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일부터 보도 부문 전반을 개편하는 JTBC가 사내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개편설명회를 진행한 가운데 이규연 JTBC 보도총괄을 향한 비판적인 질문이 쏟아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설명회 당시 기자들은 이규연 보도총괄에게 어떤 가치와 목표를 가지고 개편하는지 물었으며, 소통의 문제 등을 지적했다. 설명회 이틀 뒤 JTBC ‘뉴스룸’을 총괄하는 뉴스제작1팀장이 사퇴 의사를 밝혀 간담회 이후 ‘내홍’이 더 심해지는 모양새다.

JTBC는 지난달 26일 오후 9시 JTBC 사옥 6층에서 JTBC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개편설명회를 진행했다. 약 4시간 동안 진행된 개편설명회에선 무슨 말이 오갔을까. 미디어오늘 취재 결과 이날 JTBC 기자들은 “전략을 가진 개편이 맞는지” “탑다운 방식의 소통 문제를 해결할 대안은 있는지” “JTBC만의 가치가 지켜지는지” 등에 대해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JTBC ‘뉴스룸’이 오는 7일 개편한다. 2014년부터 JTBC ‘뉴스룸’을 진행해온 안나경 앵커는 자리를 지킨다. 남성 앵커는 서복현 기자에서 오대영 기자로 바뀐다. 사진=JTBC.
▲JTBC ‘뉴스룸’이 오는 7일 개편한다. 2014년부터 JTBC ‘뉴스룸’을 진행해온 안나경 앵커는 자리를 지킨다. 남성 앵커는 서복현 기자에서 오대영 기자로 바뀐다. 사진=JTBC.

기자들과 질의응답 전 이규연 보도총괄은 “우리만의 뉴스 가치를 보여주는 보도를 당연히 해야 한다. 손석희 앵커가 있었을 때 영광과 장점은 대단했다. 근데 지금은 없다. 할 수만 있다면 그분을 모셔오고 싶지만 손석희가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한 뒤 “뉴스룸의 핵심가치 네 가지를 지킬 것이다. 뉴스 형식이 종편다워진다는 말에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싶다. 이런 오해가 발생하는 것에 대해 소통의 부재 문제로 인한 저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정성 들여 국민의 기사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석희 사장이 앵커일 당시 JTBC는 사실·공정·균형·품위를 4가지 원칙으로 내세웠다. 이와 관련 JTBC A기자는 “뉴스룸 네 가지 원칙에 변함없고, (다른) 종편 뉴스 형식으로 안 간다고 말했는데 현장에서 일하는 기자들은 (타 종편과) 비슷하다고 느낀다”고 토로한 뒤 “개편을 위해 모인 자리지만, 개편의 목표가 무엇인지, 어떤 시청층을 가져올 것인지 등의 목표가 공유돼있지 않다. 우리는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냐”고 물었다.

이에 이규연 보도총괄은 “우리의 목표가 어떤 거다, 어떤 시청층을 찾겠다는 목표까지 솔직히 있지 않다. 이번 개편이 굉장히 크게 느껴질 수 있지만, 사실은 큰 변화가 아니라고 본다. 1시간 20분 뉴스를 하기에 여러분이 너무 지쳐있다. 그 부분을 줄이겠다는 의미다. 어떤 시청층을 잡아야 할지 여러분들과 함께 만들어 갈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B기자는 “큰 개편이 아니라고 말했지만 큰 개편으로 받아들여진다. 타깃 시청층이 누구인지, 앞으로의 전략 등이 준비되지 않았다고 답변하는 게 조금 어처구니없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규연 보도총괄은 “손 사장이 물러난 이후 1시간 20분 뉴스는 아니라는 지적이 계속 나왔다. 그래서 줄인 것이고, 시청층을 타깃을 정하고 갈 것인지 조금 더 열어놓고 갈 것인지는 우리에게 남아있다. 콘텐츠를 어떻게 만들어 가는지가 중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큰 개편이 아닐 수 있다고 말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소통 문제’도 지적됐다. JTBC C기자는 “그동안 고민을 많이 했다고 했는데 누구와 고민했는지 듣고 싶다. 기존에 짜인 큐시트가 총괄 한마디에 바뀐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하지만 아무도 거기에 대응하지 않는다고 했다. 의사결정 자체가 총괄로부터 탑다운으로 이뤄지고 지금까지 나온 결정도 평기자들은 일방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JTBC D기자 역시 “구성원이 회의가 싫다고 하면 없앤다고 하고, 소통이 안 된다고 말하면 하겠다고 말하는 건 선언에 그치는 행위”라고 말했다.

