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과 컴퓨터’로 유명한 한컴그룹 계열사가 지분을 투자해 ‘한컴 코인’으로 불리며 1000배 넘게 급등했던 가상화폐 아로와나토큰에 대해 비판 기사를 작성한 신문들이 비판 기사를 보도한 후 며칠 뒤 아로와나토큰 광고를 지면에 실어줬다. 조선일보의 경우 광고를 실어준 이후에도 아로와나토큰에 대한 비판 기사를 여전히 보도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21일자 1면 “시총 15조원 찍었던 코인의 실체 자본금 840만원 ‘페이퍼 컴퍼니’”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글과 컴퓨터’로 유명한 한컴그룹이 참여했다는 후광을 업고 1000배 넘게 올랐다 폭락한 가상 화폐 아로와나토큰을 발행한 싱가포르 회사의 자본금이 840만원(1만 싱가포르달러)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지난 21일자 조선일보 1면.
▲지난 21일자 조선일보 1면.
▲지난달 28일자 매일경제 칼럼.
▲지난달 28일자 매일경제 칼럼.

조선일보는 이어 “한컴그룹의 지주사인 한컴위드는 지난달 아로와나토큰 상장 직전에 ‘한컴싱가포르를 통해 아로와나테크에 투자했다’고 발표했고,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그런데 싱가포르 기업청의 공시 자료에 따르면 한컴의 지분은 500싱가포르달러(약 42만원)이고, 나머지는 아로와나테크 윤성호 대표가 갖고 있다”고 했다. 한컴위드 투자참여로 인기를 끈 아로와나토큰의 한컴 지분이 겨우 42만원이라는 지적을 한 것.

매일경제도 지난달부터 아로와나토큰에 대해 문제 제기하는 기사를 썼다. 매경은 칼럼에서 아로와나토큰을 ‘투기코인’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매경은 지난달 28일자 오피니언면에 “50원에 상장된 코인이 30분 만에 1075배나 폭등한 거래는 투자자의 혼을 쏙   빼놓기에 충분했다. 100만원을 투자하면 10억7500만원이 됐다는 것인데 역사상 이런 투기는 없었다. 지난주 ‘빗썸’에 상장된 아로와나 얘기인데 세계에서 한국 외에 이런 국가가 없다”고 짚은 뒤 “한컴 계열사의 아로와나 토큰에서 보듯 거래소와 발행자가 짜고 돈 먹기의 탐욕에 완전히 노출돼 있다”고 비판했다.

연일 언론들이 아로와나토큰에 대한 비판 기사를 보도하는데, 아로와나토큰은 신문들에 광고했다. 아로와나토큰은 지난 25일자 조선일보(2면)와 중앙일보(2면), 동아일보(4면)에 광고했다. 또 26일자 매일경제(3면)와 한국경제(3면)에도 광고했다.

▲지난 25일자 조선일보 2면에 실린 아로와나토큰 광고.
▲지난 25일자 조선일보 2면에 실린 아로와나토큰 광고.
▲지난 25일자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아로와나토큰 광고.
▲지난 25일자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아로와나토큰 광고.
▲26일자 매일경제, 한국경제 아로와나토큰 광고.
▲26일자 매일경제, 한국경제 아로와나토큰 광고.

아로와나토큰은 신문들에 자신들을 “아로와나토큰은 한컴그룹의 네트워크 토큰이다. 아로와나 금 쥬얼리와 함께 운영하는 토큰이다. K토큰의 대표주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소개한 뒤 “아로와나는 남아메리카 아마존 등에 분포하는 민물고기, 세계에서 가장 큰 관상어 중 하나다. 한컴그룹 회장이 직접 디자인했다”고 홍보했다. 

조선일보는 지난 25일자 신문에 아로와나토큰 광고를 실은 것과 별개로 여전히 비판하는 기사를 이어가고 있다. 조선일보는 25일자 경제 2면에 “투자자 모르게 한달새 4번 바꿨다, 못 믿을 ‘한컴코인’ 백서”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아로와나토큰이 상장 후 한 달 새 사업계획서를 최소 4번 수정해 논란이 되고 있다는 기사를 보도했다. 또 26일자 온라인 기사에서도 아로와나토큰을 비판했다.

이를 두고 방송사의 한 기자는 “1면 단독 기사로 아로와나토큰을 비판했는데 저런 광고를 안 실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한 뒤 “의견광고는 게재할 수 있지만 사기성이 짙다고 1면에 단독 보도했으면서 명백한 제품 또는 서비스 홍보성 광고를 실으면 되냐”고 비판했다.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신문법에도 신문의 편집과 광고를 분리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비판한 대상이 광고하겠다고 했는데 신문사에서 우리가 비판해서 광고를 안 받는다고 할 순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그러나 “비판 보도 후 광고가 들어와 보도에 영향을 받아 논조가 바뀌면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