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동조합이 고 이재학 CJB청주방송 PD의 근로자지위소송 2심 승소에 “판결이 남긴 과제는 또 다른 이재학이 더 이상 없게 하는 일”이라며 방송사와 정부의 전향적 문제 해결과 제도개선을 촉구했다.

언론노조는 13일 낸 성명에서 “미디어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선례를 남기고자 했던 고인의 뜻과 유족의 아픔이 치유되는 판결이 나온 것은 매우 다행”이라며 “항소심 판결이 남긴 과제 또한 선명하다”고 밝혔다.

언론노조는 “지난해 12월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공공부문 방송사에서 일하는 노동자 10명 중 4명이 비정규직·프리랜서 등 불안정 노동자”라며 “이재학 PD가 일했던 청주방송 MD부터 MBC본사와 JTBC 방송작가, YTN CG 노동자 그리고 수많은 뉴미디어 노동자들이 근로자성을 인정받기 위한 힘겨운 법적 투쟁을 벌이고 있다. 언제까지 비정규직 노동자 개인이 본인의 근로자성을 인정받기 위한 험난한 투쟁을 하도록 방치할 것인가”라고 했다.

언론노조는 방송사들의 문제 해결을 재차 촉구했다. “방송사들은 여전히 법원 결정을 받아보겠다며 비정규직 문제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고 이재학 PD 소송처럼 방송사는 재판 결과와 무관하게 그 과정에서 얻을 건 없고, 실만 남을 것”이라고 했다. MBC는 최근 중앙노동위원회가 보도국 방송작가의 근로자 지위를 인정하고 정규직 고용을 시정명령한 데에 불복해 행정소송에 돌입했다.

언론노조는 비정규직의 노동권 보장을 위한 제도 개선과 정책 마련도 요구했다. 언론노조는 “고용노동부가 지난 4월 말 KBS와 MBC, SBS에 방송작가 등 비정규 노동자에 대한 실태 조사와 근로감독에 들어갔다”며 “들려오는 얘기는 매우 우려스럽다”고 했다. 제보에 따르면 개시 3주가 지나도록 근로감독에 대한 별다른 조치가 없다는 것이다. 언론노조는 “시늉만으로는 부조리한 관행을 타파하는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없다. 이제라도 엄정하게 근로감독을 시행하라”고 했다.

▲청주방송 고 이재학 PD 대책위는 13일 오후 청주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학 PD 근로자 지위를 인정한 2심 판결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사진=손가영 기자
▲청주방송 고 이재학 PD 대책위는 13일 오후 청주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학 PD 근로자 지위를 인정한 2심 판결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사진=손가영 기자

언론노조는 지상파 외 방송사와 뉴미디어 직군을 비정규직으로 사용하고 있는 언론사 근로감독도 요구하고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 서비스를 대상으로 뉴미디어 영상 콘텐츠를 만드는 업계에 대한 근로감독도 더는 미룰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사들에게 비정규직 실태 조사결과 제출을 재허가 요구조건으로 내건 데 대해서도 “면밀히 살펴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방송사에 강력 행정조치를 내려야 한다”고 했다.

언론노조는 끝으로 “방송사 비정규직 문제는 더 이상 비정규직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언론노동자가 앞장서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이끌어 나가자. 언론노조는 전국 미디어비정규 노동자의 든든한 동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PD는 만 13년 간 ‘무늬만 프리랜서’로 청주방송 조연출과 연출 근무를 하다 2018년 4월 스태프 처우개선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구두로 해고됐다. 같은 해 9월 청주지법에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냈지만 지난해 1월22일 1심에서 패소했다. 이 PD는 그로부터 2주 뒤인 2월4일 억울하다는 유서를 남기고 숨졌다.

청주지법 2-2민사부(이성기·최유나·오태환 법관)는 지난 13일 항소심에서 이 PD의 근로기준법상 노동자 지위와 부당해고가 인정된다며 원고 승소 판정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증거에 의하면 고 이재학이 청주방송 근로자였던 점과 부당해고 당한 점이 인정된다”며 “청주방송은 원고들에게 각 3150만원을 지급하고 소송 비용을 부담하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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