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인양은 문재인 후보에 갖다 바치는 것”이라고 발언했다가 이를 전한 SBS 보도 후 강등 처분을 받았던 해양수산부 공무원 김씨.

지난해 11월 서울행정법원 제12부(홍순욱 부장판사)는 김씨가 제기한 징계처분 취소소송에서 강등 처분은 부당하다며 원고(김씨) 손을 들어줬다. 이 판결은 지난해 12월 확정됐다. 

2017년 19대 대선을 일주일 앞두고 나온 SBS ‘세월호 인양 고의 지연 의혹’ 보도는 전 사회적 비난을 받았다. SBS ‘8뉴스’는 5월2일 오후 “차기 정권과 거래? 인양 지연 의혹 조사”라는 제목의 리포트에서 “세월호 선체조사위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이 오늘(2일) 국무회의를 통과해 인양 고의 지연 같은 각종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에도 속도가 붙게 됐다. 이런 가운데 해수부가 뒤늦게 세월호를 인양한 게 차기 권력의 눈치를 본 거란 취지의 해수부 공무원 발언이 나와 관련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 SBS ‘8뉴스’는 대선을 일주일 앞둔 2017년 5월 세월호 인양 고의 지연 의혹을 다뤘지만 오보였다. 사진=SBS ‘8뉴스’ 화면 갈무리
▲ SBS ‘8뉴스’는 대선을 일주일 앞둔 2017년 5월 세월호 인양 고의 지연 의혹을 다뤘지만 오보였다. 사진=SBS ‘8뉴스’ 화면 갈무리

대선 직전 정치권 흔든 ‘SBS 세월호 오보’

SBS는 그러면서 김씨의 다음과 같은 발언을 보도에 내보냈다.

“솔직히 말하면 세월호 인양은 문재인 후보에게 갖다 바치는 거다.”

“정권 창출되기 전에 갖다 바치면서 문재인 후보가 비공식적, 공식적으로 약속했던, 해수부에 수산 쪽 제2차관 만들어주고 해경도 집어넣으려는 거다.”

해수부 공무원의 ‘폭탄 발언’이 터져 나오자 정치권은 술렁였다. 곧바로 보도 진위를 놓고 공방이 펼쳐졌다. 당시 민주당은 “문재인 후보 선대위는 2차관 신설을 약속한 바 없다. 해양수산부 일부 공무원의 공작적 선거개입 시도를 강력 규탄하며 무책임한 보도 태도에 항의한다”며 “해수부는 거짓 주장을 한 공무원을 공개하라. 언론사와 해당 공무원에 대해 반드시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반발했다. 

해수부 공무원 김씨가 이 같은 발언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발언 내용은 ‘사실무근’이었다. 보도 후폭풍은 거셌다. 다음날 당시 김성준 SBS 보도본부장은 직권으로 이 보도를 삭제했다. SBS는 총 4차례에 걸쳐 기사 작성과 편집 과정에서 게이트 키핑이 미흡해 발생한 오보임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SBS는 진상조사위를 꾸려 그해 5월4일부터 14일까지 보도 경위 조사에 나섰다. △부실한 취재 △부적절한 데스킹 △허술한 게이트키핑 등이 지적됐다. 진상조사위는 “하위직 공무원의 발언 녹취만으로 기사를 쓸 수 없는 만큼 해수부 내 복수의 취재원을 통해 확인하고 교차 검증하는 취재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이 보도로 당시 김성준 SBS 보도본부장과 정승민 보도국장은 각 감봉 6개월을 받았다. 이현식 뉴스제작1부장은 정직 3개월, 고철종 뉴스제작부국장과 기사 작성자인 조을선 기자(이하 SBS 기자)는 각 감봉 3개월 징계를 받았다. 솜방망이 징계라는 비판도 나왔다. 

