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취임 4주년 특별연설을 했다. ‘위기 극복’을 강조하며 시작한 문 대통령 연설은 코로나19 방역과 백신, 경제지표 반등에 대한 긍정적 평가, 일자리 문제와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부동산 부패 청산, 핵심 산업 지원,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구상, 탄소중립 등 기후변화 대처 순으로 이어졌다. 약 28분의 연설이 끝난 뒤엔 출입기자들과 40분 가까이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11일 주요 종합일간지 중에선 조선일보를 제외한 신문들이 모두 관련 기사를 1면 머리기사로 배치했다.

신문들이 문 대통령 연설에 초점을 맞춘 대목은 세 방향으로 나뉘었다. 부동산 정책, 최근 국무총리·장관 후보자와 관련한 인사검증, 향후 국정기조 등이다. 부동산 정책이나 인사검증과 관련해서는 ‘실패’라는 키워드가 함께 붙었다.

우선 경향신문(취임 4년 문 대통령 “부동산만큼은 할 말 없다”), 국민일보(文 “부동산만큼은 할 말 없다”…정책 보완 강조), 한국일보(文대통령 “죽비 맞았다” 부동산 정책 실패 인정)는 부동산 정책에 대한 문 대통령 발언을 머리기사 제목에 올렸다. 

▲5월11일자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모음
▲5월11일자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모음

실제 문 대통령은 질의응답에서 ‘4년간 가장 아쉬운 정책’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았다.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그 목표를 이루지 못했고, 또 지난 보궐선거에서도 그에 대해서 아주 엄중한 그런 심판을 받았다”는 평가였다. 연설에선 향후 민간 및 공공주도 주택공급, 실수요자 부담을 완화하는 정책적 지원, 부동산 부패 청산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일보는 이어진 기사(“무주택 실수요자에 내집 마련 부담 줄여주겠다” 선회)에서 ‘부동산 정책 선회’를 강조했다. “1년 전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강력한 대책을 끝없이 내놓겠다’고 공언했던 것과는 180도 달라진 모습”이라며 “무주택자에 대한 대출 규제 완화와 1주택자의 세 부담을 완화하는 등의 부동산 보완책 마련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라고 봤다.

이와 관련해 “그동안 추진하던 부동산 시장 안정화 대책과 배치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 신문도 있다. 한겨레는 4면 기사(주택 실수요자 ‘부담 완화’ 약속…4%대 성장 목표 ‘확장재정’ 강조)에서 “종부세를 낮출 경우 지난해 정부가 세율을 올리면서 장기보유나 고령자는 최대 70%까지 세액공제를 받아 부담이 크지 않다는 주장을 스스로 뒤집는 꼴”이라 지적했다.

최근 국무총리·장관후보자 검증에 대한 내용은 동아일보(文 “인사검증 실패라 생각 안한다”), 서울신문(文 “검증실패 아냐”…임·박 민심과 온도차), 한겨레(문 대통령 “인사 검증실패라 생각안해”) 등이 1면 기사로 부각했다. 문 대통령은 이와 관련한 기자 질문에 “야당에서 반대한다고 해서 저는 검증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한 뒤 “인사청문회는 능력 부분은 그냥 제쳐두고 오히려 흠결만 놓고 따지는 청문회가 되고 있다”고 했다.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은 문 대통령이 꾸준히 주장해온 내용이다.

▲5월11일자 국민일보 1면 기사
▲5월11일자 국민일보 1면 기사

1면 기사에서 동아일보는 “문 대통령이 논란이 된 장관 후보자 3명에 대한 임명을 강행할 수 있음을 시사하자 야당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정국이 강대강 충돌 모드로 얼어붙고 있다”고 했다. 서울신문은 “임·박 후보자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센 상황에서 국민 시각과 동떨어진 판단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며 “더불어민주당도 의원총회에서 3명 모두 결격사유가 없다는 점을 재확인하고도 전부 임명하는 것은 국민 눈높이와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 나왔다며 청와대로 ‘공’을 넘겼다”고 전했다. 

사설에서는 좀 더 강한 논조로 문 대통령이 인사 실패를 인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다. 한겨레(논란 후보자 ‘부적격’ 판단, 머뭇거릴 일 아니다)는 “제도 개선 필요성과 별개로, 이번에 드러난 임혜숙·박준영 두 후보자 문제를 단지 ‘작은 흠결’이라고 덮고 넘어가긴 힘들다”며 “두 후보자에 대한 비판 여론을 외면한다면, 문 대통령이 지적한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도 국민의 지지를 얻기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서울신문도 사설(부동산 정책 실패 인정한 문 대통령, 공급 확대 보완해야)에서 “문 대통령은 지난 4년간 29차례나 야당 동의 없이 장관 후보자 임명을 강행한 전철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점에서 3명의 후보자 중 최소 1명 이상은 지명을 철회하길 바란다”고 했다. 동아일보(남은 1년도 ‘내 갈 길’ 간다는 文, 국가역량 한데 모을 수 있겠나)는 “인사권자로서의 고충도 많겠지만, 해외 유명 관광지의 세미나에 온 가족이 동행하거나 유럽산 도자기를 대량 반입하는 등 좀스럽고 낯 뜨거운 행태가 새로 드러났으면 불편한 심경을 내비치기보다는 제기된 의혹을 겸허히 받아들이면 될 일”이라 꼬집었다. 

