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5월, 금리는 어디로?

미국이 아주 드라마틱한 5월을 보내고 있다. 5월7일 미국 노동부는 4월 중 비농업 신규 고용이 26.6만명이라고 밝혔는데, 이는 100만명을 예상한 기대에 한참이나 못 미치는 것이었다. 실업률도 6.1%를 기록하며 전월(6.0%)보다 오히려 상승했다. 또 5월11일 발표한 구인·이직 보고서에 따르면 3월 채용공고는 812만건이었지만, 실제 채용은 600만건이었다며 212만건의 일자리가 채용되지 못하고 남아돌았다고 밝혔다. 명백하게 고용지표가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여기에 물가가 들썩이기 시작했다. 5월12일에 발표된 4월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은 전년 같은 달보다 4.2%(예상 3.6%), 전월 대비 0.8%(예상 0.2%)로 모두 예상을 큰 폭으로 넘었다. 특히 반도체 공급 부족에 이어 5월6일과 7일 사이 코로니얼 파이프라인에 대한 사이버 공격으로 그다음 주 남동부 해안지역에 연료유 공급이 중단되면서 가솔린 소매가격이 2014년 이후 처음으로 갤런당 3달러를 넘어섰다.

한편에서는 고용지표의 부진으로 미국 연준의 완화적 통화정책이 더 연장될 것 아닌가 하는 전망을 부채질하는 반면에 임금상승과 공급 부족(공급망 혼란)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가 현실화하며 연준 통화정책 기조에 변화가 있지 않겠냐고 하는 ‘테이퍼링과 금리 인상’ 공포가 교차하며 주식시장을 휩쓸고 지나갔다. (여기에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가 ‘테슬라 결제를 비트코인으로 하지 않겠다’고 말을 번복하고 트위터상에서 코인 관련한 오락가락 발언을 일삼자 소위 ‘머스크 리스크’가 확대하면서 코인 시장까지 요동치기 시작했다)

양적완화 등으로 시중 유동성이 폭증해 있고 가계와 기업이 돈을 어마무시하게 끌어다 쓰면서 부채가 폭증해 있는 상황이라 궁극적으로는 미국 연준(Fed)의 통화정책과 기준금리의 향배에 모든 관심이 쏠려 있다. 노동시장에서 구인난이 발생하고 임금이 오르는 것도, 반도체와 석유 공급이 달려 관련 물가가 치솟는 것도 인플레이션 그 자체에 대한 우려보다도 이에 따라 연준이 양적완화의 기조를 바꾸거나 금리가 올라가면 어쩌나 하는 공포심으로 시장을 바라보고 있다.

실업수당 때문에 취업률이 떨어졌다?

“고마해라, 마이 무따 아이가”와 “나는 아직 배가 고프다”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사람들의 관심을 뒤로하고 5월 사태, 구인난의 본질인 노동시장 문제로 관심을 돌려 보자. 우선 구인난, 남아도는 일자리 사태의 원인은 무엇일까? 미국 언론은 크게 세 가지 요인을 꼽는다. 첫째, 코로나 감염의 여전한 우려 둘째, 학교가 아직 정상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아이 돌봄에 대한 책임 셋째, 실업수당보다도 작은 저임금 일자리 양산 문제로 취업이 지체되거나 실업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고 본다. 그런데, 세 번째 이유는 말을 뒤집으면 과도하게 높은 실업수당 때문에 취업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각 주가 제공하는 실업수당(50개 주 평균 주급 387달러)에 연방 실업수당 300달러를 더 얹어 매주 평균 687달러(77만원)를 9월까지 지급하기로 연장했다. 이 실업수당은 한 달이면 2748달러(309만원) 정도다. 미국의 공화당과 보수진영은 높은 실업수당이 구인난의 최대 원인이라며 실업수당 삭감에 나서고 있다. 공화당 주지사인 중부지역 13개 주들은 9월까지 지급할 예정인 추가 연방 실업수당(주당 300달러) 지급을 6월 중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높은 실업수당이 저조한 취업률, 노동력 부족 사태에서 하나의 원인일 수는 있어도 근본적인 원인일 수는 없다. 이 문제는 지금 누가, 왜 실업 상태에 있고 어떤 분야와 업종에서 일자리가 남아도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 조 바이든(Joe Biden) 미국 대통령. 사진=flickr
▲ 조 바이든(Joe Biden) 미국 대통령. 사진=flickr

여성 실업과 돌봄 책임

미국의 4월 고용유입은 지난 3개월 평균보다 25만2000명 증가했다. 이게 많은 것이 아니라, 순 고용 증가율은 비정상적으로 큰 실업 증가로 억제되었다. 실제로 노동시장 참여율은 4월에도 증가했지만, 노동력 증가의 100% 이상을 남성이 차지했다. 취업자가 된 남성보다 훨씬 더 많은 여성이 실업자가 되었다는 얘기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4월에 20세 이상 여성 16.5만명이 노동시장에서 철수했다.

