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성추행 피해자 사망 사건 가해자와 2차 가해자 측의 부적절한 발언을 제목에 직접인용하는 보도 행태에 경고 신호가 울리고 있다. 언론인권센터는 “따옴표 저널리즘을 멈추고 피해자 보호 원칙을 명심하라”고 논평했다.

언론인권센터는 10일 낸 논평에서 “언론은 사건 관계자가 피해자에게 했던 부적절한 발언을 따옴표 안에 직접 인용하고 있다”며 “기사 제목이 피해자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없다”고 비판했다.

지난달 31일 공군 내 성범죄가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뒤 주요 언론은 가해자 측과 군·수사기관의 2차 가해 행태를 보도하며 해당 발언을 제목에 따옴표로 강조했다. 특히 언론인권센터에 따르면 군인권센터가 19비행단 불법촬영 사건의 조사 결과 기자회견에서 밝힌 수사계장 A씨, B 중위의 발언은 모두 따옴표로 처리됐다.

△동아일보(몰카 피해 여군 조사하면서 “차라리 나랑 놀지” 성희롱) △국민일보(‘불법 촬영’ 피해자에 “나랑 놀지 그래” 성희롱한 군경찰) △서울신문(불법촬영 피해자에 “좋아해서 그랬나 보지”...조사 착수한 공군검찰) △MBC(“가해자가 좋아했나 봐”…수사계장의 2차 가해) △MBN(공군 법무실, “피해자 예뻐?” 얼평에…‘시체팔이’ 유족 비하) 등이다.

▲정의당 충남도당과 충남지역 50여 개 시민단체 회원들이 4일 공군 여성 부사관 성추행 피해자 사망사건이 발생한 서산 공군 20전투비행단 앞에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한 뒤 고인을 애도하는 뜻으로 정문에 국화를 꽂고 있다. ⓒ연합뉴스
▲정의당 충남도당과 충남지역 50여 개 시민단체 회원들이 4일 공군 여성 부사관 성추행 피해자 사망사건이 발생한 서산 공군 20전투비행단 앞에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한 뒤 고인을 애도하는 뜻으로 정문에 국화를 꽂고 있다. ⓒ연합뉴스

언론인권센터는 “관계자들이 피해자들에게 했던 발언들은 듣고 읽기에 매우 불쾌한 내용”이라며 “그러나 많은 언론이 관계자의 말을 따옴표 안에 넣고 기사 제목으로 처리하는데 거리낌이 없다”고 했다. 센터는 “피해 사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가해자에 감정을 이입하며 꺼낸 이야기나, 피해자가 입은 피해를 가볍게 축소시키는 식의 발언 등이 대표적인 예”라고 했다.

센터는 “2차 가해자의 발언을 따옴표로 처리해 기사 제목으로 내보내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으나, 그중 하나는 자극적인 내용으로 조회수를 높이기 위함”이라며 “수많은 언론사가 있고 비슷한 기사를 생산하는 상황에서 해당 언론사가 ‘선택’받기 위해, 피해자 보호 원칙은 내다 버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가해자의 발언이나, 혐오발언을 기사제목으로 정하는 것은 쉽고 편한 선택이다. 기사 제목이 피해자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없다”고 했다.

센터는 “언론자율규정 성폭력·성희롱 사건보도 공감기준 및 실천요강을 살펴보면 피해자 보호가 우선이라고 분명하게 명시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기자협회와 여성가족부가 2018년 함께 마련한 이 기준은 “언론은 가해자의 사이코패스 성향, 비정상적인 말과 행동을 지나치게 부각하여 공포심을 조장하고 혐오감을 주는 내용의 보도를 하지 않아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기준은 “가해자의 가해행위를 자세히 또는 선정적이고 자극적으로 묘사하거나 사건의 심각성을 희석시키는 보도를 하지 않아야 한다”고도 명시했다.

센터는 언론의 자극적인 “따옴표 저널리즘”이 인권을 침해하는 악의적인 댓글을 유발하고 있다며 중단을 요구했다. “사건과 무관한 인신공격은 물론 허위사실까지 난무하는 댓글창에 언론과 포털의 책임은 없는지 묻고 싶다”며 “포털과 언론은 악의적인 댓글을 유발하는 자극적인 따옴표 저널리즘 행태를 멈추고, 피해자 보호 원칙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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