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김학의 불법 출금 사건’ 주요 피의자로 조사 받고 있는 이성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 조사 과정에서 특혜를 제공했다는 사실을 보도한 TV조선이 해당 보도 후 공수처가 자사 기자를 사찰했다고 추가 보도했다.

이 보도 이후 TV조선 기자가 이성윤 지검장이 포착된 CCTV 입수 과정에서 취재윤리 위반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등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신동욱 TV조선 보도본부장은 취재윤리 위반 논란에 “전혀 위법한 방식으로 취재한 적이 없다”고 반박한 뒤 “이 사건 본질은 공수처의 언론인 사찰”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4월1일자 TV조선 보도화면 갈무리.
▲지난 4월1일자 TV조선 보도화면 갈무리.

TV조선은 지난 4월1일 톱 리포트로 “[단독] 공수처장 관용차로 ‘휴일 에스코트 조사’”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주요 피의자인 이 지검장이 김진욱 공수처장 관용차로 이동해 수사 편의를 받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TV조선은 이 지검장이 과천 정부청사 내 위치한 공수처 인근에서 김 처장 관용차에 올라타는 모습의 영상을 확보해 보도했다.

‘피의자 신분인 권력자를 수사하며 공수처가 편의를 봐줬다’는 TV조선 보도는 한국기자협회가 수여하는 ‘4월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TV조선이 상을 수상하기 위해 기자협회에 제출한 공적 설명서를 보면, CCTV를 확보한 과정에 대한 설명이 담겼다. 

TV조선은 “CCTV를 확보하지 못한 채 돌아서려던 때 현장 근처에서 낡고 먼지가 쌓인, 마치 조명처럼 생긴 CCTV를 발견했다. 정확히 현장을 바라보는 방향은 아니었지만 찍혔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확실한 기대 속에 낡은 CCTV를 관리하는 책임자를 찾아갔다. ‘함께 돌려 보기만이라도 하자’는 제안을 하고 끈질기게 설득했다”며 “서울중앙지검장이 뒷골목에서 두리번 거리면서 몰래 차를 옮겨타는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취재진은 일단 관리자에게 ‘공익을 위한 보도’라고 설득한 끝에 CCTV영상을 입수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논란은 TV조선의 추가 보도 이후 불거졌다. TV조선은 지난 3일 톱으로 “공직자 수사기관인데… 언론 보도 ‘뒷조사’”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보도했다. 지난 4월1일 이 지검장이 김 처장의 관용차를 타고 공수처로 이동해 에스코트 조사를 받았다는 보도 이후 공수처 수사관 2명이 TV조선 기자가 CCTV 영상을 입수한 사건의 현장을 찾아 취재 경위를 세세하게 캐묻고 기자 모습이 담긴 CCTV 등을 가져간 사실을 확인했다는 내용이다.

▲지난 6월3일자 TV조선 보도화면 갈무리.
▲지난 6월3일자 TV조선 보도화면 갈무리.

‘공수처의 언론인 사찰’이라는 해당 TV조선 보도 이후 공수처는 지난 3일 저녁 기자들에게 문자로 “공수처는 당시 수사기관만 보유하고 있어야 할 수사 자료인 CCTV 영상이 부당한 경로로 유출됐다는 첩보 확인을 위해 해당 CCTV 관리자를 대상으로 탐문 등 사실 확인 절차를 진행한 사실이 있다. 당시 신원미상의 여성이 위법한 방식으로 관련 동영상을 확보했다는 사건 관계인 진술을 확보했다”고 알렸다. 공수처 주장은 TV조선 기자가 CCTV 영상을 부당한 방법으로 입수했다는 것이다. 공수처는 이어 “수사 대상이 아닌 기자를 입건하거나 수사한 사실이 없으므로 해당 기사는 오보”라고 덧붙였다.

TV조선의 CCTV 영상 입수를 둘러싸고 기자들 사이에서는 취재윤리 위반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방송사의 A기자는 “CCTV 영상을 입수한 TV조선 기자가 건물 관리인에게 범죄를 당했으니 CCTV를 보여달라고 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검장 모습을 확인하고 나서야 TV조선 기자임을 밝히고 영상을 가져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CCTV를 입수하기 위해 ‘범죄 피해를 당했으니 영상을 보여달라’고 건물 관리인에게 말한 사실이 있냐는 미디어오늘 질문에 이채현 TV조선 기자는 “취재원이 포함된 취재 과정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회사 보도와 관련해 개인적으로 답변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신동욱 TV조선 보도본부장은 “우리는 전혀 위법하게 취재한 적 없다. 공수처가 낸 입장에는 (지난 4일 오전) 유감을 표했다. ‘위법한 수단’이라는 표현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했다. TV조선 기자는 건물 관리인에게 기자라는 사실을 분명히 밝혔고 보도된다는 사실도 여러 차례 알렸다”고 말했다. 신 본부장은 이어 “이 사건 본질은 공수처의 언론자유 침해 사건이다. 공수처가 취재윤리를 운운할 상황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신 본부장은 “CCTV를 입수하는 과정에 설령 문제가 있다고 가정한대도 대단한 공문을 위조한 것도 아니고 기자가 요령을 발휘해 취재한 걸 가지고 이 상황을 물타기 할 수 있느냐”고 강하게 비판한 뒤 “(타사 기자들이 CCTV 입수 과정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기자 사회에서 소위 물을 먹고, 다른 기자가 특종을 하게 되면 돌게 되는 찌라시 내용 아니냐”고 주장했다.

TV조선의 ‘공수처 언론인 사찰’ 의혹 보도에 공수처는 지난 4일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반론보도를 청구했다고 밝혔다. TV조선 보도에 등장한 공수처 수사관인 송아무개씨는 지난 4일 미디어오늘에 “공수처는 언중위에 정정·반론보도를 청구했다”고 밝힌 뒤 “경찰의 여성 간부 파견자가 저 하나뿐인데 특정됐다. 상부 지시 없이 활동한 것처럼 기사가 나갔다. 또 저희는 TV조선 보도가 말하는 것처럼 기자의 모습이 찍힌 영상을 가져갔다거나 기자의 인상 착의를 캐물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방송사의 B기자는 “가령 취재가 어려운 종교단체에 들어가야만 종교단체 취재가 가능한 상황이라면, 기자가 본인이 교인이라고 속일 수 있다고 본다. 이 경우 종교단체에서 영상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소송을 건다고 하더라도 위법성이 조각될 것”이라고 설명한 뒤 “하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TV조선 기자가 본인을) 범죄 피해자라고 속여야만 취재가 가능한 사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언론 윤리적으로 옳지 않으며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이번 사안에 대해 기자들 사이에서는 CCTV 입수 시 처음부터 기자 신분을 밝히는 게 옳았다는 여론이 적지 않은 것.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공익적 가치가 분명한 보도였다. 국민 알 권리에 결과적으로 기여한 부분이 있다”고 TV조선 보도를 평가하면서도 “다만 아이템이나 정보 취득 과정에 문제가 있다면 취재윤리에 어긋나는 것이다. 공익적 보도였고 결과적으로 옳았지만 그 정당성은 따져볼 수 있는 문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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