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요약]

① 포털도 언론이라면 책무 못지 않게 언론 자유를 보장할 필요도 있다. 알고리즘 감시와 시정 요구를 하는 정부 기구를 만드는 법안은 ‘외압’의 제도화가 될 수 있다.

② 정치적 논란은 차치해도 ‘공정성’ 등 알고리즘 요소의 기준을 정하는 일은 매우 까다롭다. 독자들이 조선일보를 한겨레보다 많이 본다면, 한겨레에 가중치를 둬 노출 비율을 5:5로 맞추면 공정일까? 결국 편향을 바로 잡으려다 편향을 낳는 구조가 된다.

③ 정부는 큰 틀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사업자는 ‘설명의 책무’를 이행하도록 유도하며, 사회적 감시와 견제가 작동하는 방안이 현실적이다. 알고리즘의 한계가 분명한 상황에서 네이버는 2018년 자문기구에서 공식 제안한 ‘사람과 알고리즘의 병행 편집’ 등을 고민할 필요도 있다.

 

“전두환식 보도지침.”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포털 알고리즘 공개 법안을 비판하며 한 말이다. 그러자 김남국 의원은 안철수 대표를 “깡통 정치인” “알고리즘 공부 좀 하라”고 응수했다. 인터넷 논객 조은산은 김남국 의원을 향해 “법 공부 좀 하시라”며 해당 법안이 위헌적이라고 맞받아쳤다.

논란이 끊이지 않는 포털 서비스, 이번에는 ‘뉴스 알고리즘 규제’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인 이원욱 민주당 의원이 포털의 알고리즘 의무 제출 법안을 발의한 데 이어 김남국 의원의 법안까지 등장했다. 김남국 의원 법안은 문화체육관광부 소속의 뉴스포털이용자위원회가 포털에 알고리즘 구성요소 공개를 요구하고, 검증하고, 시정 요구 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위원회는 9인으로 구성되며 국회의장·교섭단체 대표가 3인, 대통령이 정하는 단체가 6인을 추천한다.

▲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김남국 의원 페이스북
▲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김남국 의원 페이스북

언론으로서 네이버, 정치권이 좌우해도 괜찮을까

김남국 의원은 뜨거운 감자가 된 포털 알고리즘 규제 법안의 취지를 설명하며 “언론의 핵심요소는 취재, 편집, 배포 세 가지다. 포털은 직접 취재를 하진 않지만 배포의 영향력이 매우 막강하기에 언론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포털은 신문법과 언론중재법에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로 규제받고 있다. 유통 권력인 포털의 특성을 감안해 ‘책무’가 언론보다 강하게 부과됐다. 포털은 기사배열 이력을 남겨야 하고, 기사배열 담당자를 지정하고 공개해야 하며, 기사 제목을 함부로 수정할 수도 없다. 

김남국 의원 논리대로 ‘언론’으로 간주해 책무를 요구하는 점은 의미 있지만, 정부가 개입하면서 ‘모순’이 발생하게 된다. 언론은 표현의 자유 영역에서 보호를 받고 정치권이 언론의 편집에 관여하면 이는 ‘외압’이 된다. 대통령과 정당에서 추천단체와 위원을 정한 기구가 알고리즘을 제출받고 시정 요구에 나설 경우 ‘외압’을 제도화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 디자인=이우림 기자
▲ 디자인=이우림 기자

김남국 의원은 ‘전문가 기구’라는 입장이지만 박근혜 정부 때 비슷한 방식의 추천 구조를 가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선거방송심의위원회에 뉴라이트 교수, 공안 검사 출신 등 전문성이 떨어지고 정파성이 강한 인사들이 위원을 맡은 바 있다.

‘안철수 vs 김남국’ 구도가 되면서 여야의 인식 차처럼 보이지만 정치권 주도의 알고리즘 공개 요구는 야당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지난해 10월 과방위 소속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은 네이버에 항의방문을 하며 “‘뉴스 배열’의 편향성을 제거하기 위해 (알고리즘을) 전적으로 공개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공정한 알고리즘’을 제시할 수 있을까

정치적 개입 논란을 차치하더라도 뉴스 알고리즘을 직접적으로 감시하고 교정까지 하는 제도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어려운 작업이다. 

