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기념관 개관식 주인공은 이회영 선생이 아닌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었다. 

9일 오후 2시 서울 남산예장공원 개장식과 우당기념관 개관식을 진행했다. 서울시가 약 6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5년에 걸쳐 ‘남산예장자락 재생사업’을 진행한 결과다. 이곳은 박정희 독재의 상징인 중앙정보부 6국 건물이 있던 곳이었다. 김영삼 정부 당시 서울시가 매입해 시청 남산2청사로 사용하다가 재생사업을 진행했고 공원으로 만들어 최근 시민들에게 개방했다. 

우당 이회영 선생은 명문가 출신으로 전 재산을 독립운동자금으로 기부해 신흥무관학교를 세우는 등의 업적이 있는 독립운동가다. 동생인 이시영 초대 부통령 등 여섯 형제와 일가족이 독립운동에 투신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서울시는 지난해 청산리·봉오동 전투 100주년을 맞아 이곳에 우당기념관 건립을 추진했다. 

▲ 서울 중구에 위치한 우당기념관. 사진=장슬기 기자
▲ 서울 중구에 위치한 우당기념관. 사진=장슬기 기자

 

지난 8일부터 야권 대선주자로 분류되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이날 우당기념관 개관식에 참석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정치부 기자들과 유튜버들, 지지자들이 행사 전부터 행사장소를 찾았다. 이날 행사는 오후 2시부터 남산예장공원 개장식을 야외공원에서 진행하고 2시30분 이후에는 예장숲, 총독부 관사터 등 지상부 관람, 지하에 위치한 우당기념관 관람 순으로 진행했다. 

▲9일 남산예장공원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등장하자 몰린 취재진들 모습. 사진=장슬기 기자
▲9일 남산예장공원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등장하자 몰린 취재진들 모습. 사진=장슬기 기자

 

그러나 이날 행사는 언론에 예비 대권주자 윤석열의 첫 공개행보 장소로 기록될 예정이다. 윤 전 총장은 행사 약 15분 전인 오후 1시45분경 나타났다. 50여명의 기자들과 유튜버들이 몰려와 윤 전 총장에게 국민의힘 입당이나 대선출마 여부나 시기 등을 물었지만 윤 전 총장은 “국민의 기대내지 염려는 다 알고 있다”며 “좀 지켜봐달라”고만 답했다. 첫 공개행보를 독립운동가 기념관에서 진행한다는 것 말고는 특별한 메시지를 남기지 않는 일정이었다. 

현장에선 윤 전 총장의 모습을 전하려는 유튜버들의 사소한 신경전이 있었다. 윤 전 총장은 무대를 바라보고 앞줄 오른쪽 두 번째 자리에 착석했는데 주로 이 근처에 유튜버들이 자리를 잡았다. 윤 전 총장 지지자들도 30여명 수준으로 많지 않은 규모였다. 윤 전 총장이 기자들과 짧은 질의응답을 마치고 체온체크 등을 하며 자리에 이동하는 동안 지지자들은 “윤석열은 대통령이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일부 지지자들이나 유튜버들은 취재진들이 윤 전 총장 이동시 바짝 붙은 것을 보고 “청와대 경호원들이 붙어야 한다”, “MBC는 빠져라” 등을 외치기도 했다. 

남산예장공원 개장 행사 직전 “윤석열 대통령” 구호가 계속되자 주최 측에선 구호 연호를 자제해달라고 수차례 공지했다. 

▲ 9일 오후 2시 남산예장공원 개장식 행사에 참석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 사진=장슬기 기자
▲ 9일 오후 2시 남산예장공원 개장식 행사에 참석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 사진=장슬기 기자

 

한편 한 참석자가 윤 전 총장 앞쪽에 손팻말을 들고 행사 참석에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해당 참석자는 ‘윤석열은 이회영기념관을 더럽히지 말라’는 내용을 적은 팻말을 빼앗기고 제지당했다. 그는 자신을 반역자청산운동본부 조동환 대표라고 소개했다. 조 대표는 미디어오늘에 “이회영 선생님은 전 가산을 팔아 독립운동을 한 애국자다. 대통령에게 검찰권을 이용해 검찰반란을 일으킨 윤석열은 반민족세력에 가까운데 명분을 쌓기 위해 이런 행사에 온 것”이라고 항의한 이유를 밝혔다. 

조 대표는 “윤 전 총장은 민주주의자도 아니고 민족주의 세력도 아니다”라며 “개인자격으로 온다면 상관없겠지만 반민족세력의 대선행보, 정치적 목적으로 온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이날 행사 참석에 대해 “기회주의적 행보”라고 평가하며 “이회영선생님 행사 앞자리에 민주주의자, 민족주의자가 아닌 사람이 앉아선 안 된다”고 말했다. 

또한 조 대표는 이날 행사가 이회영 선생의 행사가 아닌 윤석열의 행사로 변한 것에 대해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윤 전 총장은 남산예장공원 개장식과 우당기념관 개관식을 둘러보고 오후 3시경 행사장을 빠져나갔다. 일부 참석자들은 윤 전 총장을 향해 “이회영 선생님에 대해 아는 게 있느냐” 등 윤 전 총장의 우당기념관 행사 참석에 불쾌감을 나타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