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미디어 바우처’ 이전에 ‘언론주권자 배당’이 있었다
‘미디어 바우처’ 이전에 ‘언론주권자 배당’이 있었다
2019년 ‘경기도 언론 공공성 확대를 위한 언론 기본소득 실현 방안’ 보고서 재조명

부수인증기관 ABC협회 지표가 불신의 대상이 되면서 국회는 정부광고 집행을 위한 새로운 대안적 지표로 미디어 바우처를 꺼냈다. 국민들이 특정 언론에 바우처 형식으로 일정 금액을 후원하면, 이듬해 정부광고비로 후원액만큼 집행되는 아이디어로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현재 관련 법과 공청회를 준비 중이다. 미디어 바우처는 언론에 대한 공적 지원을 둘러싼 다양한 논의를 촉발시키고 있는데, 앞서 2년 전 경기도에서 지금과 같은 논의와 유사한 연구가 진행된 사실이 뒤늦게 조명 받고 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영주 경기도의원이 제안하고 경기도의회 발주로 한신대 산학협력단이 정책연구용역을 진행해 2019년 3월 ‘경기도 언론 공공성 확대를 위한 언론기본소득 실현 방안’이란 이름의 보고서가 등장했다. 이후 경기도 차원에서 진전된 내용은 없지만, 당시 보고서에 담긴 함의가 적지 않다.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해당 보고서의 목표는 “기본소득 내지 참여소득 개념을 응용해 언론 바우처 형식의 지원 방안에 대한 언론인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경기도 차원에서 실험을 진행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었다.  

보고서는 미디어 바우처 제도와 관련해 “왜 언론인의 기초생활을 보장해야 하는가? 모두가 어려운데 언론인부터 지원해야 할 필요가 있는가? 선정적인 뉴스가 판치는 언론에 대해서 왜 지원을 해야 하는가?-와 같은 질문들이 제기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언론계 현실을 두고서는 “좋은 보도에 투하되는 노동의 가치가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책임 있는 전문 저널리즘이 재정적으로 위축되면서 왜곡된 뉴스, 선정적 뉴스, 가짜뉴스 등이 등장해 사회적으로 부정적 효과를 발생시키고 공론장이 왜곡되고 있다”고 진단했으며 “소수의 언론이 공론을 주도하는 경향이 있다. 언론은 포털에 종속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보고서는 “언론이 공공적 기능을 수행함에도 산업적 재생산이 이루어질 수 없을 때, 언론은 공공적 범주 바깥의 행위들을 하게 된다. 현실 권력과의 유착 관계를 통해 부정적인 정치적 경제적 이윤을 창출하거나, 언론 신뢰도를 하락시킬만한 어뷰징 행위 등을 통해 단기적인 광고 수익을 노리게 된다.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에 단절적인 충격을 가할 수 있기 위한 공공적 개입이 필요하다”며 현재의 언론진흥기금과 지역신문발전기금으로는 한계(규모의 불안정성 등)가 있다고 언급한 뒤 “언론인 소득보장을 위해 모든 성인에게 동일 금액의 뉴스 바우처를 지급해 언론기사 또는 언론사 후원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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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언론 공공성 확대를 위한 언론기본소득 실현 방안’ 보고서. 2019년 3월 최종 보고서가 완성됐다. 

 

▲디자인=안혜나 기자.
▲디자인=안혜나 기자.

보고서는 이 같은 아이디어를 ‘언론주권자 배당’으로 개념화했다. 보고서는 “언론주권자 배당은 민주주의 원리에 적합하며 언론의 공공성과 보도의 질을 높이는 데 적합하다”고 했으며 “대의민주주의에서 국민의 중요한 대리인 언론은 오늘날 소수의 이익을 반영하는 경향이 있다. 언론이 보통 사람들의 뜻에 따르도록 하는 방법의 하나가 언론주권자 배당이다. 주권자들은 대리인을 통제할 수단을 가져야 한다. 그 중 하나가 언론주권자 배당이다”라고 강조했다. 

언론주권자 배당은 18세 이상 모든 성인에게 언론인과 언론사 지원에만 쓸 수 있는 쿠폰을 지급하는 아이디어로, 1인당 1년에 10만원의 쿠폰을 지급하면 약 4조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후원하지 않은 금액은 국고로 귀속되고, 기사 후원 금액은 언론인과 언론사에 일정 비율로 나눠 지급한다. 보고서는 경기도 공보비의 일부를 활용해 3년간의 시범 사업을 제안했으며 한 명의 기자가 받을 수 있는 금액의 한도를 정하고 플랫폼은 직접 홈페이지를 개설해 운영하거나 포털과 제휴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보고서는 전문가 심층 인터뷰 결과 지방정부가 (바우처 제도를) 독점 운영하기보다, 공공기관에 위탁 운영하는 방안에 동의하는 전문가들이 많았으며 시범 사업 대상자 선발은 무작위로 하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과 연계할 수 있는 방안과 혼용하자는 의견이 다수였다고 전했다. 이미 생산된 기사뿐만 아니라 언론인들이 먼저 취재 아이템을 발제하고 취재비를 후원하는 크라우드 펀딩을 제안하는 의견도 있었다고 했다. 
  
경기지역 언론인 9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도 있었는데 응답자의 80.4%가 ‘경기언론주권자 배당’ 사업이 수행되면 참여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긍정적(그렇다+매우 그렇다)으로 답했다. 61.2%는 언론 보도의 질적 개선이 이뤄질 것이라 기대했고, 58.9%는 언론사의 재정적 자립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63%는 후원금을 위한 자극적 기사가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경기도민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에선 ‘언론 진흥 정책의 재원은 국가가 마련하되 진흥 대상에 대한 평가는 시민에게 맡긴다’는 취지에 대해 59%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부정 평가는 12.2%였다. 도민 44.4%는 ‘경기도언론주권자배당’ 사업이 시범 사업으로 실시되면 참여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참여할 의사가 없다는 답은 23%였다. 

보고서는 “언론기본소득은 언론인의 입장에서 보면 공공선 논의에 기여한 대가로 지급되는 참여소득 성격을 갖지만, 언론주권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언론을 후원할 기회를 균등히 갖는 배당의 성격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5월 중순 김승원 의원실이 주도하는 일명 ‘미디어바우처법’ 관련 공청회가 예고된 가운데 2년 전 경기도에서의 논의가 던지는 시사점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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