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정년퇴직한 강준만 전북대 명예교수가 ‘THE 인물과사상’을 통해 실명 인물 비판을 이어간다. 출판사 인물과사상사가 오는 14일 펴내는 ‘THE 인물과사상’은 강준만 교수의 1인 단행본이다. 3개월에 한 권씩 출간한다.

인물과사상사는 “THE 인물과사상은 객관적 자료와 팩트를 토대로 냉철하고 건강한 비평 문화를 지향한다”며 “대상 인물의 평가를 역지사지 입장에서 분석하고 사회 구조를 탓하기보다 각자의 책임 윤리를 따져볼 것”이라고 밝혔다. 강 교수도 책 머리말에서 “몸담고 있던 대학에서 정년퇴직을 했으니 이젠 전업 작가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기분으로 ‘THE 인물과사상’ 제1권을 내놓게 됐다”고 밝혔다. 

▲ 강준만 전북대 교수가 지난 2019년 5월 전북대 인문사회관 연구실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강준만 전북대 교수가 지난 2019년 5월 전북대 인문사회관 연구실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강 교수는 첫 선을 보인 ‘THE 인물과 사상01’에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 윤석열 전 검찰총장, 문재인 대통령,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친여 스피커 방송인 김어준씨,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와 윤호중 원내대표,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 등을 비평했다. 강 교수가 자기 저서와 각종 기고에서 문재인 정권에 매우 비판적이었던 만큼 야권 대선주자로 급부상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평가가 이목을 모은다.

이번 책에서 강 교수는 문재인 정권의 치명적 실수로 ‘윤석열 악마화’를 꼽았다. 그는 “윤석열에게 대통령 자격이 있다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라며 거리를 두면서도 “윤석열의 정치 참여에 대한 더 큰 책임은 추미애와 문재인에게 물어야 하는 게 아닐까”라고 했다. 여권이 비상식적으로, 또 과도하게 윤 전 총장을 견제·비판한 탓에 몸집이 커졌고, 그 결과 현 정부 개혁 명분과 쇄신 동력이 소진됐다는 지적이다.

강 교수는 “‘성찰 있는 민주당 쇄신’은 이미 물 건너간 것 같다”며 “무엇보다도 민주당 사람들이 ‘윤석열 악마화’에 중독돼 있기 때문”이라며 “윤석열의 미래를 잘 꿰뚫어본 여권 사람들이 어쩌자고 ‘수구 세력의 대권주자’로 가는 길을 열심히 닦아 줬는지 모르겠다. 윤석열을 ‘물불 안 가린 건달 두목’으로 보고 싶다면, 뭘 그렇게 두려워할 필요가 있단 말인가”라고 비꼬았다. 

강 교수는 “문 정권의 치명적인 실수는 ‘윤석열 악마화’였다”며 “‘윤석열 악마화’의 명분을 보강하기 위해 전방위적인 ‘검찰 악마화’가 시도됐다. ‘악마화’를 해도 좋을 정도의 심각한 문제가 검찰에 있었다해도, 그건 검찰의 일부 모습일 뿐 전체의 모습은 아니었다. 게다가 그 문제는 검찰을 권력의 도구로 활용해온 역대 정권들에게 더 큰 책임을 물어야 할 일이었다”고 밝혔다.

강 교수는 또 “‘윤석열 대통령’을 원치 않는 문 정권 사람이라면 어떻게 해야 하겠는가”라며 “문재인의 변화를 촉구하거나 읍소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전개돼온 건 ‘추미애 시즌2’였다. 윤석열의 반사율을 극대화시키려고 몸부림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이에 대한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윤석열은) 반사체라 스스로 커나가지는 못할 것’이라는 예언을 하면서 만족하는 게 너무 이상하지 않은가”라고 지적했다.