이에 이규연 보도총괄은 “소통에서의 책임론에 대해서는 부인하지 않겠다”며 “저는 보직자, 부장들과 많은 이야기를 하고 그들이 평기자들과 소통을 해야 한다. 지금 소통이 제대로 안 되고 있어 일방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했다.

‘탐사보도팀이 없어진 것’에 대해서도 질문이 나왔다. JTBC의 E기자는 “탐사기획2팀, 탐사기획1팀이 연속 해체됐다. 왜 해체됐는지 의구심이 남는다”고 밝혔다. 이에 이규연 보도총괄은 “TF에서도 탐사팀에 대한 불만이 끊임없이 적혀 있었다. (탐사팀에) 16~18명이 있었다. 줄이고 줄여서 결국 6명이 됐다. 팀으로서 존재하기 어려운 구조를 갖고 있었다. 탐사팀을 운영하려면 인력을 더 늘려야 하지만 인력이 없다”고 답했다.

단순 영상 뉴스가 아닌 ‘JTBC만의 뉴스를 하자’는 취지의 발언 과정에서 기자들이 문제로 짚은 ‘뉴스브리핑’ 코너에 대한 지적이 나오자 개편설명회 이틀 뒤인 지난달 28일 JTBC ‘뉴스룸’을 제작 총괄하는 JTBC 뉴스제작1팀장은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다. ‘뉴스브리핑’은 1시간20분 뉴스에서 2부 시작 전 안나경 앵커가 여러 영상을 단신 뉴스로 전하는 코너다.

▲안나경 앵커가 단신 뉴스 영상들을 2부 뉴스 시작 전에 소개한다. 사진= JTBC ‘뉴스브리핑’ 화면 갈무리.
▲안나경 앵커가 단신 뉴스 영상들을 2부 뉴스 시작 전에 소개한다. 사진= JTBC ‘뉴스브리핑’ 화면 갈무리.

JTBC의 F기자는 “러시아 8중 추돌, 동물들이 뛰어다니는 장면 등을 보여주면서 눈길을 끄는 식의 브리핑에 대한 문제의식은 기존부터 있었다. 그걸 계속 정례화해서 끌고 가야 하는지 문제의식이 있었음에도 유지되는 건 탑다운 방식의 소통 문제를 방증하는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뉴스제작1팀장은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아무도 평가해주지 않았지만, 많은 이들의 노력이 담긴 코너다. 나름이 시청률 성과도 있었다”고 말한 뒤 “그 노력을 보상받고 싶은 생각은 없었으나 이렇게까지 폄하되고 비판의 표적이 되리란 생각은 해본 적 없다. 나름의 최선을 다해 일해온 뉴스룸 일부 구성원들의 노력을 조롱하는 방식이라는 점에 분명히 항의하고 싶다. 또 상징적으로 ‘브리핑’이란 이름 없는 코너가 집단적 성토의 대상이 됐다는 상황 자체의 어처구니없음을 구성원들 모두가 생각해봤으면 한다”고 밝혔다.

오는 7일부터 이뤄지는 개편에서 메인뉴스 ‘뉴스룸’은 편성시간을 80분에서 60분으로 축소한다. 또 평일 오후 7시40분 방송에서 10분 앞당겨 오후 7시30분 시작한다. 주말 뉴스는 ‘주말&6’라는 이름으로 개편하고, 오후 6시부터 시작해 20분가량 편성한다. 앵커도 교체한다. 손석희 JTBC 대표이사가 지난해 1월2일 앵커에서 물러난 후 1월6일부터 1년5개월간 ‘뉴스룸’을 진행해온 서복현 앵커가 물러나고 오대영 기자가 새 앵커로 나선다. 2014년부터 JTBC ‘뉴스룸’을 진행해온 안나경 앵커는 자리를 지킨다.

JTBC는 평일 ‘뉴스룸’ 앞 시간대인 오후 6시에 ‘썰전 라이브’를 편성하기로 했다. 다가오는 2022년 대선 때까지 각 대선 캠프 진영 인사를 초청해 토론을 진행한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썰전 라이브’에 참여할 예정이다. 썰전을 ‘뉴스룸’ 앞 시간에 배치해 시청률 상승효과를 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JTBC는 개편과 관련, “뉴스와 정보가 넘치는 시대에 시청자들이 원하는 꼭 다뤄야 할 뉴스를 압축적이면서도 깊이 있게 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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