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에 사는 요르그 틸(Georg Thiel)은 지금 구치소에 수감되어 있다. 지난 2월 25일부터 지금까지 3개월 넘게 구속된 상태다. 공영방송 수신료를 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납부된 요금은 가산세 등을 포함해 총 1774.46유로(약 240만 원). 그는 여전히 수신료 납부를 거부하면서 방송국 측에 석방을 요구하고 있다.

올해 55세인 틸은 캐드 디자이너다. 25년 전부터 TV를 없앴고, 2010년부터는 라디오도 듣지 않았다. 이전에는 수신기가 없다는 걸 확인받고 수신료를 내지 않았지만, 독일에서 수신기 보유 여부와 상관없이 전 국민의 수신료 납부 의무가 확정된 이후 다시 고지서를 받았다. 그는 공영방송을 이용할 일이 없다며 수신료 납부를 거부했다.

틸은 ‘빌트’와 인터뷰에서 “난 정치적으로 좌파다. 제국시민(우파)은 전혀 아니”라면서 “나는 1년에 1만4000유로를 벌고, WDR(서부독일방송) 사장은 40만 유로를 번다. 그런데 둘 다 똑같이 17.5유로를 낸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아니 무슨 수신료 안 냈다고 구속까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곳은 독일이다. 시스템이 정해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한번 만들어진 시스템을 유지하는 건 철저하다. 

공영방송 수신료 납부는 법적 의무다. 납부를 거부하면 경고장이 오고 가산세도 붙는다. 6개월 이상 납부를 거부하면 위법이다. 이제는 강제집행기관이 나선다. 통장이나 월급 같은 재산에서 미납금을 압류할 수 있는데, 미납자가 재산공개를 거부하면 최대 6개월간 구속될 수 있다.

방송국의 입장은 단호하다. 해당 지역 공영방송인 WDR은 석방을 요구하는 틸에게 서면을 보내 “구속집행을 철회해달라는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 언제든 스스로 구속 상태를 끝낼 수 있다”고 답했다. 미납금을 납부하거나, 압류 절차를 위한 재산 신고를 하거나, 미납금을 나눠서 내기로 합의만 해도 바로 석방될 수 있다는 것이다.     

틸의 사례가 알려지자 WDR은 추가 입장문을 발표했다. WDR은 “수신료 거부로 구속되는 것이 일반적으로는 적절하지 않다고 보지만, 구체적인 개별 사례를 고려해야 한다”며 “구속이 집행되기까지 정말 많은 시간, 심지어 수년이 걸린다. 미납자는 방송국의 수차례 요구에도 전혀 응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정적 사정으로 모든 사람이 수신료를 낼 수는 없다. 이건 당연하다. 법적으로 수신료를 면제받을 수 있는 제도가 있다”면서 “중요한 건 수신료 제도에 담긴 연대의 의미다. 여기서 ‘연대’란 독일의 모든 시민과 기업, 기관이 공익을 위해 수신료를 부담하고, 이를 통해 모든 사람들이 공영방송으로부터 이익을 얻는 것이다. 수신료 납부자들은 공영방송이 독립적이고 고품질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 있도록 만든다”고 강조했다. 

수신료 납부 거부로 구속된 사례는 틸이 처음이 아니다. 튀링엔 지역에 사는 지글린데 바우메르트는 2013년부터 수신료를 내지 않았다. 2016년 2월4일 경찰관이 그의 일터로 찾아와 구속을 집행했고 61일 동안 수감됐다 풀려났다. 밀린 수신료를 내서가 아니라 해당 지역 공영방송인 MDR(중부독일방송)이 구속집행 신청을 취하했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방송국이 양보(?)했지만, 이번 대응을 보면 방송국의 어떤 결연함이 보인다. 정해진 시스템에 예외를 허용하면 나쁜 선례로 남는다. 수신료 거부 운동도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바우메르트는 수감된 일이 ‘경력’이 되어 수신료 거부 캠페인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틸 석방을 요구하면서 모금 운동에도 나섰다. 독일 공영방송은 최근 수신료 인상에 실패해 헌법재판소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그들이 수신료 거부 캠페인의 확산과 성장을 더욱 우려스럽게 보는 이유다. 독일 공영방송의 난관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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