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8일 ‘국민 참여를 통한 언론 영향력 평가제도의 운영에 관한 법률’, 일명 미디어바우처법을 대표 발의한 가운데 전문가들이 취지에는 공감했지만 현실적으로 법에 부족한 대목이 많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바우처 예산을 정부 광고예산과 연계하는 것이 무리라는 우려도 있었다. ‘언론과 독자의 소통을 위한 미디어바우처 제도’란 주제로 전국언론노동조합·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주최한 10일 토론회에서다. 

법안의 가장 큰 ‘벽’은 예산이다. 현재 예상 가능한 예산으로는 언론사에 지급될 액수가 많지 않아 애초 바우처 논의의 최종목표라 할 수 있는 ‘저널리즘의 질적 향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희박하다. 바우처 예산을 지난해 인쇄 매체 정부 광고비 2500억원으로 가정했을 때 법에 명시된 ‘바우처 상한제’에 따라 매출액 기준으로 조선·중앙·동아·매경·한경은 연간 최대 12억5000만원, 다른 신문은 최대 25억까지 바우처를 통해 정부 광고비를 받을 수 있다. 

2019년 기준 조선일보는 70억6600만원, 중앙일보는 76억2000만원, 동아일보는 87억7500만원의 정부광고비를 받았다. 이에 비춰보면 조중동은 7분의1 수준으로 정부광고비가 감소한다. 이 경우 신문사들은 일종의 ‘매체 쪼개기’를 통해 바우처 확보에 열을 올릴 수 있다. 2019년 기준 50억 이상 정부광고비를 받은 한겨레·경향신문도 정부광고비가 최소 ‘반 토막’ 나는 상황이 달가울 리 없다. 

국내 18세 이상 인구를 4000만 명으로 가정했을 때 법안대로 바우처가 지급될 경우 1인당 지급될 바우처는 연간 6250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정보·의지 부족으로 바우처를 사용하지 않으면 다시 국고로 환수되기 때문에 실제 2500억 원의 인쇄매체 정부광고 예산이 모두 사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유명 언론사의 정부광고비는 줄고, 득을 보는 언론사는 극소수에 불과할 수 있어 정부광고 예산 축소로 귀결될 것이란 전망도 가능하다. 

▲디자인=안혜나 기자.
▲디자인=안혜나 기자.

김승원 의원실에서 주도적으로 법안을 마련한 문경식 보좌관은 “정부 광고는 사실 언론사 협찬이다. 국민 눈높이에서 보면 1조가 넘는 지금의 정부 광고 집행도 용납 못 한다”며 “바우처 예산을 따로 만들었다가는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 쓰고 있는 광고비조차도 용납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비춰보면 미디어바우처가 ‘조회수 기반의 정파적 보도’라는 국내 언론의 부정적인 수익구조를 바꿀 만큼의 긍정적 변화를 가져다 주기는 어려워 보인다.  

김선호 한국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은 “미디어바우처는 독자의 신뢰가 언론의 자본이 되는 환경을 위한 제도”라며 “미디어바우처를 통한 후원 의사 표시는 언론의 품질이나 신뢰성에 대한 지표이지 광고 매체로서 영향력을 나타내는 지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 광고 배정과 별개로 바우처 후원 그 자체가 신뢰받는 언론에 재정적 혜택으로 돌아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하며, 이를 위해 독자적인 재원 확보방안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김선호 책임연구위원은 “네이버·구글·페이스북 등 플랫폼이 납부하는 법인세 중 뉴스 관련 매출액에 비례하는 금액을 미디어바우처 예산으로 책정하거나 관련 기금으로 출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최근 글로벌기업이 국가별 매출액의 15%를 해당 국가에서 법인세로 납부하도록 하는 정책에 G7 재무장관들이 합의함에 따라 구글·페이스북이 한국에 납부 할 법인세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미디어바우처의 성격을 ‘보편적 미디어 접근권을 위한 공적 지원 정책’으로 규정하며 ‘정부 광고 배분을 위한 영향력 평가 지표’로 설정한 김승원 의원과 명확한 차이를 드러냈다. 김 의원은 “부정확한 ABC 부수공사에 대한 대안으로 미디어바우처 제도를 통해 국민이 직접 참여하는 언론 영향력 평가제도를 도입하고자 한다”고 밝힌 상황이다.

▲‘언론과 독자의 소통을 위한 미디어바우처 제도’란 주제로 전국언론노동조합·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주최한 10일 토론회 모습. ⓒ정철운 기자
▲‘언론과 독자의 소통을 위한 미디어바우처 제도’란 주제로 전국언론노동조합·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주최한 10일 토론회 모습. ⓒ정철운 기자

이준형 언론노조 전문위원은 “무엇보다 지역 시민의 정보 접근권 보장이란 문제의식에서 (제도가) 출발해야 한다”면서 “바우처 사용 시 지역신문, 지역 디지털 기사에 일정 비율 이상을 사용하도록 쿼터제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초 바우처 지급 시 신문 바우처와 디지털 바우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미디어리터러시 교육 차원에서 지급 연령 기준을 (법에 명시한) 만 18세 이상이 아니라 만 11세 정도로 낮춰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준형 전문위원은 또한 “디지털 바우처 사용이 각 언론사 홈페이지에서 가능하도록 하면 포털 종속성을 낮출 수 있다”고 했으며 “이용자는 기사별로 후원할 수 있도록 하고, 언론사는 후원받을 기사를 추려 홈페이지에 별도 게재하도록 해야 한다. 이때 후원받을 수 있는 기사 가이드라인(심층성·기획성·객관성·지역성 등)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법안에 등장하는 ‘마이너스 바우처’에 대해서는 “‘좌표’를 찍고 공격할 수 있는 수단을 쥐어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시민들의 호불호는 이미 바우처 지급을 통해 표시할 수 있기에 실효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문경식 보좌관은 “마이너스 바우처 목적은 가짜뉴스나 선정적 뉴스에 대한 징벌”이라며 필요성을 강조했다.

손주화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오랜 시간 지자체 홍보비 문제를 분석한 결과 갈수록 지자체 정부 광고에 순치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지역마다 언론사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저널리즘보다는 먹고살기 위한 운영이 대부분”이라면서 미디어바우처에 대해 “언론의 권력 감시·견제 역할을 지역에서 회복할 수 있는 혁신의 계기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법은 수준 높은 콘텐츠 지원을 위한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성규 미디어스피어 대표는 “미디어바우처는 민주주의와 저널리즘의 관계가 깨진 상태를 복원하는 공적 재원으로 봐야 한다”고 밝힌 뒤 “언론과 관련한 수많은 문제를 이 법안 하나로 해결하려는 욕심이 과한 것 같다”면서 “바우처의 목적과 역할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김승원 의원은 법안을 대표 발의하며 “언론 생태계를 복원할 새로운 대안을 모색할 때”라고 했는데, 이 같은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법에 대한 추가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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