왜 여성 실업이 이렇게 증가하는가? 바로 아이 돌봄 때문이다. 돌봄의 책임은 미국에서도 여성의 부담으로 남아 있다. 아직도 미국 전체 학교의 4분의 1 이상이 정상화되지 않고 있으며, 이로 인해 많은 학부모가 정상적인 노동 환경으로 복귀하는 데 큰 장벽을 가지고 있다. 이는 노동 공급의 주요 병목 현상인 돌봄의 책임이 여전히 여성에게 훨씬 더 많이 지워진다는 점과 일치한다. 또한, 코로나 감염 우려가 여전하기 때문에 특히 대면접촉이 많은 서비스 업종에서 취업이 지체되고 있다. 미국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4월 말 현재 약 420만명의 미국인들이 건강상의 문제로 구직활동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3월 고용부족 업종과 4월 고용증가 업종 점유율. 출처=Economic Policy Institute
▲ 3월 고용부족 업종과 4월 고용증가 업종 점유율. 출처=Economic Policy Institute

두 번째, 어떤 업종에서 일자리가 남아도는가를 살펴보자. 위 그림은 2020년 2월(코로나 팬데믹 이전) 대비 2021년 3월 줄어든 820만개의 일자리 중 산업별 점유율과 올해 4월 산업별 일자리 성장 점유율을 보여준다. 레저 및 접객업 부문(숙박·음식업과 예술·엔터테인먼트·레크리에이션을 포함하는 부문)의 4월 일자리 증가율이 나머지 일자리 격차의 점유율을 훨씬 초과하고 있다. 대부분의 구인난, 남아도는 일자리가 레저와 접객업(leisure and hospitality)에서 발생했음을 알 수 있다.

레저와 접객업종은 여성고용이 많고 대표적인 저임금 사업장이다. 이런 저임금 부문은 4월에 상당한 비율로 가장 빠른 일자리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 1년 동안 많은 서비스 부문에서 고용과 임금은 뚜렷이 악화하였다. 특히 레저와 접객업의 코로나 이전 고용인원은 모두 1440만 명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두 달 동안 절반 정도의 인원이 해고됐고, 임금도 지난 1년 동안 정체 또는 삭감된 상태로 보냈다. 최근 수요가 다시 회복되면서 일자리와 채용도 빠르게 증가하고 구인난에 따라 임금도 상승하고 있지만, 여전히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4월 레스토랑, 바, 호텔, 놀이 공원 및 기타 엔터테인먼트를 포함하는 업종의 평균 주급은 477.40달러에 불과했다. 레저와 접객업 중에 생산직과 비감독직 노동자 주급은 연봉으로 환산할 경우 2만628달러에 불과하고 가장 낮은 임금수준이다.

▲ 그래프 출처=폴 크루그먼(paul krugman) 트위터
▲ 그래프 출처=폴 크루그먼(paul krugman) 트위터

연방 실업 수당은 아이 돌봄 수당

실업수당은 연방 실업수당(300달러)까지 포함하면 평균 687달러로 접객업의 평균 주급인 477달러보다 210달러가 많다. 당연히 연방정부가 추가 실업수당을 보장한 9월까지는 실업수당보다 더 적은 임금을 받는 저임금 일자리를 선호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공화당 주지사가 있는 주와 같이 연방 실업수당을 조기에 삭감하거나 9월 이후 종료되어 연방 수당이 삭감되면, 취업률은 오르겠지만 적정 임금을 받으며 안전하게 일할 노동자의 권리는 오히려 무시당하게 된다. 여성 노동자 특히 흑인, 히스패닉, 아시아계 여성의 실질 소득은 줄어들어 취업에도 불구하고 빈곤은 더 심화하게 된다. 학교가 정상화되면 아이 돌봄에 대한 여성의 직접적인 부담은 다소 줄어들지만 그렇다고 돌봄에 대한 책임이 완화되지 않는다. 저임금은 물론 돌봄과 가사노동에 대한 이중부담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

그러므로 현재의 실업수당 특히 연방 실업수당은 다른 무엇보다 여성에 대한 아이 돌봄 수당의 성격이 매우 강하다. 단순히 임금 소득에 대한 보전뿐만 아니라 아이 돌봄까지 떠맡고 있는 여성들에 대한 연방 차원의 보조금이라고 봐야 한다. 연방 실업수당 때문에 여성들은 학교가 정상화되지 못한 상황에서도 아이들을 돌볼 수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는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 재건 계획(Build back better plan)에서 지난 3월31일 2.2조 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 중심의 ‘미국 일자리 계획(American jobs plan)’이어 4월28일 보육과 교육 지원 중심의 1.8조 달러 규모의 ‘미국 가족 계획(American family plan)’을 발표한 것도 일맥상통한다.

