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전 대표와 중진 의원의 백신 편가르기 발언에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국민에게 사과하겠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황교안 전 국민의힘(당시 미래통합당) 대표는 지난 12일 보도자료에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조정관 등을 만난 내용과 관련해 “특히 국민의힘 소속 지자체장들이 있는 서울, 부산, 제주 등이라도 굳건한 한미동맹의 상징적 차원에서 백신 1000만명 분 지원을 부탁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같은 당 장제원 의원이 페이스북에 “자중하기 바란다”며 “아무리 대권 행보가 급했다지만, 미국까지 가서 국민의힘 단체장이 있는 서울, 부산, 제주라도 백신을 달라니요? 국민의힘 단체장이 있는 지역 국민만 국민입니까? 나라 망신도 이런 망신이 어디 있습니까”라고 비판했다. 그는 “코로나로 상처받고 힘들어 하는 국민 앞에서 백신까지도 편가르기 도구로 이용하는 전직 총리의 어설픈 백신 정치가 국민을 얼마나 짜증나게 하고 있는지 깨닫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 11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안정성과 효능 우려에 진지해져야 한다”며 자신은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을 맞겠다고 밝혀 진행자와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대표가 방미중이던 지난 11일 마크 내퍼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부차관보와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황교안 페이스북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대표가 방미중이던 지난 11일 마크 내퍼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부차관보와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황교안 페이스북

이와 같은 발언 논란에 천하람 국민의힘 순천광양곡성구례갑 당협위원장은 14일 오전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그렇게 말 사고를 치는 분들은 소수다. 많은 초선 의원들을 비롯한 건전한 다수가 (백신 발언 논란에) 대놓고 반대 의견을 내지 않아서 그렇지 굉장히 많은 문제 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천 위원장은 조경태 의원을 두고 “자기들끼리 밥 먹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으나 당대표 후보까지 나온 분이 공적인 미디어에서 그런 이야기를 하고, 백신 전문가도 아니면서 백신을 지나치게 정치 공방 소재로 삼는 것 자체가 좋지 않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그는 황교안 전 대표가 ‘국민의힘 단체장 지역에만이라도 백신을 달라’고 한 발언에 대해서도 “당 내부에 굉장히 불만이 많다”며 “전직 총리까지 하셨던 분이 본인 전문 분야도 아니면서 정치적 득점을 위해 무리하다 보니까 그런 이야기들이 나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천 위원장은 “저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사과했다.

천 위원장은 다만 백신접종률을 높이려면 불안하지 않다고만 할 것이 아니라 부작용이 생긴 분들에게 충분한 보상을 해주고 그분들에게 국가가 ‘3대를 책임진다’ 정도의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천하람 국민의힘 순천곡성 당협위원장이 14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어준의 뉴스공장 갈무리
▲천하람 국민의힘 순천곡성 당협위원장이 14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어준의 뉴스공장 갈무리

의사 출신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14일 오전 브리핑에서 “야당 의원들의 백신 정치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며 “자칭 타칭 외교 사절단으로 미국에 가신 분들께서 외교 결례를 범하고 있지 않은지 걱정”이라고 비판했다. 신 대변인은 조경태 의원 사례를 들어 “화이자 백신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효과성 차별 발언을 근거 없이 고집하는 야당의 중진 의원도 있다”며 “발언 하나하나가 바이러스에 안전한 국가로 가기 위한 국민 참여 노력을 저해하는 것은 아닌지, 성찰하길 당부드린다”고 촉구했다.

이에 황교안 전 대표는 지난 13일 오전 페이스북과 블로그를 통해 “정부가 더욱 적극적으로 협상하라고 압박하고자 몇 가지 예를 든 것”이라며 “소극적으로 했다가 협상을 그르치면, 다른 방법도 있을 수 있다는 압박이었다. 오로지 청와대, 정부, 여당을 독려하기 위한 수사였다”고 해명했다. 황 전 대표는 “저는 ‘국민 편가르기’ 생각은 전혀 없다”며 “장제원 의원을 비롯해 이 일로 마음 상하신 분이 계시다면 사과드린다”며 “다급하고 절박한 마음에서 한 절규임을 이해해 주시기 바란다”고 썼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