그는 “나는 윤석열의 내공보다는 이해찬을 비롯한 문 정권 사람들의 자멸에 무게를 두고 싶다”며 “그들은 윤석열 비난에 걸핏하면 ‘깡패’나 ‘조폭’이라는 단어를 동원한다”며 “이들이 윤석열에 대한 증오와 혐오로 인해 정상적인 판단력을 잃었다는 걸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한겨레의 ‘윤석열 대통령 불가론’을 논파하며 “진보언론은 ‘윤석열 때리기’보다는 문 정권이 스스로 문제를 교정해 나가게끔 하는 역할에 충실하는 게 윤석열을 주저앉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니겠느냐”면서 “이해찬처럼 엉뚱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에 대한 비판도 병행해 나가야 한다는 건 두말할 나위가 없다”고 밝혔다.

강 교수는 “문 정권은 최소한의 반사체 역할도 하지 않으면서 국민과는 유리된 채로 스스로 발광체라고 뻐기는 독선과 오만을 저질러왔다고 보는 게 더 가슴에 와 닿는 진단”이라며 “적폐청산과 검찰개혁? 국민적 지지를 받으면서 공명정대하게 했는가? 윤석열을 슈퍼 반사체로 만들어준 결과를 초래했다는 건 ‘염불보다는 잿밥’에 눈이 어두웠다는 걸 의미하는 게 아닌가? 민생은 잘 돌봤는가? 국민의 대대적인 분노를 유발한 부동산 가격 폭등과 LH 사태는 도대체 어찌된 일인가”라고 질타했다.

강 교수는 “문 정권이 최소한의 반사체 역할도 하지 않았다는 건 ‘전 정권 탓’, ‘검찰 탓’, ‘윤석열 탓’을 무더기로 쏟아냈다는 게 잘 입증해주고 있다”며 “누구는 반사체라 안 된다는 식의 한가한 선거 게임에 몰두하지 말고, 민심의 반사마저 거부하는 독선과 오만에 대한 성찰부터 하는 게 좋지 않을까? 그래야 국민은 ‘발광체’를 원하는 게 아니라 국민을 우습게 보지 않는 반사체 역할만이라도 제대로 해달라는 걸 깨닫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출판사 인물과사상사가 오는 14일 펴내는 ‘THE 인물과사상’은 강준만 교수의 1인 단행본이다.
▲ 출판사 인물과사상사가 오는 14일 펴내는 ‘THE 인물과사상’은 강준만 교수의 1인 단행본이다.

강 교수는 이 책 ‘문빠 현상과 김어준 현상’이라는 챕터에서 언론학계 정파성도 비판했다. 그는 “역대 정권들이 대부분 임기 말에 무너진 이유는 민심과 유리된 ‘독선과 오만’이었으며 공영방송의 친정권 보도는 그런 ‘독선과 오만’을 감지하는 데 오히려 장애가 됐다”면서 “왜 학자들은 모두 다 공정방송이라는 대의에 찬성하면서도 그걸 요구하는 목소리는 정파성의 지배를 받는가. 진보 학자들은 보수 정권을 향해선 공정방송을 외치다가 진보 정권이 들어서면 약속이나 한 듯이 입을 닫는다. 보수 학자들 역시 똑같은 행태를 반복해왔다. 이제 이런 유치한 내로남불은 사라져야 한다”고 했다.

강 교수는 ‘TBS에 서울시장 간섭은 미치지 않으며 정치적 독립성이 제도적으로 정착됐다’는 이강택 TBS 대표 주장에 대해서도 “보수 정권에서 보수 정파성을 잘 구현해줄 수 있는 사람을 방송사의 대표로 영입해 보수 일변도의 방송을 해온 상황에서 진보 정권이 들어섰다고 가정해보자. 그 방송사 대표가 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내세워 계속하던 대로 하겠다고 그러면 동의할 수 있겠는가”라고 물었다.

그는 “처음부터 문제는 김어준이 아니라 담당PD들, 담당 간부들, 그리고 사장이었다”면서 “그간 방송인들은 마치 권력의 노예나 되는 것처럼 공정방송을 할 수 없는 것에 대한 모든 책임을 법과 제도 탓으로만 돌려왔다. 방송인들에게 공정방송의 의지가 없는데, 법과 제도를 아무리 바꾼다한들 그 어떤 변화가 가능하겠는가. 행여 여권 정치인들의 지원 사격에 의존해 여태까지 해온 것처럼 버틸 생각을 하지 말고 무엇이 과연 우리 모두를 위해 바람직한 해법인지 잘 생각해보기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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