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원회(과방위 법안소위)가 최근 ‘인터넷 준실명제’를 내용으로 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의결해 논란이다. 표현의 자유와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등 침해 이유로 ‘인터넷 실명제’가 위헌결정을 받았는데 이를 부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과방위 법안소위는 지난달 27일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한 해당 개정안을 통과했다. 박 의원은 이날 통과소식을 알리며 “‘故 설리’ 사고 이후 재발 방지를 위해 2019년 10월 첫 개정안을 만들어서 언론에서는 ‘설리법’ 이라고 부르기도 한다”며 “20대 국회에서는 심사도 못한 채 폐기됐고 21대 국회 들어 다시 발의했다. 드디어 1년 6개월만에 소위 통과라는 성과를 얻었다”고 경위를 설명했다. 

박 의원은 “악성댓글 등에 시달리다가 심적 고통을 이겨내지 못하고 소중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사례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며 “두번 다시 안타까운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악성댓글 작성자의 ID와 IP를 공개하는 내용이었지만 표현의 자유 침해 의견을 반영해 IP공개 부분은 삭제했다. 

박 의원은 “익명성은 최대한 보장하고 책임성은 최소한으로 부여했다”며 “아이디는 필요에 따라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으니 본인의 신분이 노출되지 않게 아이디를 만들면 된다”고 주장했다. 

일일 평균 이용자수가 10만명 이상이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게시글이나 댓글 올린 이용자의 아이디를 공개할 법적 의무를 부여하고 이행하지 않으면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이다. 

▲ 일러스트=권범철 화백
▲ 일러스트=권범철 만평작가

 

이에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미디어언론위원회, 사단법인 오픈넷,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지난달 29일 “위헌적 인터넷 준실명제 법안 의결한 국회 과방위 법안소위를 규탄한다”는 논평을 내고 “본 개정안은 이미 헌법재판소가 인터넷게시판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등의 침해를 이유로 위헌결정을 내린 ‘인터넷 실명제’를 부활시키는 내용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이들 단체는 “어디까지 악성 댓글로 볼 것인지도 모호할 뿐만 아니라 특정인의 극단적인 선택과 악성 댓글의 인과관계 역시 명확하지 않다”며 “위헌으로 결정난 인터넷 실명제의 도입 취지도 악성 댓글을 막기 위함이었지만, 헌법재판소는 ‘명예훼손, 모욕, 비방의 정보의 게시가 표현의 자유의 사전 제한을 정당화할 정도로 의미 있게 감소하였다는 증거를 찾아볼 수 없다’고 한 바 있다”고 전한 뒤 “명예훼손 등 불법적인 표현에 대해서는 이미 민형사상 구제 수단이 존재하고 오히려 그 남용이 문제로 지적될 정도”라고도 했다. 

즉 헌재의 인터넷실명제 위헌결정은 덜 침해적인 다른 구제수단이 존재하므로 인터넷실명제를 막자는 취지인데 이번 개정안은 이러한 취지를 어겼다는 주장이다.  

이들 단체는 “위헌인 실명제는 ‘본인확인제’를 뜻하고 실명이 대외적으로 공개되는 것뿐만이 아니라 인터넷 서비스 이용시 이용자가 본인인지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는 제도로 익명표현의 자유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이 제한되는 모든 제도를 의미한다”며 “이번 개정안에서 공개 의무가 있는 ‘아이디’는 ‘정보통신망의 정당한 이용자임을 알아보기 위한 이용자 식별부호’라고 규정하고 있어 사실상 인터넷 실명제(본인확인제)를 부활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전문위원회의 검토보고서와 이에 담긴 방송통신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 정부부처의 의견 역시 이러한 위헌성을 지적하며 부정적 의견을 피력하고 있음에도 과방위 법안소위는 이를 무시한 채 위헌 우려가 있는 법안을 무리하게 의결했다”며 “인터넷 실명제 부활 시도를 중단하고 위헌적 법안을 즉각 폐기할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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