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등을 했던 우등생이 있었다. 방심했는지 다음달 시험에서는 8등, 그 다음달 시험에서는 12등을 했다. 다행히 성적은 다시 오름세로 전환됐다. 다음달에는 8등을 회복하더니 그 다음달에는 6등을 거쳐 이번달 시험에서는 6등을 유지했다. 여기서 문제. 이번달 성적에 대한 평가는? “6등을 유지했다”가 가장 정직한 답이다. 

그러나 이번달 성적을 전하는 조선일보와 국민일보 등은 두 단계 하락한 6위라고 전한다. 물론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하면 두 단계 하락은 맞다. 그렇다면 추세를 감안해 올해 1월 저점 이후 6단계 상승이라고도 표현 가능하다. 

▲ 3일자 국민일보 4면 기사
▲ 3일자 국민일보 4면 기사

블룸버그는 지난해 11월부터 전 세계 국가의 코로나 회복력(Covid Resilience Ranking)을 매월 발표하고 있다. 한국은 지난해 11월 처음 발표에서 뉴질랜드, 일본, 타이완에 이은 4위에 랭크됐다. 그러나 다음 12월에서는 호주, 노르웨이, 싱가폴, 핀란드 등에 이은 8위로 떨어지더니 올해 1월에는 4계단 하락한 12위에 머물렀다. 다만 2월에는 8위를 회복했고 3월에는 6위, 그리고 4월에는 3월 순위를 유지했다. 

▲ 한국의 코로나 회복력 순위 변화. 자료=이상민
▲ 한국의 코로나 회복력 순위 변화. 4월 한국 순위를 가장 정직하게 나타내자면 '6위 유지'다. 자료=이상민

반면 조선일보, 국민일보 기사는 싱가포르가 2위에서 1위가 됐다는 3월과 4월의 최신 순위 변화를 전하면서도 유독 한국은 최신 자료가 아니라 지난해 가장 높은 순위와 비교해 두 계단 하락했다고 한다. 이는 정직한 기사가 아니다. 굳이 지난해 11월 순위를 회복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전하고 싶다면 “1월 12위에서 순위가 상승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작년 11월 4위를 회복하지는 못했다”라고 표현하는 것은 어떨까? 

그런데 조선일보, 국민일보 외에도 다른 대부분 언론에서 다른 나라 순위는 3월과 4월을 비교하지만, 유독 한국만은 작년 11월과 비교한다. 왜 그럴까? 기사 출고 시점에 따라 분류하면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 코로나회복력 관련 기사 출고 시점 정리. 자료=이상민
▲ 코로나회복력 관련 기사 출고 시점 정리. 자료=이상민

5월2일 일요일 새벽 6시31분 연합뉴스의 블룸버그 인용 기사가 송고된다. 그런데 블룸버그 뉴스는 지난 4월26일 뉴스다. 4월26일 이후 일주일이 지나도록 국내 언론이 받아쓰지는 않았다. 그런데 5월2일 일요일 새벽 6시31분 연합뉴스가 처음, 블룸버그 기사를 소개한다. 연합뉴스 기사는 제법 상세히 잘 다룬 기사다. 지난해 11월 4위와 비교한 문장도 하나 포함됐지만, 지난 3월 순위를 그대로 유지한 표 자료도 있다. 놀라운 사실은 일요일 새벽 연합뉴스 기사가 송고된 지 불과 한 시간도 안돼 기사가 두 개(헤럴드경제와 조선일보)나 쏟아져 나온다는 것이다. 

물론 블룸버그 뉴스를 일주일 전에 보고 한 주간 준비해서 기사를 작성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4등과 비교한 연합뉴스 표현을 비롯해 너무 많은 표현이 겹쳐 마치 연합뉴스를 보고 쓴 기사라는 의심이 들기도 한다. 특히 일요일 새벽의 연합뉴스는 일요일 출근 기자들에게 인기가 좋은 법이다. (일요일 새벽에 송고되는 연합뉴스가 일요일 당직 기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이유, 관련기사 : 연합뉴스 기사, 인용될수록 강해진다?)

결국 매월 발표되는 성적표 순위를 지난달이 아닌 지난해 11월과 비교한 것은 이 기사를 처음 쓴 연합뉴스의 표현을 되풀이한 결과라는 의심이 들기도 한다. 

또한 블룸버그는 싱가포르와 뉴질랜드, 호주 등 ‘톱3’ 국가는 삶의 질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고 평가했다. 의료와 방역에 문외한인 나는 블룸버그의 코로나 회복력 순위가 얼마나 중요한 기사 가치가 있는 것인지 판단할 능력이 없다.

다만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을 통해 코로나 이전인 2019년도 4분기보다 GDP 회복 정도를 외국과 비교하는 것은 가능하다. 2019년도 4분기 대비 2021년도 1분기 GDP는 영국 90.7%, 미국 98.9%, 일본 97.7%, 독일94.9%, 중국 106.9%, 한국 100.4%다. GDP만 보면 선진국 중에서는 100%를 회복한 유일한 나라라는 의미다. 빨리 백신이 보급돼서 코로나19를 극복할 수 있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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