▲5월11일자 중앙일보 1면 기사
▲5월11일자 중앙일보 1면 기사

문 대통령의 정국 진단이 독단적이라고 평가한 신문들도 있다. 세계일보(국정기조 ‘마이웨이’), 중앙일보(1년 남은 문 대통령 마이웨이)는 1면 기사 제목에 ‘마이웨이’라는 평가를 붙였다. 조선일보도 머리기사는 아니지만 1면에 배치한 기사에 “경제도 백신도 잘되고 있다고 합니다”라는 제목을 썼다.

세계일보는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취임 4주년 특별연설에서 ‘임기를 마치는 그날까지 앞만 보고 가야 하는 것이 우리 정부의 피할 수 없는 책무’라고 말했다. 남은 임기 1년 기존 국정운영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여겨진다”며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의 언급이 4·7 재보궐선거로 드러난 민심과 괴리되어 보인다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중앙일보의 경우 “연설 말미엔 ‘위대한 국민들과 함께 남은 1년을 당당하게 나아가겠다. 모든 평가는 국민과 역사에 맡기고 마지막까지 헌신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를 두고는 ‘야당과 언론이 뭐라고 주장하든 국정 기조의 변화 없이 자신의 길을 그대로 가겠다는 마이웨이 선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고 했다.

1면에 실린 사진들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주로 문 대통령 사진이 사용된 가운데 경향신문과 중앙일보는 어둑한 시장에서 텔레비전 화면으로 연설을 보는 자영업자 모습을 담았다. 동아일보는 굳은 표정으로 연설 장소에 입장하는 문 대통령 사진을 썼다. 서울신문·세계일보·한겨레는 연설 중인 문 대통령의 상반신 사진을, 국민일보·한국일보는 질의응답 시간에 웃음기 있는 얼굴로 질문자를 선택하는 문 대통령 사진을 사용했다. 조선일보의 경우 문 대통령 얼굴을 흑백 그림 형식으로 표현했다.

▲5월11일자 경향신문
▲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사진 및 기사 갈무리

기획면 기사들…MZ, 투기, 변시 

‘농지에 빠진 공복들’ 기획으로 고위공무원 농지 소유 실태를 전하고 있는 한국일보는 “2년간 논밭 매매대급 20억…도의원 부부의 현란한 ‘농테크’” “투기꾼 먹잇감 된 제주 농지…임차료 3배 치솟자 쫓겨나는 농민들” 등을 보도했다. 이 신문은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지난 3월 재산을 공개한 고위공직자(1,885명) 중 절반(45.1%)에 가까운 852명이 농지(3,778개 필지)를 갖고 있었”으며 “852명 중 광역의원은 445명(52.2%)으로 절반을 넘었다”고 분석했다. 

세계일보는 ‘미아’가 된 예비 변호사들 기획을 시작했다. 첫 기사(합격자 적정 규모 놓고 힘겨루기…청년 변호사들 유탄)에선 “올해는 특히 변시 합격자 상당수의 실무연수를 맡고 있는 대한변협이 교육의 질 개선과 정부의 예산 삭감 등을 이유로 연수 정원을 대폭 줄이면서 연수처를 제때 찾지 못한 미아 합격자 문제가 본격화했다“며 “이런 변시 합격자들의 처지를 악용해 제대로 교육은 안 시킨 채 낮은 임금으로 노동력을 착취하는 ‘블랙펌’(블랙과 로펌의 합성어·악덕 법률사무소)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5월11일자 한국일보 만평
▲5월11일자 한국일보 만평

중앙일보는 이른바 ‘MZ세대(밀레니얼·Z세대) 독립기’ 관련 기획(2021 싱글즈)을 이어가고 있다. 셰어하우스를 다룬 이날 기사(MZ세대 공유주택 “서로의 영감을 공유하는 곳”)는 “셰어하우스 세태는 MZ세대들이 본인의 울타리를 하루빨리 만들고 싶어하는 독립적인 성향을 갖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느슨한 유대를 추구하는 특징이 반영된 것”(구정우 성균관대 교수)이라 분석했다.

동아일보는 ‘입양의 날’(5월11일)을 맞아 ‘두 아들 공개 입양한 최재형 감사원장 부부’를 인터뷰했다. “입양이든 출산이든, 아이 키우는 건 하나의 우주를 만들어내는 일”이라는 기사다. 서울신문은 “날마다 취임일이라는 각오로…소상공인 지원·청년 일자리 온 힘”이라는 제목으로 ‘박형준 부산시장 취임 한 달 인터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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