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상근부대변인 출신의 조상호 변호사가 채널A 방송에서 천안함 책임론을 제기하다 최원일 전 천안함장을 상대로 “부하를 수장시켜놓고 책임이 없다”고 표현해 논란을 빚다가 결국 이틀만에 사과했다.

조 변호사는 부적절한 표현으로 상처입은 분들에 대한 사과라고 밝혔으나 하지만 당시 지휘책임자들이 경계실패에 대한 책임을 느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 변호사는 지난 7일 방송된 채널A ‘뉴스TOP10’에 출연해 천안함 사건 사례를 언급하는 과정에서 최원일 전 함장(예비역 대령)을 두고 “그분도 승진했다. 그 분은 말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당시에 생때같은 자기 부하들을 다 수장시켜놓고 이후에 제대로 된 책임이 없었다”고 비판했다. 위험한 발언이라는 제지에 조 변호사는 “함장이니까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한다”며 “자기는 살아남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최원일 함장이 그 폭침하는 걸 다 알고 있었다는 얘기냐, 최 함장이 수장시켰느냐’는 패널(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의 질의에 “알지 못했다면 경계에 실패한 군인이기 때문에 책임을 져야 한다”며 “자기 부하들의 수장에 책임이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심지어 작전 중에 폭침당하는 상황까지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는 건 지휘관으로서 굉장히 무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여러 매체와 정치권에서 조 변호사의 주장을 막말이라고 비난했다. 이후 채널A는 이튿날인 8일 뉴스TOP10에서 최 전 함장과 전화통화 내용을 반론권 차원에서 방송했다. 최 전 함장은 조 변호사를 두고 “천안함 피격 사건에 대한 정확한 이해도, 공부도 하지 않고 음모론자들을 말하는 것을 이렇게 부화뇌동해서 자기 생각을 객관화 시켜서 이야기를 해 너무 어처구니가 없었다”며 “서울에 가면 민주당사를 찾아가서 당대표를 만나서 민주당의 입장을 한번 듣고 싶다”고 말했다. 최 전 함장은 청와대도 문제라면서 “문 대통령에 입장 표명해달라고 건의했는데, 안하니까”라며 “사과를 안하고 입장 표명을 안하면 저도 어떻게 통제가 안되는 일이 벌어질 것 같다”고 주장했다.

비판이 계속됐지만 조 변호사는 지난 7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도대체 뭐가 막말인가”라며 “함장인 지휘관이 폭침으로 침몰되는데도 뭐에 당했는지도 알지 못했고, 46명의 젊은 목숨을 잃었다. 그런데 함장이 책임이 없느냐”고 반문했다. 조 변호사는 감사원이 수사의뢰를 했는데도 당시 군검찰이 모두 무혐의처분했을 뿐 아니라 8명의 장성을 승진(진급)시켰다며 “청년들이 차디찬 바다에 수장된 책임! 함장에게 없느냐. 당시 군 수뇌부에 면죄부를 준 이명박정부와 그 정당 책임 없느냐”고 썼다. 그는 “천안함 폭침으로 희생된 46명 젊은 목숨에 대한 정당한 예우를 위해서라도 지휘부들에 대한 비판을 접을 생각도, 용서할 생각도 없다”고 반박했다.

▲민주당 전 상근부대변인을 지낸 조상호 변호사가 지난 7일 채널A 뉴스TOP10에 출연해 천안함 책임론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사진=비디오머그 갈무리
▲민주당 전 상근부대변인을 지낸 조상호 변호사가 지난 7일 채널A 뉴스TOP10에 출연해 천안함 책임론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사진=비디오머그 갈무리

 

그는 8일 오전 페이스북에서도 “2010년 천안함 사건 발생으로부터 7년 간 이명박근혜 정부는 왜 자백도, 사과도 받아내지 못했느냐”며 “그러면서도 천안함 사건 이듬해 왜 북한에 대가를 주고라도 만나달라고 사정했나”라고 되물었다.

그러나 지휘 책임을 묻는 것과 별개로 수장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부적절한 표현이라는 지적이다. 그 말의 사전적 의미가 ‘시체를 물속에 넣어서 장사를 지낸다’라는 점에서 이 표현이 유족과 생존장병 등에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결국 조 변호사는 9일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했다. 조 변호사는 이날 “제 표현 중 혹여 순국한 46 용사의 유가족, 특히 아직도 시신조차 거두지 못한 6인의 유가족과 피해 장병들에게 고통스런 기억을 떠올리게 한 부분이 있다는 지적, 깊게 받아드린다”며 “상처로 떠올리신 유가족과 피해 장병께는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사과했다.

조 변호사는 이날 오후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부적절한 표현에 대해 깊은 사과한다면서도 최 전 함장이 장병들의 희생에는 책임을 느껴야 한다는 문제의식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조 변호사는 “저는 드라이한 의미로 생떼같은 젊은이들이 희생됐는데, 아무 책임도 지지않는 행태가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얘기하는 과정에서 쓴 표현이지 모욕하려고 쓴 건 아니다”라며 “그 부분에 상처를 느끼는 분들 입장에서 생각해야 하니 그분들에게 깊이 사과드린다”고 사과했다. 그는 “혹시라도 아픈 기억을 되살리는데 단초를 제공한다면 책임감을 느낀다”고도 했다.

▲민주당 전 상근부대변인을 지낸 조상호 변호사가 지난 7일 채널A 뉴스TOP10에 출연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비디오머그 갈무리
▲민주당 전 상근부대변인을 지낸 조상호 변호사가 지난 7일 채널A 뉴스TOP10에 출연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비디오머그 갈무리

 

천안함 희생자에 대한 지휘관으로서 책임을 느껴야 한다는 점과 관련해 조 변호사는 “천안함 장변들은 당연히 보호받고 예우해야 한다”면서도 “그리고 제가 북한 소행이 아니라고 얘기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11년이 지나서도 아직까지 폄훼와 모욕 시도가 있다는 점에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고 주장한 점을 두고 조 변호사는 “그 발언에 대해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며 “지휘관을 믿고 따랐던 수많은 천안함 승조원들이 느꼈던 고통을 생각하면 함장을 비롯해 책임자를 모두 무혐의처분한 그 정권과 정당에서 할 얘기는 아니라고 본다”고 반박했다.

최원일 전 함장에는 사과할 생각이 없다는 것이냐는 질의에 조 변호사는 “표현이 과했다면 (과했다고) 인정할 수 있다”고 답했다.

정부의 천안함 조사결과 발표엔 동의하느냐는 질의에 조 변호사는 “합리적으로 의심되는 부분이 있다면 품격을 갖춰서 의혹제기할 수 있다”면서도 “제가 의혹제기하는 것은 아니다. 법조인 입장에서 직접 경험하거나 알 수 있는 사실이 아니면 직접 접하거나 조사한 조사단(합조단)의 조사결과를 신뢰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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