▲ 2017년 3월26일 오전 8시께 반잠수선 위로 완전히 인양된 세월호 선체 갑판 부분과 선체 아랫부분. 사진=미디어오늘
▲ 2017년 3월26일 오전 8시께 반잠수선 위로 완전히 인양된 세월호 선체 갑판 부분과 선체 아랫부분. 사진=미디어오늘

해수부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왜곡 전달”

김씨도 ‘강등’이라는 중징계를 피하지 못했다. 해수부는 2017년 5월22일 다음과 같은 사유로 중앙징계위원회에 김씨에 대한 중징계 의결을 요구했다.

“김씨는 2017년 4월 SBS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업무 협조를 요청하는 과정에서 세월호 인양과 관련해 ‘이거는 문재인 후보에게 갖다 바치는 거다’ 등 취재기자를 상대로 특정 대선후보와 조직개편 문제를 연계해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왜곡·전달해 취재기자가 김씨 발언을 근거로 세월호 인양에 있어 차기 권력과의 거래 가능성에 대한 의혹을 보도해 사회적 물의를 초래한 사실이 있다. 이와 같은 행위는 국가공무원법 제56조(성실의무) 및 제63조(품위유지의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같은 법 제78조 제1항에 해당한다.”

중앙징계위는 그해 7월14일 김씨에 대한 정직 징계를 선택하되 해양수산부장관표창 공적을 참작, 감봉 1개월로 감경하기로 의결했다. 그러나 해수부는 징계가 가볍다고 판단, 재심사를 요구했고 중앙징계위는 8월18일 김씨에 대한 징계를 ‘강등’으로 재의결했다. 해수부장관은 재의결에 따라 9월4일 김씨에게 강등 처분을 내렸다.

김씨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해 9월28일 강등 처분에 불복해 인사혁신처 소청심사위에 소청심사를 청구했다. 그러나 소청심사위는 같은 해 12월27일 김씨 청구를 기각했다. 김씨가 해수부장관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하게 된 이유였다.

김씨는 2014년 4월11일 행정주사보(7급)로 임용돼 해수부로 발령받은 직후인 4월16일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다. 그는 세월호 현장 지원단에 배치돼 근무한 적 있다. 판결문에 따르면 SBS 기자와 김씨는 과거 3차례 정도 만나 안면이 있었다. 2017년 4월16일 세월호 인양을 위한 모듈 트렌스포터의 호환성 문제를 취재하기 위해 연락한 SBS 기자와 해수부 서기관 사이 언쟁이 있었고, 이후 김씨는 해수부 서기관이 화를 낸 경위를 설명하며 오해를 풀어주려는 목적으로 SBS 기자에게 전화했다. 이 대화 중 논란의 발언이 나오게 된다. 

강등 처분 취소는 왜?

서울행정법원은 지난해 11월19일 강등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김씨 손을 들어줬다. 판결문을 보면, 재판부는 △김씨가 SBS 기자에게 논란의 발언을 한 뒤 스스로 발언을 시정할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지만 이를 시정하지 않았다는 점 △SBS 기자가 보도 당일 방송을 예고했음에도 김씨는 구체적 보도 내용을 확인하거나 상급자에게 이를 보고하는 등 왜곡 보도를 방지하기 위한 확인이나 조치를 게을리했다는 점 등을 이유로 김씨의 성실의무 및 품위유지의무 위반을 인정했다. 징계사유는 인정된다는 것이다.

다만 재판부는 “이 사건 처분(강등)은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 한계를 일탈하거나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했다. 징계사유는 인정되지만 징계양정이 과중해 위법하다는 것이다. 위법하기 때문에 징계 처분은 취소돼야 한다는 결론.