박근혜 정부 때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뉴스 트러스트위원회’를 만들어 ‘좋은 뉴스를 추천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한 적 있다. 정부 산하기관에서 주도했기에 정치적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논의 끝에 공개된 알고리즘은 정치적 의심은 덜었지만, ‘알고리즘의 공정성’이 합의할 수 없는 개념이라는 사실을 보여줬다.

트러스트위원회는 ‘기사 내용적 요인’에 대한 추천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 기사의 길이 △ 인용문의 수 △ 수치 인용 수 △ 이미지의 수 △ 평균 문장의 길이 △ 제목에 사용된 부사 수 등을 계량화한 알고리즘이다. 본문이 길고, 인용문 수가 많은 기사에는 심층성과 사실성, 중요성에 높은 가중치를 부여하는 식이다.

하지만 기준 하나 하나가 논쟁의 대상이 됐다. 이를테면 인용문이 몇 개 이상이어야 좋은 기사인지, ‘인용문’ 측면에서 좋은 기사로 판단했다면 다른 기사에 비해 어느 정도 가중치를 둬야 하는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오늘날 정치권에서 요구하는 수준은 더욱 판단이 까다로운 ‘정치적 공정성’ 측면이다. 학계에서도 답을 못 찾은 문제를 특정 위원회가 단박에 해결할 수는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해도 ‘빙산의 일각’이다. 뉴스 추천 알고리즘은 ‘기사 내용 요인’ 외에도 이용자의 선호를 반영한 ‘이용자 요인’, 언론사를 판단하는 ‘언론사(작성자)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지난해 닐 모한 구글 부사장은 국내 기자 간담회 자리에서 시사 현안에 대한 유튜브 영상 추천 알고리즘에 연합뉴스, YTN, KBS 등 일부 언론에 가중치를 두고 있다고 밝혀 주목 받은 바 있다.

네이버 역시 언론별로 다양한 요인에 따라 가중치를 두고 있을 텐데, 이를 확인하는 작업이 의미 있을 수 있다. 문제는 어떻게 시정할지다. 예컨대 조선일보와 한겨레는 각각 어느 정도 가중치로 배열돼야 이상적인가. 두 언론의 기사를 똑같은 비중으로 공개하는 것이 ‘공정성’을 구현하는 것인가 등을 따져야 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언론학자는 “알고리즘은 설계자의 편향만 들어가는 게 아니라 이용자 편향이 들어가고, 개입을 하는 순간 또 다른 편향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이상적인 공식을 만들었다 해도 이용자가 특정 언론을 더 많이 봤을 때, 그 언론사를 더 많이 노출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를 임의로 (줄이라는) 조정을 요구하는 것은 편향이 아닌가. 결국 편향이 편향을 낳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네이버는 최선을 다하고 있지 않다

지나친 규제에 대한 지적이 곧 ‘포털의 방식이 옳다’는 말은 아니다. 애초에 네이버의 뉴스 추천 알고리즘은 저널리즘의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설계되지 않았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2019년 네이버 뉴스를 모바일 첫 화면에서 빼고, 언론사 구독·인공지능 배열을 골자로 하는 개편안을 발표하며 “뉴스편집 방식을 버리고 공간과 기술만 제공하는 역할로 물러나 네이버 본연의 정보와 기술 플랫폼에서 답을 찾겠다”는 취지를 강조했다.

하루 수천만 명이 찾는 네이버의 첫 화면 뉴스 배열은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었다. 네이버는 이로 인해 불거진 ‘주관적 개입’과 ‘과도한 영향력’이라는 두 가지 비판에 대응하기 위해 방어적으로 알고리즘을 도입했다. 

그러나 네이버는 알고리즘 역시 ‘주관적 개입’의 결과물일 수 있다는 비판은 외면해왔다. 네이버에 따르면 뉴스 알고리즘 도입 이후 이용자에게 노출되는 기사 수는 100배 가량 늘고, 10만 이상 조회수 기사 수는 24% 감소했다. 이처럼 ‘특정 기사에 대한 영향력’을 줄인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만으로 ‘다양성’ ‘공정성’ ‘공익성’ 등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맹점을 외면해왔다.

