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분석 전문가로 알려진 이요안 서강대 영문과 교수가 2017년 대선 당시 JTBC ‘뉴스룸’에 출연한 9명의 정치인과 손석희 앵커와의 인터뷰를 분석해 책으로 내놨다. 이 책은 손석희 인터뷰의 고유한 구성과 전개 방식을 세밀히 설명함으로써 언론인으로서 손석희의 역량을 인터뷰의 구체적 실천방식에서 파악하려 했다.  

신간 ‘분석 손석희 인터뷰’는 손석희가 △출연자 답변에서 나타난 논리를 후속 질문에서 쟁점화하는 과정 △추상적이고 원론적인 답변을 구체화하는 질문방식을 다뤘으며 △출연자가 인터뷰 내용과 방식에 불만을 표시할 때 어떻게 대응하는지도 서술했다. 

이요안 교수는 손석희 인터뷰를 가리켜 ”준비된 질문을 백화점식으로 나열하는 전통적 방식을 답습하지 않고 주요 쟁점을 정해놓고 이에 따른 후속 질문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전개한다. 특히 정치인과 인터뷰에서는 출연자 발언을 심도 있게 다뤄 논리를 쟁점화하고 원론적 발언에 대해서는 자세한 설명을 요구하는 등 정치인의 입장을 대화의 중심에 놓고 분석하며 검증하는 특징을 띤다. 이를 통해 시청자가 판단할 충분한 자료와 근거를 제시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손석희 인터뷰는 다른 인터뷰와 상당히 다른 양상을 보여주며 미디어 인터뷰의 고유한 기능을 실현한다”고 결론 냈다.

▲손석희 전 JTBC 앵커. ⓒJTBC
▲손석희 전 JTBC 앵커. ⓒJTBC

손석희 인터뷰의 특징을 분석하는 예시들은 흥미롭다. 예컨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와 인터뷰에선 홍 후보가 언론에 “친박은 없다”라고 언급한 내용을 거론하며 그 이전에 탄핵을 두고 “친박 패권주의가 빚은 참사다”라고 한 발언과의 모순을 지적한다. 이어 대표적인 친박 의원으로 분류되던 김진태 의원을 친박이 아니라고 보는 것이냐 질문하고 김 의원이 강원지역 선대위원장을 맡았다는 사실을 언급한다. 

이 교수는 “당시 친박에 관련한 질문만 3분가량 이어졌고 손석희는 6회 이상 후속 질문을 했다. 출연자 답변을 계속해서 쟁점화하는 것은 출연자 답변에서 논리적 문제점을 발견하고 이에 대한 추가 설명을 도출하는 효과가 있다”고 했으며 “손석희는 쟁점이 되는 사안에 출연자가 충분히 소명할 수 있도록 발언 기회를 주는데 이후에도 추가 질문이 계속되기 때문에 출연자에게는 더 큰 기회가 될 수도 혹은 압박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안희정 충남지사와 인터뷰에선 이명박·박근혜씨를 두고 ‘그분들도 선한 의지로 좋은 정치를 하려고 했다. 그런데 그게 뜻대로 안 됐던 것’이란 발언에 대해 집중 질문했다. 당시 안 지사는 “선의라고 하는 것은 선과 악을 따지자는 문제가 아니다. 어떤 주장에 대해 그분이 주장하는 대로 받아들여야만 대화가 가능하다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손석희는 이런 논리는 결과에 관한 책임 관계를 불명확하게 하는 효과가 있지 않느냐며 쟁점화시켰다. 안희정의 논리대로라면, 정치인들이 하는 모든 행동을 선의로 받아들이게 되고 어떤 일도 의심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며 “두 사람은 약 10분 동안 같은 사안에 대한 질문과 답변을 주고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전임대통령들의 정치 행위에 대한 ‘선의’가 언급되자, ‘K스포츠재단이 선의였느냐’, 급기야는 ‘뇌물죄 혐의를 받는 사안도 그런가’라면서 구체적인 사례로 논리를 쟁점화시키기 때문에 출연자로서도 같은 수준의 세밀한 답변이 필요하다. 후속 질문은 쟁점화된 논리를 해결하는 데 목표를 두기 때문에 출연자는 더욱 명확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 이런 방식으로 출연자가 자신의 입장을 명시적으로 드러나도록 유도하는 것이 손석희 인터뷰의 중요한 특징”이라고 지적했다.

