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은 애도의 시간일까. 길어야 3일, 충분할 수 없는 시간이다. 진짜 애도는 장례식이 끝난 이후에나 시작한다. 미디어오늘이 지난 4일 작은장례식업체 꽃잠의 유종희 대표를 만난 이유는 꽃잠에서 무빈소·하루장·가족장 등 여러 형태의 장례식을 제공해서만은 아니다. 장례식의 전과 후, 삶과 죽음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다. 

장례식엔 어설프게 유교적 문화가 녹아있다. 어린 망자의 장례는 생략하기도 하고 나이가 어린 사람에게 절을 하지 않는 관행 탓에 제사를 지내지 않는다. 그러나 어린 자녀를 잃은 슬픔은 더욱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이에 유 대표에게 추모식을 제안하는 사람들이 있다. 

“10여년 전 아들을 무빈소 장례로 떠나보낸 분이 있었다. 아들이 스스로 세상을 떠났는데 장례식에서 사람들이 자꾸 물어볼 거 같아서 그랬다고 했다. 이후 계속 죄책감이 든다며 내게 요청을 했다. 추모식을 해줄 수 있겠냐고. 다른 가족의 반대로 결국 추모식은 하지 못했지만 이런 집이 많다. 발달장애 아이를 둔 어머니의 제안도 있었다. 장애가 심한 어린이들이 오래 살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사회적 편견으로 장례를 생략한단다. 나중에 부모들이 죄책감으로 후회하는데 추모식을 기획해달라는 요청이었다.”

▲ 꽃잠에서 진행한 어린이 추모식 모습
▲ 꽃잠에서 진행한 어린이 추모식 모습. 사진=꽃잠
▲ 꽃잠에서 진행한 어린이 추모식 모습
▲ 꽃잠에서 진행한 어린이 추모식 모습. 사진=꽃잠

 

유 대표는 이런 망자에 대한 추모식과 유족에 대한 심리치유까지 진행하고 있다. 기억에 남는 사례를 물었다. 

“어린 자녀를 잃은 부모였다. 이후 계속 방황했다. 왜 사람이 죽는지, 죽음 관련 강의를 듣기도 했는데 치유가 되지 않았다. 2018년부터 그림책을 읽는 그리프케어(grief care, 상실치유)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그러다 추모식을 하고 싶다고 했는데 그날 아이가 좋아하던 물건, 과자, 아이 사진, 성장기록 등을 잔뜩 챙겨서 왔다. 영상도 틀고, 생전 아름다웠던 기억을 꺼내 생각해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 사실 그날 아침 우리 부부에겐 아이가 생겼다. 아침에 아내와 산부인과에 들러 기쁜 마음이었다가 추모식에 갔다. 그날은 처음으로 이 직업을 선택한 게 후회가 되며 마음이 무거웠다. 그래도 이 업에 대한 소명이라고 생각했다.”

그리프케어 프로그램은 유족들을 대상으로 하는 치유작업이다. 처음 경험했던 죽음, 내게 영향을 끼쳤던 죽음, ‘죽음’ 하면 떠오르는 것 등 죽음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기록하고 그림을 그린다. 

▲ 유가족을 대상으로 한 그리프케어 프로그램
▲ 유가족을 대상으로 한 그리프케어 프로그램. 사진=꽃잠

 

이성복 시인은 “이야기된 불행은 불행이 아니다”라고 했다. 불행의 한복판에 놓이면 차마 그 불행을 입 밖에 꺼내지 못한다. 이야기는 그 사건과 거리를 두는 과정이다. 추모식도 자녀의 죽음을 이야기하면서 객관화해 현실로 받아들이는 계기일 것이다. 이는 장례식만으론 불가능한데 아직 사회적으로 이러한 역할을 담당해줄 곳이 없다.  

