(서울신문사)’를 주장하고 있다. 기재부는 입장차를 확인한 뒤 추가 대화에 응하지 않는 상황으로, 사주조합은 기재부에 협상 의지가 없다고 보고 있다.

▲27일 서울신문 사옥인 서울 프레스센터 로비에 붙은 서울신문 우리사주조합 성명. 사진=정민경 기자
▲27일 서울신문 사옥인 서울 프레스센터 로비에 붙은 서울신문 우리사주조합 성명. 사진=정민경 기자

이 가운데 차기 사장 선임 국면이 겹쳤다. 현 고광헌 사장 임기는 5월2일까지다. 사주조합은 기재부가 지분을 모두 파는 상황에서, 그간 ‘낙하산 사장’ 관행을 막기 위해 사장 추천권을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기재부는 사장 선임 절차를 우선 추진하고 추천권을 행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박록삼 사주조합장은 “지분을 팔고 나가겠다는 사람이 차기 사장 인사권을 행사하겠다니 전혀 상식적이지 않다”며 “중국집을 파는 쪽이 주방장을 선정하겠다는 꼴”이라고 했다.

사주조합은 기재부가 다른 주주들에게 사추위 추진을 촉구토록 유도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서울신문 정관에 따르면 사추위는 지분 3% 이상 주주 대표가 1인씩 참여해 꾸린다. 사주조합은 주요 주주인 KBS(지분 8.08% 보유)와 호반건설(19.4% 보유)이 최근 서울신문사에 기재부가 사추위 구성을 촉구하는 공문을 보내거나, 기재부가 관련한 절차 추진을 요구해왔다고 전했다.

사주조합은 “서울신문의 정부 지분 매각 절차는 서울신문의 민영화 역사, 현 정부의 언론 정책,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 완성 등을 위해 마무리돼야 한다”며 “이런 과제와 핵심의식을 내팽개친 채 또다시 낙하산 사장을 내려보내는 일에만 골몰한다면 정부는 이후 일어나는 모든 일의 책임으로부터 절대 자유로울 수 없다”고 밝혔다.

서울신문 사주조합은 앞서 22일 낸 성명에선 “‘낙하산 사장’ 자리를 노리는 몇몇 서울신문 출신 선배들이 청와대 및 기획재정부, 여권 실세들을 찾아다니며 구체적 로비를 벌인 정황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며 “독립언론 서울신문을 만들고자 하는 압도적 다수 구성원들의 간절한 열망을 짓밟는 행태”라고 밝히기도 했다.

기재부 국고국 출자관리과 관계자는 28일 미디어오늘에 “사장 추천 등 주주권 포기 각서를 체결하라는 사주조합 측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어 관련 입장을 밝히고 이후 테이블이 열리지 않고 있는 것”이라며 “사추위의 경우 지분 양수도 협상을 끝내려면 일정이 늦어지니, 정관에 따라 일단 구성하자는 입장”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매각 주간사를 주식을 발행한 회사로 정하자는 법 조항은 제3자와 매매하는 경우로, 현재 상황에 이를 적용하는 것은 입법 취지에 어긋난다”고 했다. 

이에 박록삼 조합장은 “기재부는 매각 주간사 선정에 관해선 법 조항을 따지지 않고 ‘취지’를 거론하면서, 사추위 구성 건은 정관을 그대로 따르자 하고, 분할매각은 자기 ‘원칙’을 주장한다. 기재부의 편의적인 논리이고, 사실상 협상 의지가 없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현재 서울신문 지분구조는 기재부 30.5%, 우리사주조합 29.1%, 호반건설 19.4%, KBS 8.1%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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