▲
▲'분석 손석희 인터뷰'. 박영사. 11000원.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인터뷰에선 안 후보의 지지층과 관련한 구체적 전략을 물었는데 안 후보는 “진보 보수 중도가 중요한 게 아니다”, “저는 어느 계층에 호소하지 않는다”는 원론적 주장으로 대처했다. 이 교수는 “이에 손석희는 대통령이 정책을 구상하고 실행할 때는 지지자들에게 적합한 공약을 개발하는 것이 당연하고, 따라서 진영논리를 완전히 배제하는 정책을 내기는 어렵다는 정치 현실을 설명했다. 이런 설명은 미디어 인터뷰에서 자주 보이는 장면은 아니”라고 지적하며 “질문에 내포된 전제를 장황하게 설명하는 이유는 안 후보 답변을 구체적으로 유도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분석했다.

문재인 당시 민주당 전 대표와 인터뷰에선 ‘박근혜 즉각 퇴진’ 이후 조기 대선 시점을 두고 문 전 대표가 “헌법에 정해진 절차가 있다”면서도 “필요하다면 국민의 공론에 맡기면 될 일”이라고 말한 대목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즉각퇴진을 하면 법에 따라 60일 이내 대선을 치르게 돼 있습니다. 그게 법이라면 상황에 따라서 국민들이 다른 의견을 표출해 줄 거라고 말씀하시는 것은, 솔직히 말씀드려서 이해가 잘 안 갑니다.” 이 교수는 “국민이 헌법과 다른 의견을 표출하는 상황을 가정하는 것이 타당한가라는 의문을 제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손석희는 출연자의 답변이 충분히 개진되도록 말 차례를 구성하고 후속 질문도 출연자의 답변에서 도출한다. 비슷한 질문이 반복되는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 명확하지 않은 때도 있고 또 사안이 복잡해 시청자들에게 풀어서 알려줘야 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하며 “같은 질문을 지속하는 경우는 출연자에게 일상적이고 우호적인 상황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손석희 인터뷰를 두고 ‘압박 면접’이라는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앞서 안희정 지사는 “선한 의지”를 두고 질문이 계속되자 “대화에 장애가 있다”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는데 이 교수는 “손석희는 ‘선의를 받아들이자’는 것이 선거전략이라고 보기에는 과도한 면이 있다는 지지층의 평가를 대변했다. 손석희는 대화의 방법이란 프레임이 아니라 선거전략과 지지세력의 이해와 관련한 구체적 역학관계를 고려해 질문했다. 결국 안 지사도 비판받고 있음을 인정한다”고 설명했다. 

▲
▲2017년 4월 대선후보 토론회 사회를 맡은 손석희 앵커의 모습. ⓒJTBC

이 교수는 “반복되는 후속 질문은 출연자의 답변을 손석희가 어떻게 이해하고 분석하는지 나타내고 어떤 방향으로 질문을 끌고 가는지를 보여준다”고 전한 뒤 “후속 질문은 실시간으로 반응하게 되므로 즉흥성과 순발력이 요구된다. 출연자가 질문방식과 내용을 문제 삼는 경우 대화가 인터뷰의 내용과 방식을 거론하는 형태로 전이된다. 이 과정에서 사회자와 출연자가 대화에 임하는 태도, 관점 의도 등 통상적인 인터뷰에서는 다뤄지지 않는 사안이 표면에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손석희 인터뷰가 다른 미디어 인터뷰와 달리 긴장감을 주는 이유는 이 같은 ‘예측 불가능성’ 때문이다.

당시 홍준표 후보와 인터뷰의 한 대목을 보자. “유승민 후보는 홍 후보에게 무자격 후보라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그거는 내 답변을 하지 않겠습니다.…손 박사도 재판 중인데, 거꾸로 방송하면 되냐 내 이래 물을 때 어떻게 이야기하시겠습니까.” “제가 그렇다면 방송할 자격이 없다고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 그 말씀이십니까?” “아니 내가 싸울라고 하는 게 아니고.…그것은 인터넷 찾아보면 바로 나옵니다. 유승민 후보 하는 말에 말려 들어가지 않기 위해 내가 이 답변을 안 하기로 했습니다.” “일단은 알겠습니다.…죄송한 말씀이지만 인터넷에서 계속 다 찾아버리면 제가 인터뷰할 이유가 없어지는 거 아니겠습니까?”

이 교수는 “손석희 인터뷰에서 불만을 표출하거나 갈등을 보이는 상황은 인터뷰의 작동방식과 진행 과정에서 드러난 (손석희의) 역량을 구체적이고 실증적으로 밝혀준다”고 했다. JTBC는 2013년 손석희 영입 이후 4년 만에 뉴스 영향력·신뢰도 등 각종 지표에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공평하게 공격적이었던’ 손석희는 2020년 1월 신년토론을 끝으로 앵커석에서 물러났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