이처럼 현재 미국의 구인난, 노동력 부족 사태에는 코로나로 인한 안전문제와 함께 여성 중심의 돌봄과 가사노동에 대한 사회적 책임, 사회적 지급 문제가 관건으로 등장하고 있다. 여기서 바이든 행정부는 연방 실업수당과 미국가족계획(American family plan)을 통해 일시적이고 부분적이지만 연방 정부 차원의 계획과 정책을 구사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9월에 학교가 정상화되고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확대하면 연방 실업수당도 종료되고 여성의 돌봄과 가사노동에 대한 사회적 지원과 지급도 완전히 종료된다. 그리고 노동자들, 여성 노동자들은 이 일자리에 복귀한다. 저임금 일자리다.

한국, 여성의 돌봄 책임과 저임금 일자리

한국이라고 상황이 다르지 않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여성들이 더 큰 충격을 받았다. 한국은행은 “코로나 이후 여성 고용 악화는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여성 고용 비중이 높은 서비스업 등이 코로나로 가장 큰 타격을 받았고 특히 학교와 어린이집 폐쇄로 돌봄 부담 증가가 기혼 여성의 고용을 크게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 2020년 11월24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의 한 어린이집에서 교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소독을 하고 있다. 용인시는 지역 키즈카페를 연결고리로 한 코로나19가 확산함에 따라 추가 감염을 막기 위해 11월23일 관내 어린이집 865개소에 휴원 명령을 내렸다. 휴원 시에는 특별활동, 외부활동, 집단행사, 집합교육을 할 수 없다. ⓒ 연합뉴스
▲ 2020년 11월24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의 한 어린이집에서 교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소독을 하고 있다. 용인시는 지역 키즈카페를 연결고리로 한 코로나19가 확산함에 따라 추가 감염을 막기 위해 11월23일 관내 어린이집 865개소에 휴원 명령을 내렸다. 휴원 시에는 특별활동, 외부활동, 집단행사, 집합교육을 할 수 없다. ⓒ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5월6일 발표한 ‘코로나19와 여성고용: 팬데믹 vs 일반적인 경기침체 비교를 중심으로’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 이후 여성 취업자 수는 최대 5.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자가 2.4% 감소한 남성에 비해 감소 폭이 두 배 이상 컸다. 또한 여성 고용률은 남성 고용률보다 0.9%P 더 하락했고, 여성 실업률은 남성 실업률보다 1.7%P 더 상승했다.

특히 학교와 어린이집이 폐쇄되면서 돌봄 부담이 큰 기혼여성의 실업이 더 확대됐다. 팬데믹 이후 1년간 여성 취업자 수(30~45세 기준) 감소 중 기혼여성의 기여율이 95.4%지만, 미혼여성의 기여율은 4.6%에 불과했다. 미혼 여성 취업자는 코로나 확산 초기에 6% 내외 감소한 이후 6개월 만에 이전 수준을 회복했지만, 육아 부담이 있는 기혼여성 취업자는 초기에 약 10% 줄어든 뒤 1년 동안 회복이 부진했다. 또 자녀 수가 많거나 초등학생 자녀를 둔 기혼여성의 고용률은 더 큰 폭으로 하락했다. 돌봄과 가사노동은 남성보다 여성이 더 많이 분담하기 때문에 코로나19 이후 늘어난 돌봄 부담이 대부분 여성에게 전가됐다.

그런데도, 한국 사회에서 돌봄에 대한 사회적 지원이나 지급 체계는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정부는 아이 돌봄 비용과 시간을 소폭 상향 지원하는 데 그쳤다. 실업급여나 여타의 공적 지원이 돌봄의 시간을 채워주지 못했고 대부분 여성 개인의 책임과 부담으로 그대로 전가되었다. 그 결과 자녀가 있는 여성들은 실업 상태를 유지하거나 취업 복귀가 늦춰졌다.

여성 실업의 증가라는 현상은 같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 실업수당으로 돌봄 시간 동안 임금 손실의 공백을 어느 정도 매울 수 있었던 반면, 한국의 여성들은 돌봄의 대가로 실업 그 자체, 임금 삭감 또는 비용 증대로 이를 받았다.

코로나 이후 모든 것이 그 이전으로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상황이 달라질 것 같지가 않다. 돌봄과 가사노동의 책임은 여전히 여성 개인에게 지워져 있고 그 시간은 무급, 실업, 비임금, 비용 지급의 시간과 동일하다. 그뿐만 아니라 회복되는 일자리는 심지어 과거와도 같지 않아 더욱 단시간의 저임금 일자리가 양산되고 있다.

2021년 1분기 신규채용(3개월 미만 근속자)이 3.6만명 늘어났는데, ‘상용직’보다는 ‘임시일용직’이 3.7만명 증가했다. 연령대별로도 60세 미만은 –2.9만명(감소했고), 60세 이상은 6.5만명이 증가했다. 임시·일용직과 정부 일자리 사업에 영향으로 60세 이상 고용이 신규채용 증가를 주도했다. 또한 2020년 2분기부터 2021년 1분기까지 4분기 연속 전체 취업자는 감소(평균 38.6만명 감소)했지만 같은 기간 초단시간 일자리(주 15시간미만 취업자)는 오히려 증가(평균 3.0만 명)했다.

돌봄과 가사노동의 사회화가 왜 시급한 문제인지, 코로나바이러스가 일깨워 주고 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