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에 출마를 선언한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과거 삼성 구조조정본부 관계자한테 받은 돈(무기명 국민채권)을 개인적으로는 쓰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의원은 그 돈을 어디에 썼는지 분명히 밝히지 않고 있어 추후 대선 경선과정에서 검증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 특히 이 의원은 자신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인데도 국정농단 뇌물의 주범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 주장을 TV에 나와 계속해서 펴고 있다.

이 의원은 10일 오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도심 소재 공항 주변 고도제한 완화를 통한 지역발전과 주택공급 추진’ 브리핑을 한 뒤 기자들과 일문일답에서 이같이 밝혔다. 소통관 간이 브리핑룸(프레스라운지)에서 간략한 질의응답을 하고 나가는 길에 미디어오늘 기자가 ‘지난 주 삼성 구조본에서 6억원을 받았다고 말했는데, 그 6억원은 어떻게 썼느냐’고 묻자 이 의원의 보좌진이 “나중에 나중에”라며 제지했다. ‘대선 후보로 나왔으니 검증과정에서 나올 수 있는 질문이고, 대선자금으로 썼는지, 개인적으로 썼는지 중요하지 않겠느냐’는 미디어오늘 기자의 재차 질의에 이 의원은 “개인적으로 썼다는 일은 없다”며 “그게 (개인적으로 쓴게) 있으면 제가 못 살아남았겠죠”라고 답했다.

이 의원은 “제가 특검도 받았는데, 안 그렇겠어요”라며 “서로에 대한 예의 서로 지키자”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일주일전인 지난 3일 기자간담회에서 삼성 구조본으로부터 6억원을 받은 사실을 시인했다. 그는 “사실이 있었고, 저는 그때 분명하게 사과 드렸고, 그것에 대해 잘못한 일이다, 과거에 대선자금과 관련해 죄송한 일이라고 본다”고 답했다. 그는 이재용 사면 주장은 삼성에 돈 받았기 때문이 아니라 이재용 부회장이 국가에 기여할 일이 있다면 검토해야 한다는 의미라고도 해명했다. 그러나 삼성한테 받은 그 돈을 어디에 썼는지는 아직까지 분명하게 밝힌 적이 없다.

지난 2005년 12월 대검 중수부는 삼성 채권 수사결과 이 의원은 2002년 5월경 삼성 구조본 임원으로부터 6억원 상당의 무기명 국민채권을 받아 최아무개씨를 통해 현금화를 시켰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당시 언론 보도들은 전한다. 경향신문은 검찰이 삼성을 설득해 김인주 사장으로부터 “박모 상무(사망)를 시켜 2002년 5월 이의원에게 채권 6억원어치를 전달했다”는 진술을 받아냈다고 보도했다(2005년 12월15일자).

이 의원이 받은 돈의 용처와 관련해 오마이뉴스는 2005년 12월16일자 ‘검찰과 삼성, 그리고 대통령의 측근’ 기사에서 검찰이 “이 의원이 그 돈을 불법적으로 지출한 것을 객관적으로 증명하기도 어렵고, 시일도 많이 흘렀다, 지난해 대선자금 수사 당시 기록까지 철저히 수사했지만 이 의원이 개인적으로 사용했다는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고 보도했다. 대선자금의 증거로 내놓은 것도 당시 여의도사무실에 대한 1억원짜리 임차계약서가 전부였다는 점을 들어 오마이뉴스는 “검찰이 너무 쉽게 이 의원의 주장을 받아들여 면죄부를 준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2005년 12월17일자 기사 ‘삼성채권 ‘처벌불가’로 수사 끝’에서 “검찰은 삼성그룹이 2002년 대선 전 매입한 채권의 규모가 837억 원이며, 이 가운데 361억1000만 원이 정치권에 제공된 사실을 밝혀냈다”고 전했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0일 오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 옆 간이브리핑룸(프레스라운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이광재 페이스북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0일 오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 옆 간이브리핑룸(프레스라운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이광재 페이스북

 

이 의원이 당시 삼성으로부터 6억원을 받고도 공소시효 만료로 기소도 되지 않았다. 문제는 삼성에 돈 받은 이 의원이 국정농단 뇌물공여의 주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을 계속해서 주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의원은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이재용 사면에 신중한 입장이었다. 그는 지난 4월20일 YTN 라디오 ‘이동형의 정면승부’에 출연해 이재용 사면론에 “제가 말씀드리는 게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지난달 10일 BBS 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에서도 “이거는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고 제가 말씀드리는 건 적절치 않은 것 같다”고 답했다.

그랬던 이 의원은 지난달 16일 MBN ‘정운갑의 집중분석’에 출연해서부터 갑자기 사면 주장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역할이 있다면, 사면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때가 아닌가”라며 “삼성 장학생이라고 많은 비판이 있겠지만, 소신 있게 얘기하는 게 제 마음이 편할 것 같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이 의원은 같은달 18일자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도 “사면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했고 이틀뒤인 20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 인터뷰에서도 “반도체 부분과 백신 부분에서 좀 더 미국의 요청이 있고 의미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저는 사면도 긍정적으로 좀 검토를 했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일주일 뒤인 27일자 매일경제 인터뷰, 30일자 연합뉴스 인터뷰, 31일자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새아침’ 인터뷰, 지난 1일자엔 KBS 라디오 ‘주진우의 라이브’에 출연해 동일한 주장을 폈다. 이 의원은 지난 8일에도 MBC ‘뉴스외전’에 출연해서 이재용 사면론을 폈다. 24일 동안 8번의 인터뷰를 통해 이재용 사면 전도사 역할을 한 셈이다. 사흘에 한 번 꼴이다.

한편 이 의원은 자신이 노무현을 더이상 언급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가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10일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당에서 50대 중반으로 다른 여권 주자에 비해 젊고 친문과는 거리를 둔 원조 친노라는 점 때문에 민주당에서 주목하고 있다’는 조선일보의 긍정적 평가에 어떻게 보느냐는 미디어오늘 기자의 질의에 “친노나 친문이나 다 결국 비슷하다고 본다”며 “지금은 이제는 노무현 대통령을 더이상 언급하는 것 자체가 누가 되는 것 같고 저의 길을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하나의 새가 탄생하려면 알을 깨야 한다. 알을깨고 저의 길을 가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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