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 위력을 이용해 수습 기자를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파이낸셜뉴스 간부에게 유죄가 선고됐다. 이 사건은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공론화한 언론계 미투(#metoo) 사건으로, 해당 간부가 피해자를 명예훼손죄로 고소하면서 소송으로 이어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4단독 정성완 부장판사는 지난달 28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업무상위력등에의한추행) 혐의로 기소된 조아무개씨(58)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도 명령했다.

파이낸셜뉴스 간부인 조씨는 2015~2016년 신입 수습기자의 교육을 담당하며 회식 자리에서 피해자를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변씨는 2018년 2월 조씨에 의한 상습 성추행 피해를 페이스북에 공론화했다. 조씨는 같은해 10월 피해자를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고소했고, 변씨는 방어 차원에서 그를 성추행 혐의로 고소했다. 그러나 검찰은 법적 요건에 성립하지 않는 범행은 제외하고 1가지 공소사실로 조씨를 기소했다.

검찰은 지난 3월19일 “피고인은 범행을 전면 부인하고, 이 과정에서 피해자는 상당히 많은 고통을 받고 있다”며 조씨에게 징역 1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조씨가 회식을 자주 소집하면서 피해자 변아무개씨 참석을 요구했고, 사건 발생 뒤 변씨가 힘들어했으며 이후 남성 동기들이 순번을 짜 조씨 옆에 앉았다는 등 내용을 담은 동료 기자들의 사실확인서와 카카오톡 대화 캡쳐 등을 증거로 제출했다.

재판에서 조씨 측은 추행 행위를 하지 않았고 추행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해왔다.

▲사진=게티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

법원은 판결문을 통해 피해자 측이 피해 사실과 이후 공론화 과정에 대해 일관되고 분명하게 진술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피고인으로부터 공소사실에 기재된 행위를 당한 사실과 전후 상황 등 피해 경위와 내용, 퇴식 시 노조위원장에게 피해 사실을 이야기한 경위, 페이스북에 피해 사실을 언급하는 글을 게시한 경위에 대해 수사기관에서부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구체적이고 일관된 진술을 분명하게 하고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조씨의 행위는 그 경위와 태양, 당시 상황, 조씨와 피해자의 성별과 연령, 피해자의 의사 등에 비추어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추행행위”라며 “피고인의 추행 고의를 인정할 수 있다”고 했다.

조씨 측은 재판에서 범행 일시와 장소가 특정되지 않아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않는다고도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에 “공소사실 특정을 요구하는 취지는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를 쉽게 해주기 위한 데 있으므로, 구성요건 해당사실을 다른 사실과 식별할 수 있는 정도로 기재하면 족하다”며 “범죄의 일시는 이중기소나 시효에 저촉되지 않는 정도로 기재하면 된다”고 반박했다.

사건을 공론화한 피해자 변씨는 지난 3월 결심에서 “나이 어린, 연차 낮은 여성이 조직의 ‘꽃’이 되기를 기대하며 서슴없이 이뤄지는 말과 행동은 그 어느 상황에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본 사건의 피해자는 저만이 아니다. 단발적으로 이뤄진 일도 아니다. 또 언론계 내에 여전히 수많은 피해자와 가해자가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변씨는 “본 재판이 향후 언론계와 그 종사자들에게 미칠 영향은 매우 크다. 피고인을 비롯해 언론계 내에 숨어있는 또다른 가해자들이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엄중한 처벌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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