재판부는 공무원 김씨와 SBS 기자 사이 통화 내용에 대해 “김씨(원고)는 SBS 기자에게 해수부 서기관이 화를 낸 경위에 대해 설명해 오해를 풀어주려는 목적으로 연락했고 대화하는 과정에서 이 사건 발언을 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 인양 지연 의혹을 제보하려는 목적으로 SBS 기자에게 전화해 의도적으로 이 사건 발언을 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또 재판부는 △김씨는 이 사건 발언 당시 임용된 지 약 3년 밖에 되지 않은 공무원이었다는 점 △이 사건 발언은 전체 통화 내용 중 일부에 불과한 점 △SBS 기자는 2017년 4월16일 통화 당시 통화내용이 녹음되고 있다는 사실을 김씨에게 알리지 않아 김씨는 이 사건 발언이 녹음된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보이는 점 △김씨는 2017년 5월2일 오후 SBS 기자로부터 이 사건 보도가 방송될 예정이라는 말을 들었을 당시 배우자와 제주도 여행을 마치고 목포로 이동하는 여객선에 탑승 중이어서 주의 깊게 듣지 못하고 ‘그렇게 하시죠’라고 대답한 것으로 보이는 점 △김씨는 이 사건 보도가 방송된 후 SBS 기자에게 ‘(보도가) 너무 세네요. 전 이만 연락 끊겠습니다’라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낸 점 등을 고려해 “김씨는 이 사건 발언이 언론에 중점적으로 보도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김씨는 해양수산부 공무원으로 임용된 후 곧바로 세월호 참사가 발생해 세월호 현장 지원 업무를 수행하면서 성실하게 근무한 공로가 인정돼 장관 표창을 받기도 했다”며 “김씨는 이 사건 비위 행위를 깊이 반성하고 있으므로 개전의 정이 없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가 2017년 5월 공개한 “SBS 8뉴스 ‘차기 정권과 거래?...인양 지연 의혹 조사’ 보도 경위 진상조사보고서” 화면 갈무리. 사진=언론노조 SBS본부
▲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가 2017년 5월 공개한 “SBS 8뉴스 ‘차기 정권과 거래?...인양 지연 의혹 조사’ 보도 경위 진상조사보고서” 화면 갈무리. 사진=언론노조 SBS본부

“SBS 보도 수뇌부, 내부 지적에도 확인 안해”

재판부는 김씨 발언이 SBS 보도 단초가 됐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SBS 보도 문제점도 다음과 같이 판결문에 적시했다.

“SBS 기자는 원고(김씨)가 7급 공무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이 사건 발언 신뢰성을 충분히 검증하지 아니하고 부실한 취재를 토대로 기사 초고를 작성했다.”

“뉴스제작1부장은 편집회의에서 보도국장으로부터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가 인양 지연 의혹을 조사한다는 내용을 앞세우고 이 사건 발언은 비중을 낮춰 신중하게 기사를 제작하라는 지시를 받았음에도 SBS 기자가 작성한 기사 초고를 교정하는 과정에서 세월호 선체조사위 관련 내용은 축소하고 이 사건 발언은 비중을 높이며 해양수산부와 특정 대선후보 사이에 부적절한 거래가 있었다는 취지의 문구를 추가했다.”

“이 사건 보도가 방송되기 전 SBS 내부적으로 취재원 신뢰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으나 보도국장, 보도본부장 등 누구도 이 사건 보도 내용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

이 같은 사실에 비춰보면 “SBS에 이 사건 보도에 대한 상당한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중앙징계위는 최초 의결 당시 원고에 대한 징계로 정직을 선택하고 장관 표창을 받은 공적을 참작해 감봉 1개월로 감경했으나 피고(해수부장관)의 재심사 청구로 진행된 재의결 당시 이 사건 비위 행위와 관련해 새로운 사실이 발견되거나 최초 의결에 법리 오인이 있는 등 특별한 사유가 존재하지 아니함에도 원고에 대한 징계로 강등을 선택하고 이를 감경하지 아니했다. 중앙징계위가 최초 의결 과정을 번복하고 결과적으로 경징계인 감봉에서 중징계인 강등으로 징계 수위를 2단계 상향시킨 것에 합리적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결국 해수부의 위법한 징계 처분은 취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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