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9년 자신을 비판하는 전단을 배포한 시민을 모욕죄로 고소했다가 최근 비판이 쏟아지자 고소를 취하했다. “대통령을 욕해서 기분이 풀리면 그것도 좋은 일”이라고 발언해놓고 자신을 비판했다며 국민을 상대로 고소를 했다가 최근 비판이 쏟아지자 취하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추가 고소 가능성을 열어놨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4일 문 대통령의 고소 철회 소식을 알리며 “이 사안은 대통령 개인에 대한 혐오와 조롱을 떠나, 일본 극우주간지 표현을 무차별적으로 인용하는 등 국격과 국민의 명예, 남북관계 등 국가의 미래에 미치는 해악을 고려해 대응했던 것”이라고 고소 이유를 설명했다. 

박 대변인은 “하지만 주권자인 국민의 위임을 받아 국가를 운영하는 대통령으로서 모욕적인 표현을 감내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지적을 수용하여, 이번 사안에 대한 처벌 의사 철회를 지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말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2019년 8월 문 대통령과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을 비판하는 내용의 전단을 국회에서 뿌린 30대 청년 김아무개씨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모욕죄는 형법상 친고죄로 문 대통령이나 그의 대리인이 직접 고소해야 수사를 진행할 수 있다. 

참여연대가 4일 논평에서 “시민을 상대로 한 최고 권력자의 모욕죄 고소는 국민의 권력 비판을 위축시킬 수 있으므로 이번 모욕죄 고소는 취하해야 할 것”이라고 하는 등 각계에서 비판이 쏟아지자 이를 고려해 고소를 취하했다는 설명이다. 

▲ 문재인 대통령. 사진=문 대통령 페이스북
▲ 문재인 대통령(왼쪽)이 시민들 의견을 듣는 모습. 사진=문 대통령 페이스북

 

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권력자를 비판함으로써 국민들이 불만을 해소할 수 있다면 그것도 좋은 일”이라고 말했고, 지난해 8월 교회 지도자들과의 간담회에서는 “대통령을 모욕하는 정도는 표현의 범주로 허용해도 된다”며 “대통령 욕해서 기분이 풀리면 그것도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앞으로 명백한 허위 사실을 유포하여 정부에 대한 신뢰를 의도적으로 훼손하고, 외교적 문제로 비화될 수 있는 행위에 대해서는 적어도 사실 관계를 바로잡는다는 취지에서 개별 사안에 따라 신중하게 판단하여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질의응답에서 기자가 ‘이런 일이 발생하면 고소를 할 수 있다는 취지로 이해하면 되냐’고 묻자 청와대 관계자는 “앞으로 또 유사한 사안에 대해 신중하게 판단해서 결정할 것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한 것”이라고 답했다. 

모호한 답변에 재차 고소 가능성을 묻자 청와대 관계자는 “앞으로 그 사안의 경중이나 정도에 따라서 열려 있다고 보면 될 것 같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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