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 대표 취임 후 처음으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언론개혁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언론개혁 성격에 대해 일부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뚜렷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송 대표는 14일 오전 청와대 1층 총무실에서 열린 민주당 지도부 초청 간담회에 문 대통령과 만나 “저희가 개혁 어젠다를 아직 공개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지금 검찰개혁과 언론개혁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송 대표는 검찰개혁에 대해 “1차 검찰 개혁이 성과가 없는 게 아니다. 우리나라 역사에서 처음으로 기소독점주의를 파괴하고 (검찰을) 견제하는 공수처를 발족시켰다. 검경 수사권 분리를 하고 수사지휘권을 폐지하는 방안을 만들었는데, 성과가 너무 빛을 안(못) 보는 면이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송 대표는 “2차로 지금 제기하는 수사·기소권 분리 문제의 속도 조절을 어떻게 해갈 것인지 청와대와도 긴밀히 나중에 상의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언론개혁을 두고 송 대표는 “언론개혁은 여·야를 넘어 우리 대한민국 언론 환경을 제대로 만든다는 차원에서 꼭 필요한 개혁”이라며 “저희들이 최고위원 논의를 통해 잘 수렴해 가겠다는 말씀을 드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문 대통령이 무슨 답변을 했는지 알려지지 않았다. 이 자리에 배석한 고용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14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언론개혁, 검찰개혁 문제는 긴 말씀 않고, 잠깐 언급했다”며 “문 대통령이 언론개혁 성격에 대한 얘기를 잠깐 했으나 구체적 방향에 관한 말씀까지 하진 않았다”고 전했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언론개혁 어젠다 방향이 무엇이냐는 질의에 고 대변인은 송 대표 역시 그동안의 공개 발언 외에 별도 언급을 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총무실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초청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총무실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초청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문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정권이 언론장악을 할 수 없도록 하는 제도 개혁을 확실히 하겠다고 했으나 아직 입법으로 실현된 것은 없다. 청와대나 정부가 적극적 노력을 기울이지도, 이렇다할 실적도 없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8월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공영방송의 공공성 확보 방안을 묻는 신호 YTN 기자의 질의에 “언론의 공공성을 확보하고,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은 기본적으로는 언론이 자율적으로 해야 하는 일”이라며 “그러나 공영방송의 경우 기본적으로 지난 정부 동안 공영방송을 장악하려는 노력들이 있었고, 그게 실제 현실이 됐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저는 공영방송을 정권 목적으로 장악하려 했던 정권도 나쁘지만, 그렇게 장악 당한 언론에도 많은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언론의 공공성 확보와 언론 자유를 보장 받기 위한 노력들은 언론 스스로 해야 할 일이다. 적어도 문재인 정부는 언론을 정권의 목적으로 장악하려는 시도는 하지 않겠다는 것을 확실히 약속드리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를 위해 지배구조 개선을 제도적으로 보장해, 정권이 언론을 장악하지 못하도록 하는 확실한 방안을 입법을 통해 강구하겠다”며 “이미 국회에 그런 법안이 계류되고 있는데, 법안 통과를 위해 정부도 함께 힘을 모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러나 그 약속은 4년이 지난 지금도 이행되지 않고 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오전 청와대 충무실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초청 간담회에서 문재인 대통령 등에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오전 청와대 충무실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초청 간담회에서 문재인 대통령 등에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한편, 송 대표는 문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부동산 재산세 문제부터 긴밀히 논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대한민국이 백신 생산 허브기지가 되도록 뒷받침 △반도체 세제 및 인프라 지원을 위해 삼성·SK하이닉스의 납품단가 후려치기 행태 개선 등의 조건 요구 △탄소중립화를 위해 SRM 분야와 원전 폐기(해체) 산업의 한미간 협력 등을 제시했다.

송 대표는 이 밖에도 4차 국가 철도망 계획 관련 GTX-D노선인 ‘김부선’이 김포에서 끝나는 바람에 서부 지역에 상당한 민심 이반이 있고, 달빛철도 즉 대구와 광주 연결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 당이 유능해야 하며 이는 단합된 모습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그는 “임기 마지막이 되면 정부와 여당 간에 틈이 벌어지기도 하고, 당도 선거를 앞두고 경쟁 때문에 분열된 모습을 보였던 것이 과거 정당의 역사”라며 “우리가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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