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가 유튜브 프로그램에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를 섭외했다가 취소한 것에 대해 출연진들이 한 목소리로 아쉽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 대표가 부적절한 의견을 내고 있는데 현실에 이미 존재하는 주장이라면 이를 배제할 게 아니라 공론장에서 반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해당 프로그램 첫 방송에는 고정패널인 김성회 열린민주당 대변인,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과 함께 게스트로 박성민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을 초대했는데 이 패널 구성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었다. 

한겨레 유튜브 ‘한겨레TV’의 프로그램 ‘공덕포차 시즌2’ 제작진은 지난달 김 대변인과 진 전 교수, 이준석 대표(당시 당대표 후보)를 섭외했고, 지난달 중순 방영을 목표로 티저광고를 찍었다. 그러나 이 대표가 페미니즘에 대한 백래시를 정치적 자원으로 동원하는데 이는 한겨레 성평등 기조와 맞지 않는다는 비판에 최종적으로 섭외를 취소했다. 

[관련기사 : ‘한겨레TV’ 티저광고까지 찍었던 이준석 패널 출연 취소]

지난 10일 오후 공덕포차 시즌2 첫 방송을 시작하면서 진 전 교수는 관련 사안을 다룬 미디어오늘 기사를 언급하며 어떻게 된 일인지 물었다. 해당 방송을 진행하는 김완 한겨레 기자는 “반여성적인 지지를 끌어내기 위한 발언과 정치적 행위를 하는데 스피커를 주면 안 된다는 사내 반대가 있었고 제작진은 ‘이미 현실에 존재하는데 배제할 수 없고 공론장 안에서 경합시키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라고 했다”며 “제작진은 납득이 안 가는 점도 있지만 (회사 결정을) 수용을 했다”고 설명했다. 한겨레 젠더데스크의 문제제기 이후 저널리즘책무위원회 등의 논의를 거쳐 결정했다. 

▲ 지난 10일자 한겨레TV '공덕포차' 시즌2 첫방송 화면 갈무리
▲ 지난 10일자 한겨레TV '공덕포차' 시즌2 첫방송 화면 갈무리

 

진 전 교수는 “제 원칙에도 위배되고 이걸 해야 하나 싶었다. 이 대표가 공론장에 어울리지 않는 얘기를 하는 건 사실인데 그럴수록 더욱 공론의 장에 끌고 들어와서 그 주장의 허구성을 깨주는 게 중요하다”며 “이걸 막아버린다는 것은 올바른 방식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진 전 교수는 이어 “(제작진이) 어렵게 (섭외 등 방송을) 준비했는데 저마저 빠진다는 게 곤란하니 (방송엔 참여하지만) 이 순간에도 미안하다”고 말했다. 

김성회 대변인은 “코로나19를 솔잎차로 막을 수 있다는 사람을 저자로도 쓰는데 주저하지 않는 한겨레가 이 대표를 편집도 아니고 라이브에도 못 나오게 하는 것 자체는 이해가 안 된다”고 의견을 같이 했다. 한겨레 한 필진은 바이러스 학자인 주디 미코비트 박사(Dr.Judy Mikovit)가 솔잎차가 코로나 백신에 대한 해독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주장을 인용했고, 관련해 다수 매체를 통한 논쟁이 있었다. 

김 대변인은 한겨레TV의 패널 구성 문제도 제기했다. 진 전 교수와 김 대변인은 고정패널이고 20대 여성인 박 전 최고위원은 이날만 참여하는 게스트다. 

김 대변인은 “박 전 최고위원에게 유감은 없는데 이 구성이 딱 50대 꼰대들이 하는 구성”이라며 “발언은 50대 남자들이 하고 거기에 20대 여성을 한명 섭외해 여성의 목소리를 채운다”고 지적한 뒤 “그릴 수 있는 제일 이상한 그림인데 한겨레에서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아마 여성도 있고, 페미니즘 얘기할 사람도 있으니 좋은 구성이겠지 생각할 것”이라며 “이렇게 해놓고 젠더 이퀄리티 맞췄다고 생각하고 있나. (박 전 최고위원을) 초청해 좋아하고 ‘다음에 또 불러야겠다’고 할 텐데 (한겨레에서 20대 여성을) 끼워 넣은 의도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에 박 전 최고위원은 “섭외가 왔을 때 이 대표가 섭외가 돼 티저까지 찍었다는 걸 몰랐는데 오늘 기사보고 알게 됐다”며 “이 대표가 빠지고 제가 섭외돼 가시방석같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표가 공론장에 와서 어떤 주제로 이야기하는지 문제제기할 필요가 있고 생각에 동의하지 않지만 이 장에 와서 얘기를 할 자유는 주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사진=국민의힘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사진=국민의힘

 

이 대표 출연취소가 오히려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진 전 교수는 “안티페미니즘, 백래시가 공론의 장에서 이뤄지는 게 아니라 특정한 인구집단 내부에서 패쇄된 공간에서 자기들끼리 하는 얘기라 듣고 싶은 얘기, 믿고 싶은 얘기만 한다”며 “바깥으로 끌어내 남자의 시각도 보고 여자의 시각도 보면 객관적 인식을 얻게 되는데 그런 기회를 날려버린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김 대변인은 “한두번 있었는지 모르지만 20대 남성이 직접 말할 기회를 거의 주지 않았던 신문(한겨레)에서 그나마 이야기를 하려는 이 대표의 말조차 막아버리면 이 이상으로 폭력적일 수 없다”며 “이 대표가 나가서 ‘이거 봐라 이게 독재 아니냐’고 하면 한겨레가 어떻게 반박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고 했다. 

진 전 교수는 “오히려 이런 것(출연취소)이 빌미를 주는 것이다. 페미나치다. 이런 식의 비난을 하는데 비난을 정당화하는 조치”라며 “젠더데스크가 필요하겠지만 방식에 대해서는 자유주의적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모든 얘기 다 하고 틀린 얘기는 사상의 자유시장에서 저절로 걸러지지 않나”라며 “인위적으로 막는 것 자체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덧붙였다. 

공덕포차 제작진은 ‘박 전 최고위원 섭외’에 대한 김 대변인 지적에 “여러 시사프로그램을 모니터링해서 제일 적절한 인물을 고른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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