유 대표는 추모식과 더불어 ‘생전 작별식’ 프로그램도 준비 중이다. 정작 내 장례식에는 내가 없지 않나. 유 대표는 “정해진 날 사람들을 모아 엔딩파티를 진행하는 것”이라며 “감사를 전하거나 살아생전의 오해를 풀어 미안하다는 말을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자신의 장례식을 직접 기획하는 경우도 있다. 강원도 바닷가에 사는 한 젊은 화가가 유 대표에게 직접 요청을 했다. 바다를 보며 장례를 하고 싶다고 했고, 자신이 직접 관을 짜서 그림을 그려넣으며 자신의 장례식을 유 대표와 함께 기획하고 있다. 

유 대표는 “영정사진을 서로 그려주기로 했고 화장장까지 갈 때 듣고 싶은 노래도 정했다”며 “그분에게 ‘무덤 친구가 돼 드리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들에게 장례식은 한편의 예술작업이다. 이 정도는 아니더라도 꽃잠에는 자신의 장례를 미리 준비하고 상담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노인들 대상으로는 그동안의 삶의 기억을 떠올려보는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유 대표는 “할아버지·할머니들에게 ‘세상을 떠날 때 누가 제일 보고 싶을 것 같은지’ 물으면 손주나 자식이 아니라 부모님이라고 하는 경우가 많더라”라며 “어르신들을 포함해서 죽음을 두려워하고 터부시하는 분위기인데 이를 바꿔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 노인을 위한 문화예술 프로그램
▲ 노인을 위한 문화예술 프로그램. 사진=꽃잠

 

최근 청소년 자살·자해가 사회문제다. 유 대표는 관련 연구자에게 죽음에 대한 교육을 제안받은 적이 있다. 보통 상담하러 가면 학생들은 ‘선생님 죽어봤어요?’라고 반문하고 어른들은 말문이 막히기 마련이다. 매일 죽음을 접하는 장례지도사와는 단순히 ‘유연장 쓰기’ 수준을 넘어 죽음에 대해 다양한 토론이 가능할 수 있다. 장례지도사가 이런 분야에서도 좋은 영향력을 끼치면 좋겠다는 게 유 대표의 바람이다. 

왜 살면서 죽음을 떠올려봐야 하는지 물었다. 유 대표는 “입관식을 진행해보면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됐다’라고 얘기하는 분들이 많다”고 답했다. 그는 “죽음이 있어서 사는 동안 시간이 값지게 느껴질 수 있는데 죽음이 없다면 그렇지 않고 삶의 매너리즘에 빠질 것”이라며 “죽음에 대해 경험하거나 생각해보면 삶을 바라보며 겸허해지고 조금은 후회 없는 삶을 살 수 있는 선택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고민하며 성숙해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인생은 ‘누구나 죽는다’는 점에서만 평등하다. 장례지도사는 그 찰나의 평등을 자주 엿볼 수 있다. 이에 가족형태·성별·장애·연령·재산 그리고 각자의 말 못할 사정이나 의견을 편견 없이 듣는 ‘무덤 친구’이자 ‘생명을 빛내는’ 사람이었다. 

▲ 유종희 꽃잠 대표
▲ 유종희 꽃잠 대표

 

죽음을 매일 접하며 유 대표는 두 가지가 바뀌었다. 

일단 잠을 설치고 있었다. 죽음은 밤낮을 가리지 않는데 어쩌면 밤의 기운과 더 어울리는지도 모르겠다. 인터뷰 당일도 꼬박 이틀을 새고 왔다. 유 대표는 “24시간 대기 상태이다 보니 약간의 강박도 있고 만성피로 속에 산다”며 “현장에 있는 지도사분들이 새삼 대단하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다만 감수성이 높아지고 따뜻해졌다. 그는 “원래 이렇게 눈물이 많은 사람인지 몰랐는데 그전에는 울어본 적도 없고 차갑고 이성적인 사람이었다”며 “장례 일을 하며 다양한 가족과 고인을 만나며 삶에 대해 고민해보게 됐고 성격이 많이 변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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