▲ 2019년 네이버 첫 화면에서 뉴스를 제외하는 방안과 인공지능 배열 도입을 발표하는 네이버 한성숙 대표. 사진=네이버 제공
▲ 2019년 네이버 첫 화면에서 뉴스를 제외하는 방안과 인공지능 배열 도입을 발표하는 네이버 한성숙 대표. 사진=네이버 제공

결정적으로 네이버의 ‘선택’이 저널리즘 생태계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끈 것인지 스스로 돌아보지 않았다. 알고리즘 배열로 인해 ‘휘발성’이 강한 기사가 더 많은 주목을 받게 된 문제가 불거졌다. 전국언론노조 분석 결과 선거 기간 네이버 100만 이상 구독 언론사에서 많이 읽힌 선거 기사의 57.9%는 정치인 주장 등을 인용한 ‘따옴표’ 기사였다. 네이버가 사람 편집을 할 때 그나마 이뤄지던 심층·기획·해설 기사배열이 사라지고 따옴표 저널리즘이나 온라인 이슈 대응 기사가 랭킹을 휩쓸고 있다.

네이버의 ‘보수편향’을 강조한 MBC 스트레이트 보도의 언론사 분류 기준 등이 논쟁적이지만 네이버를 움직이게 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면이 있다. 보도 이후 네이버는 3년 만에 알고리즘 검토위원회를 다시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최근 네이버는 ‘비정상적 패턴 기사’의 광고 수익을 줄이고, ‘양질의 기사’를 우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기도 하다. 

정부는 큰 틀의 원칙 제시, 사업자는 ‘설명 책임’

정부가 직접 관여와 시정 요구를 하는 것이 부적절하더라도 큰 틀에서 가이드라인을 만들 필요는 있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상업적인 알고리즘을 사업자의 자율적 규제 활동이 아니라 외부적으로 검증하는 건 기술적으로도 어렵다”며 “정부는 정부대로 사업자의 규범 활동에 도입이 되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수준의 연성화된 규제를 하고 사업자는 외부의 목소리를 듣고 설명의 책임을 이행하기 위한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네이버와 다음 모두 기사 배열 원칙을 설명하고 있지만 이를 이용자가 알기 쉽게 전달하고 있지도 않고, 접근성이 높지도 않다. 포털 다음의 뉴스 알고리즘 설명 페이지 조회수는 1000여회에 그칠 정도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전문가 논의를 거쳐 이달 중 ‘AI알고리즘 추천서비스 투명성 확보를 위한 기본원칙’을 발표할 예정이다. 여기서는 △ 인공지능 추천 원칙 설명 △ 영향성, 위험 요인에 대한 평가 △ 제3자 전문가 참여를 통한 독립된 검증 활동 등을 통해 포털 뉴스 알고리즘을 포함한 추천 알고리즘 전반에 대한 규율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 ⓒ gettyimagesbank
▲ ⓒ gettyimagesbank

2018년 ‘네이버 뉴스 기사배열 공론화 포럼’이 최종 발표한 ‘기사배열 원칙’이 ‘사람’과 ‘인공지능’의 병행 편집을 대안으로 제시했다는 사실도 다시금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포럼은 네이버가 뉴스 배열에 대한 사회적 논의 결과를 반영하겠다며 만든 기구였다. 이 포럼의 김성철 위원장(고려대 교수)은 최종 논의 결과를 발표하며 이렇게 말했다. 

“인공지능은 시의성 있고 사람들이 많이 볼 뉴스를 배열할 텐데, 사람들이 잘 보지 않지만 중요한 사회적 의미, 저널리즘적 가치를 갖는 뉴스는 배제될 가능성이 상당하다. 객관적으로 검증된 뉴스 전문가가 내부에서 뉴스 배열을 담당하거나 언론사 기자와의 협업 아래 상호 추천을 통해 와서 하는 방식을 제안한다.” 

김위근 한국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은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게 맞느냐는 근본적 물음을 던져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뉴스 콘텐츠는 시민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알아야 할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이 있다. 페이크 뉴스 논란 등이 엉키면서 시민의 피로감이 높아지는 상황이고, 검증된 뉴스의 중요성이 커졌다”며 “포털은 중요한 정보를 담은 뉴스를 (직접) 노출하고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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