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집권 5년차에 접어들었다. 이날 주요 종합일간지의 평가는 박했다. 친문 위주의 일방통행식 정치를 폈다는 평가부터 소통이나 협치가 없었고 강성지지층인 문파만 챙겨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보도를 종합하면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의 소통문제를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진행한다. 

지난달 22일 경기도 평택시 평택항에서 일하다 300kg 넘는 컨테이너 날개에 깔려 숨진 대학생 이선호씨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 요구가 나오는 가운데 청와대에서 이씨를 조문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이 소식을 전하며 이러한 사망사고가 왜 반복되는지 각종 구조적인 원인을 지적했다. 유족들은 “문재인 정부 출범할 때 나는 세상이 디비질(뒤집힐) 줄 알았다”며 여전히 바뀌지 않는 현실에 한탄했다. 

서울 반포 한강시민공원에서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된 손정민씨 사건이 언론의 주목을 받는 가운데 길거리 음주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한국경제는 10일 “공공장소·길거리 음주, 이대로 둘건가”란 기사에서 손씨 사건이 우리 사회에 많은 숙제를 남겼다며 음주문화 개선 목소리를 전했다. 

▲ 10일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모음
▲ 10일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모음

 

1년 남은 문재인 정부

서울신문은 1면 “문파보다 국민 챙기고 검수완박 집착 버려라”란 기사에서 “‘촛불 정부’의 최근 1년은 국민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 시간이었다”며 “2017년 5월 출범 직후 84%(한국갤럽), 취임 3주년 71%였던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한때 29%(4월 5주)까지 추락했다가 지난주 34%로 소폭 반등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평론가 등의 의견을 종합해 남은 1년의 10대 과제를 제시했다. 이중 첫 번째 과제로 “강성 지지층인 문파만 바라보는 ‘작은 정치’ 극복이 꼽힌다”며 “정권 재창출을 위해 자기 편만 챙기는 코드 인사 등이 대한민국의 갈등 유발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는 분석”이라고 했다. 

특히 “소통과 협치는 모든 전문가들이 강조한 지점”이었다고 했는데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서울신문에 “야당을 존중하는 협치의 자세가 필요하다”며 “(청와대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네거티브를 고민하는 헤드쿼터가 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백신확보와 부동산정책 개선, 조급증에 빠진 남북관계 변화나 국내정치용 일본 때리기 중단 등도 주장했다. 

소수자 보호에 소극적인 모습도 지적했다. 3면으로 이어진 기사에서 “‘기회는 평등하게’를 외쳤던 문재인 정부는 차별금지법 제정에는 무관심한 모습을 보였다”고 비판했다. 

세계일보도 1면 “소통도 협치도 없었다 이젠 민생관리 힘써야”란 기사에서 전문가들의 평가를 종합해 전달했다. 전문가 5인은 모두 현 정부에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고 평가했으며 그중에서도 부정적인 평가에는 ‘소통부족’이 가장 크게 거론됐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문 대통령이 친문(친문재인) 진영과 지지자들만 보는 일방 정치를 펼쳤다는 지적과 관련이 있다”고 지적했다. 잘한 점으로는 “집권 초반 북핵위기를 안정적으로 관리한 점, 검찰로 상징되는 권력기관 개혁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점” 등을 꼽았다. 

중앙일보는 정치면에서 문재인 정부의 가장 아픈손가락이 경제분야라며 기사 제목을 “집권 4년, 집값 82% 뛰고 청년 체감실업률 27% 역대 최고”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가 25번 내놓았지만 호평을 받지 못하는 부동산 정책과 취임하자마자 청와대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을 걸며 강조했던 일자리 문제에서 실패했다는 평가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현 정부의 4년을 평가했다.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가 “한국 민주주의 위기는 촛불 시위에서 시작됐다”고 한 발언을 인용하며 사설을 시작했다. 조선일보는 “촛불을 정권 정당성의 근거로 삼고, 그것을 위세 삼아 국민을 가르치고 훈계하면서 그 위에 군림했다”며 “문 정권은 대한민국 70년 역사를 부정하면서 헌정 질서를 제멋대로 뜯어고쳤다”고 평가했다. 

한겨레도 1면에서 “선의 보여줬지만 정책역량 부족”이라며 대체로 부정적으로 평가하거나 아쉬움을 드러내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전했다. 

▲ 10일 한겨레 만평
▲ 10일 한겨레 만평

 

청와대를 향해 뭘 했느냐고 묻는 유족

경향신문은 1면 “‘일터의 죽음’ 되풀이 유족은 투사가 된다”에서 평택항에서 작업 중 사망한 이선호씨의 아버지 이재훈씨가 지난 9일 조문 온 김제남 청와대 시민사회수석 앞에서 울부짖으며 한 말로 기사를 시작했다. “산재 사망사고 없앤다고, 비정규직 없앤다고 (했는데) 도대체 뭐하셨습니까. 얼마나 더 죽어야 됩니까. 애들이 일하러 나갔지 죽으러 나갔습니까.”

