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고려대학교 안암캠퍼스 총학생회 임원으로 세종캠퍼스 소속 학생이 인준받았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고대 학생 커뮤니티에는 ‘세종캠 재학생이 어떻게 총학생회 임원이 될 수 있느냐’는 비하·혐오 게시글이 올라왔다.

세종캠 재학생을 향한 비하·혐오 게시글에 그치지 않고 고대 학생 커뮤니티 ‘고파스’에는 이 같은 소식을 보도한 언론사 기자들을 향한 비하·혐오 게시글 및 메일 공격도 이어지고 있다.

한겨레는 지난달 19일자 12면에 “‘어디서 고대생 흉내야?’ 세종캠 학우에 도넘은 ‘사이버 폭력’”이라는 기사를 냈다. 기사에 따르면 지난 4월14일 고대 학생 온라인 커뮤니티 ‘고파스’와 ‘고려대 에브리타임’에 세종캠퍼스 학생 A씨를 향한 조롱과 혐오로 가득 찬 익명 게시글 수십개가 올라왔다. A씨가 사흘 전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로부터 교육자치국장으로 인준받자 왜 세종캠퍼스 학생이 안암캠퍼스 총학생회 활동을 하냐는 비판이 제기된 것.

▲지난달 19일자 한겨레 12면.
▲지난달 19일자 한겨레 12면.

비판 제기와 함께 고대 커뮤니티에는 A씨의 사진, 이름, 동아리 활동 이력 등의 신상정보도 올라왔다. “어떻게든 서울캠 이미지 갖고 싶어서 발악하네” “이번엔 요직 하나 세종 OO가 차지했던데, 너희는 누가 봐도 고대생이 아니야. 어디서 OO 고대생 흉내를 내고 있어” 등의 글이 올라왔다.

한겨레는 A씨를 인터뷰했다. A씨는 한겨레에 “누군가 나를 쳐다보고 흉보는 것 같아 가슴이 두근거리고 긴장돼 밖에 나가기를 두려워하게 됐다. 비판을 수용하는 것은 당연하나, 개인의 외모, 학벌 등으로 조롱받아 큰 충격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한겨레 보도 이후 연합뉴스가 곧바로 이 소식을 보도했다. 이어 경향신문, 서울신문, 여성신문, 중앙일보, 국민일보, MBN, 파이낸셜뉴스, 세계일보, 파이낸셜뉴스, 한국경제, 한국경제TV, SBS 등도 보도했다.

▲지난달 19일자 연합뉴스 기사.
▲지난달 19일자 연합뉴스 기사.

그러자 고대 학생 커뮤니티에는 ‘언론인’들에 대한 조롱도 이어졌다. 기사를 보도한 기자들의 신상정보를 찾아내 공개하고 비하·혐오 게시글을 올렸다. 또 메일을 보내는 사람도 있었다. 한겨레 기자는 이 기사 보도 이후 자신의 사진이 포함된 메일과 욕설이 담긴 내용의 메일 등 총 5통의 메일을 받았다. 고대 학생 커뮤니티 ‘고파스’에 한 고대생은 “근데 저 한겨레 연합 기사 난 거 고대출신 기자가 쓴 거겠지?”라는 제목의 게시글을 올리고 “본인 실적에 후배들을 파는구나”라고 적었다.

연합뉴스 기자는 ‘고대 출신’이라는 이유로 심각한 인신공격을 받았다. 연합뉴스 기자가 어떤 과 소속이고 몇 학번인지 알려주는 글이 올라왔다. “역겹다” “후배들 팔아서 얻어낸 기삿거리 만족했냐” “기레기” “걍 ○○년임” “그 기자 고파스 실검 1위, 이름 얼굴 다 팔리고 부끄럽지도 않나”와 같은 공격이 이어졌다.

성적인 발언도 이어졌다. 성관계를 하자고 제안하는 듯한 제목의 게시글과 애인과 성관계를 하면 어떨 것이라고 묘사하는 원색적인 댓글도 있었다.

연합뉴스 기자를 향한 비판 게시글이 50건 넘게 이어지자 지난달 24일 ‘고파스’는 “최근 실명을 거론하며 비난글을 올리거나 사진을 올리는 경우가 있어 명예훼손, 모욕 등의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돼 관련 게시물 게재 시 제재할 수 있음을 공지한다. 운영진은 신고를 받은 명예훼손성 게시물을 삭제 처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변 미디어언론위원회 위원장인 김성순 변호사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학벌주의와 캠퍼스 간 차별 현상이라는 사회적 문제의식에 기반한 기사에 대해 해당 문제의 본질을 벗어나 기자 개인에게 쏟아지는 과도한 모욕적, 성희롱적 표현은 민·형사적 제재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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