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서울시교육청의 해직교사 특별채용을 첫번째 수사 대상으로 선택했다. 애초 고발된 죄목이 공수처의 수사 대상도 아닌 데다 공수처가 기소할 수도 없는 사건을 택한 데 조선일보를 제외한 신문들은 적절성에 의문을 제기하거나 비판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사건으로 국민적 분노가 큰 가운데, 한겨레가 1면에 지역농협 직원들이 ‘셀프 대출’을 받아 부동산 투기를 한 정황을 보도했다. 이들 농협은 LH 직원들이 광명 새도시 후보지 땅투기할 때 대출해준 곳으로, 내부 정보 이용 의혹도 제기됐다.

세계일보와 동아일보, 중앙일보가 사설란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의 최저임금위원회 항의 캠페인을 비난했다.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본격적인 논의를 앞둔 가운데, 민주노총은 지난해 역대 최저인상률(1.7%)을 주도한 최저임금위원회 위원들이 다시 위촉된 데 반발하며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12일 9개 일간지 1면 갈무리
▲12일 9개 일간지 1면 갈무리

공수처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해직교사 특별채용을 ‘1호 사건’으로 정한 것을 두고 법조계와 시민사회에서 비판 목소리가 높다. 조희연 교육감이 2002년 대통령 선거와 2008년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정치적 활동을 하다 해임된 교사 5명을 2018년 특별채용했는데 이에 반대하는 부교육감 등을 업무에서 배제하는 등 직권을 남용한 혐의로 감사원에 의해 고발된 사건이다. 공수처는 11일에도 1호 사건 선정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감사원은 애초 경찰에 고발하며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는데 공수처는 수사 대상 범죄인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했다. 특채 과정에서 이에 반대한 부교육감 등의 업무 배제를 지시했다는 것이다. 교육공무원법에 특별채용을 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이 있는 데다 최종 인사권자는 조 교육감이라는 반박이 있다. 한편 공수처가 조 교육감을 수사하더라도, 판검사와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 본인 및 가족만 기소하거나 공소유지할 수 있다.

▲12일 한국일보 5면
▲12일 한국일보 5면

신문들은 공수처의 설립 목적과 상징성에 한참 못 미치는 선택이라고 평했다. 경향신문은 “공수처가 설립 목적에 걸맞지 않은 사건부터 수사에 착수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법조계 일각에서는 해당 사건은 수사는 쉽지만 판단은 까다롭다는 평가도 나왔다”며 “조 교육감이 특정인을 선발하라고 지시한 명백한 증거가 있어야 법정에서 유죄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를 입증하기가 까다롭다”고 했다.

중앙일보도 “직접 접수한 1000여건의 고소·고발 사건을 제쳐 놓고 1호 사건으로 선정할 정도의 ‘권력형 범죄’인지 이해하기 힘든 구석이 적지 않다”고 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혐의 성립 여부나 가벌성 측면에서 논란의 여지가 크다. 교사들의 정치활동 금지는 국제노동기구(ILO)가 협약 위반이라며 법 개정을 권고하는 등 국제기준과 어긋나는 규제”라고 지적했다.

▲12일 중앙일보 12면
▲12일 중앙일보 12면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이 사건은 권력형 비리나 뇌물수수, 선거범죄 등이 아니지 않느냐”며 “공수처는 사건이 없다면 가만히 있는 것이 맞다. 이 사건은 불기소하면 수사능력 논란으로 이어질 것이고 기소를 해도 논란이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공수처가 검사나 판사가 아니라 조 교육감을 타깃으로 삼은 이유는 정치적 부담이 적고 성과를 내기 수월하다고 판단한 경향이 커보인다”며 “현실적 상황을 감안해도 공수처가 너무 ‘쉬운 선택’을 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미 감사원에서 감사 결과를 내놔 수사 착수에 부담이 적고 조 교육감의 정치적 무게감이 덜한 점을 고려한 게 아니냐는 것”이라고 했다.

▲12일 한겨레 8면
▲12일 한겨레 8면

국민일보와 동아일보, 서울신문, 한겨레가 관련 사설을 냈다. 서울신문은 “공수처의 1호 수사로 삼을 만큼 비중 있는 사건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며 “눈치 보며 정치적 부담 없는 사건만 수사한다면 공수처 존재 이유가 사라진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했다. 세계일보는 “공수처는 권력형 비리 전담수사기구인데 서울시 교육감에게 불똥이 튀었다”며 “고위공직자 비리에 대한 공정하고 성역없는 수사만이 살길”이라고 했다.

동아일보는 “공수처가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조 교육감이 기소를 피하게 된다면 어설프게 덤볐다가 면죄부만 줬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한겨레, 광명·시흥 농·축협 직원도 ‘셀프 대출’ 땅 투기 보도

한겨레가 경기도 광명·시흥 지역의 북시흥농협과 부천축산농협 직원들이 가족 명의를 이용한 ‘셀프 대출’로 광명 3기 새도시 후보지 인근 농지 등에 투기를 한 정황이 파악됐다고 1면에 보도했다. 두 농협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내부정보를 이용해 새도시 땅 투기에 나서는 과정에서 돈을 빌려준 곳이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해당 지역 농협인 북시흥농협과 부천축협 직원 몇명은 본인 명의로 대출을 받는데 제한이 있자 배우자나 부모 등 가족 명의로 대출을 받아 광명 3기 새도시 인근 농지와 상가 등을 사들였다. 한 직원은 억대의 대출을 받아 인근 농지를 매입한 뒤 매도해 수억원대의 차익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당국이 ‘LH 사태’ 이후 착수한 현장검사 중 이 같은 사실을 포착했다.