경향신문은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사망한 김용균씨, 온라인 강의업체 에스티유니타스에서 웹디자이너로 일하다 과로를 호소하다 극단적 선택을 한 장민순씨, 미디어 업계에 만연한 과로문제를 지적하며 목숨을 끊은 PD 이한빛씨, 마사회 부정을 폭로하고 숨진 기수 문중원씨 등 노동현장에서 세상을 떠난 이들을 호명했다. 사망한 이씨의 아버지 이재훈씨는 진상조사와 재발방지대책이 나오기 전까진 장례를 마무리하지 않겠다고 한 사실을 이 신문은 함께 전했다. 

한겨레는 1면 “평택항 참사현장 CCTV에도 ‘신호수’는 없었다”에서 이선호씨 사망사건 수사 소식을 전했다. 안전관리가 소솔했던 사실을 밝힌 경찰이 관련 부분 조사에 집중한다는 내용이다. 한겨레는 사고 발생 8일 전 검사에서 개방형 컨테이너가 ‘정상’ 판정을 받았다고 보도했는데 이와 관련해서도 사실관계 파악에 나설 것이라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1면 하단에서 지난 8일 오전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작업하던 장아무개씨가 추락사한 소식도 전했다. 

경향신문은 “현대중공업에선 지난해부터 노동자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았다”며 “2건의 추락사와 2건의 끼임 사망 등 현장에서 숨지는 노동자가 줄을 잇자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5월 열흘간 특별감독을 실시해 최고경영자 안전경영 의지 미흡, 현장 위험요인 교육부재, 밀폐공간 작업 전 가스농도 미측정 등을 지적했지만 특별감독이 끝난 지 하루만에 30대 하청노동자가 질식사했다”고 보도했다. 

장씨가 사망한 날 충남 당진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선 정규직 노동자 A씨가 숨진채 발견됐다. 노조는 기계 사이에 끼여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 10일 경향신문 만평
▲ 10일 경향신문 만평

 

이렇게 사망사고가 이어지고 있지만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정을 두고 노사가 이견을 보이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이달 중 시행령을 확정해 입법예고할 계획이다. 

경향신문은 2면 “잇단 산재 참변…‘본사 대표 책임’ 줄다리기”에서 가장 큰 쟁점은 “처벌 대상인 경영책임자의 범위”라며 “경영책임자를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으로만 규정할 뿐 구체적인 범위는 명시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재계는 본사 대표이사의 무한책임을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고 노동계와 참여연대 등은 본사 대표이사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정부가 앞장서야 한다. 중대재해법 시행령 작업을 하고 있는 노동부는 경영진의 산재 책임을 높여야 한다. 산재 다발 기업과 경영자들은 법 시행 전에도 중대재해 발생 시 옷을 벗는다는 각오로 산재 예방에 온 힘을 쏟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강 대학생 실종사건 과제는 음주문화 개선?

한국경제는 이번 실종 사망사건를 근본적으로 막기 위한 대안으로 음주문화 개선을 주장했다. 이는 이번 사건의 원인을 길거리 음주로 꼽았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 10일 한국경제 2면 기사
▲ 10일 한국경제 2면 기사

 

길거리 음주문화에 대해 보도할 수 있지만 이를 굳이 대학생 실종사건과 연결했다는 점에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가능하다. 이 사건 관련 보도 중 음모론에 기반한 추측성 보도가 있어 지적을 받는 가운데 이번 사건의 원인을 음주로 단정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 역시 유족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음주를 한 손씨를 탓하는 보도이기 때문이다. 

한경은 “보다 근본적으로 길거리 음주를 ‘낭만’으로 여기는 시민의식을 개선하고 법·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라며 “수십 년간 이어져온 뿌리 깊은 음주 문화를 바꿔야 한국 사회가 세계 10위권 경제 규모에 걸맞은 선진화를 이룰 수 있다”고 보도했다. 

한경은 한 연구를 인용하며 공공장소 음주는 성인 10명 중 6명이 경험했을 정도로 일반화돼 있는데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98%는 공공장소에서 타인의 음주로 피해를 입은 적이 있다. 한경은 여기에 주취 범죄 빈도가 높다며 대검에 따르면 4대 강력범죄자 약 32%가 주취자라고 지적했다. 

이에 더해 “공공장소 음주를 막는 법적 근거는 거의 없다”며 음주 경범죄처벌법에서 음주 소란에 대해 과태료 10만원을 부과하는 것에 대해 “음주 자체를 금지하기보다 음주 후 발생하는 사고를 처벌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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