▲12일 한겨레 1면
▲12일 한겨레 1면

이들은 농협 임직원은 본인 명의로는 본인 소유 주택담보대출이나 생활안정자금 이외에는 대출이 안 되기 때문에 가족 등 제3자 명의로 농지담보대출을 받아 땅을 산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의 금융권 관계자는 한겨레에 “가족한테 대출을 해줄 때는 본인은 대출심사에서 빠져야 하는 규정이 있는데도 일부 직원은 직접 심사를 해서 대출을 한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한겨레는 “‘셀프 대출’을 한 농협 직원 중에는 대출심사 담당자들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된다”며 “대출 담당자들이 LH 직원들의 대출을 취급하면서 알게 된 정보를 이용해 투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고 했다.

▲12일 한겨레 3면
▲12일 한겨레 3면

한겨레는 사설에서 “마음만 먹으면 가족을 내세워 쉽게 피해 갈 수 있을 정도로 ‘임직원 대출’ 규제 등 내부 통제 장치가 허술한 건 아닌지도 따져봐야 한다. 또 적발이 되더라도 ‘주의’ 또는 ‘견책’ 수준의 약한 처벌을 받는 것도 문제”라고 했다. 이어 “전국에는 1000개가 넘는 지역조합(농협·축협)이 운영되고 있는데, 다른 곳에선 유사한 사례가 발생할 소지가 없는지 점검할 필요도 있다”고 했다.

세계·동아·중앙, 민주노총의 항의 캠페인에 “폭력·겁박”

세계일보와 동아일보, 중앙일보가 사설을 내 최저임금위원회 유임에 반발하는 노동계의 항의성 메일과 문자메시지 캠페인을 비난하는 사설을 보도했다.

세계일보는 사설에서 “재계는 벌써부터 임금을 ‘최대 경영 리스크’로 꼽고 있다”며 “2011년 이후 아시아 18개국의 최저임금 변화를 분석한 결과, 2016~2020년 중 우리나라의 최저임금 연평균 상승률이 9.2%로 가장 높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상황이 이런데도 노동계는 문 대통령의 남은 임기를 마지막 기회로 간주하고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주장한다. 민노총은 최저임금위 9명의 공익위원들에게 사퇴를 요구하는 항의 문자메시지 보내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며 “민노총은 2018년에도 국회가 최저임금에 들어가는 수당 등의 범위를 늘릴 때 환경노동위 여야 의원들에게 원색적인 욕설이 담긴 문자폭탄을 보낸 적이 있다”고 했다.

▲12일 세계일보 사설
▲12일 세계일보 사설

중앙일보는 “민주노총은 공익위원들이 근무하고 있는 학교까지 찾아가 사퇴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고 한다”며 “공익위원들에게 사퇴를 촉구하는 협박 글을 단체로 보내는 것은 일종의 겁박이며 압력”이라며 “폭력적 방법으론 주장을 관철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민노총은 최저임금위에 근로자위원으로 참여하는 심의 주체 중 하나다. 그런 민노총이 다른 심의 위원들을 사전에 압박하는 것은 협의 정신에 어긋난다”고 했다.

▲12일 중앙일보 사설
▲12일 중앙일보 사설
▲12일 동아일보 사설
▲12일 동아일보 사설

이들 신문은 항의 캠페인을 “폭력” 또는 “겁박”으로 규정했다. 단체적인 항의 캠페인은 특성상 불편을 유발할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위가 대통령 직속 기구로 지닌 결정권을 감안하면 개개인의 자발 의사에 따른 동시다발적 항의 표시를 두고 ‘폭력’ 또는 ‘겁박’이라 표현하는 것이 적절한지도 의문이다.

내년도 최저임금을 심의·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의 공익위원 9명 중 박준식 위원장, 공익위원 간사인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등 대부분의 인사가 유임됐다. 노동계는 이들이 역대 최저수준의 최저임금 인상을 주도했다며 사퇴를 촉구해왔다. 최저임금위는 지난해에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을 1.5%로 의결했다. 역대 최저 인상률이다. 2년 전 인상률도 2.9%로 역대 3번째로 낮다.

민주노총은 지난 6일 위원들 유임에 “코로나19로 저임금노동자는 해고와 소득감소로 인한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고, 소상공인을 비롯한 자영업자 역시 매출급감 등으로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우리사회의 약자에게만 코로나19에 따른 재난상황이 집중되고,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며 “지난 2년간 최저임금위원회에서 행한 모습을 돌아본다면, 이들이 다시 최저임금위원회의 위원이 된다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

한편 한겨레는 이날 “재계가 한국의 최저임금 인상률을 아시아 18개국과 견준 자료를 들고나와 본격 공세를 시작했다”며 “국가마다 산정기준이 다르고 경제 규모에서 차이가 큰 아시아권 국가와의 최저임금 비교는 아전인수식 해석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한겨레는 “그동안 한국의 최저임금 비교는 아시아가 아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오이시디) 국가를 기준으로 이뤄져 왔다”며 “28개국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중위임금으로 계산해도 마찬가지”라고 보도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