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부터 민방위 등 30세 이상 군 관련자들에게 얀센 코로나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접종 당일과 다음날까지 회사가 백신 유급휴가를 준 덕분에 난 이날 오전 9시반까지 늘어지게 잔 뒤 병원을 찾았다. 간단하게 신분, 개인정보처리 동의여부, 백신·해열제에 대한 부작용 경험, 현재 몸상태 등을 확인한 뒤 오전 10시14분 백신을 맞았다. 간호사는 “들어갈 때 뻐근해요”라고 말했고, 주사를 놓고 나선 부어오르는지 잠시 확인한 뒤 별 반응이 없자 반창고를 붙였다. 

이상반응이 보통 20분내에 나타나니 앉아서 기다리다가 문제가 없으면 가라고 했다. 그 말을 듣고 의자에 앉았는데 벌써 얀센 접종기 기사가 떴다. 오전 10시6분, 뉴시스 “'광클' 성공한 민방위 30대 기자의 '얀센 백신 접종기'” 이 기사는 내가 백신을 맞기도 전에 나왔다. 해당 기자는 오전 9시에 얀센을 맞았단다. 

해당 기자는 “질병관리청에서 보낸 안내 문자에서 ‘접종 후 최소 3시간 이상 안정을 취하시고 접종 다음날까지는 무리하지 말아주세요’라는 부분이 눈에 띈다”며 “접종 날에는 백신 휴가로 ‘공식적인’ 유급 휴가이지만 기자라는 직업상 한시도 긴장을 놓을 수 없기에 무리할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었다”고 썼다. 

▲ 백신접종일(10일, 왼쪽)과 3일이 지난 13일 질병관리청에서 보낸 안내메시지
▲ 백신접종일(10일, 왼쪽)과 3일이 지난 13일 질병관리청에서 보낸 안내메시지

 

내가 찾은 병원에는 아스트라제네카를 맞는 중년 4명과 얀센을 맞는 30대 남성 3명이 내 앞에 있었는데 모두 별 반응없이 병원 문을 나섰다. 10시35분경 나도 간호사에게 “이상반응이 없다”고 알린 뒤 집으로 향했다. 점심을 먹고 휴대폰을 열어보니 그새 얀센 접종기 기사가 또 떴다. 제목부터 자극적이다. 중앙일보 “"접종후 요단강 헤엄친대" 괴담 떠도는 얀센, 직접 맞아보니”였다. 

겨우 오전 접종이 끝났을 시간이다. 이 시점까지 조심할 사안은 백신 맞은 팔 사용을 자제하고 무리하지 않는 일이다. 보통 근육통이나 몸살 등의 증상은 백신접종일 밤이나 다음날부터 나타난다. 연이어 얀센 접종기 보도가 이어지자 순간 ‘나도 휴가를 반납하고 접종기 기사를 써야 하나’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보건당국은 접종 후 2~3일은 안정을 취하고 음주·고강도운동 등을 삼가라고 경고했다. 적어도 3일은 지나고 후기를 쓰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유튜브에도 일부 의사들이 아스트라제네카 등 다른 백신 접종기 영상을 올렸는데 3일 정도 몸의 증상을 기록해서 올려놓았다. 커뮤니티 등 온라인 곳곳을 봐도 누리꾼들이 궁금해하는 건 3일간 어떻게, 얼마나 아플까에 대한 내용이었다. 

많은 기업에서 백신휴가를 준 취지나 기사에 담길 내용 등을 고려할 때 휴가를 반납해가며 접종기 기사를 쓸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대신 10일과 11일 얀센 백신을 맞은 30대 중반 남성 지인들에게 그간의 증상을 물었다. 

일단 난 첫날(10일) 큰 증상이 없었고 밤 12시반쯤 잠에 들어 11일 오전 9시쯤 일어났다. 일어나자마자 머리가 무겁고 무기력해 타이레놀(1회 2알)을 먹었다. 이후 이날은 졸립고 피곤한 느낌이 들어 두시간짜리 낮잠을 두 번 잤고 잠들기 전 타이레놀을 한번 더 먹었다. 열이나 근육통은 없었다. 3일차인 12일에는 오전 11시까지 푹 잔뒤 일어났다 역시 머리가 좀 무거워 타이레놀을 먹었다. 4일차인 13일 현재 주사맞은 부위에 약한 통증을 제외하곤 컨디션을 회복했다. 

참고로 타이레놀은 8시간마다 먹고 24시간동안 6알을 초과해선 안 된다. 타이레놀이 아니더라도 아세트아미노펜이 들어간 다른 해열진통제를 먹어도 된다. 백신을 맞는다고 미리 먹지 말고 증상이 나타나면 먹어야 한다. 이러한 사항은 해열제 살 때 약사들이 설명해준다. 

▲ 지난 10일부터 미국에서 지원한 얀센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 얀센은 다른 코로나 백신과 달리 1회만 맞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사진=pixabay
▲ 지난 10일부터 미국에서 지원한 얀센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 얀센은 다른 코로나 백신과 달리 1회만 맞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사진=pixabay

 

A는 10일 낮 12시쯤 백신을 맞았다. 첫날은 별 증상이 없어 부모님과 장을 보러 갔다. “약간 어지러운 것 같기도 하다”면서 “더워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는 말을 덧붙였다. 이날 서울 낮 기온은 30도까지 올라갔다. 중간중간 멍하고 머리가 무거운 느낌이 오긴 했지만 해열제를 따로 먹지 않고 3일을 보냈다. A의 지인(30대 초반)은 첫날밤부터 열이 나고 어지럽고 오한이 와서 자다 깨다를 반복했다고 전했다. 

B는 10일 오후 3시에 백신을 맞았다. 접종 6시간이 흐른 이날 오후 9시경, 평소보다 졸립다고 했다. 이틀째인 11일 오전 11시경 열이 났다. 체온이 38도까지 올라갔다가 해열제를 먹으니 곧 안정됐다. 12일 오전, 주사맞은 부위 통증을 제외하고 나머지 증상은 사라졌고 이후론 괜찮다.  

C는 11일 오전에 백신을 맞았고 하루가 지난 12일 오전에 두통과 오한 증상이 나타났다. 열은 나지 않았다. 무기력한 증상도 중간중간 있었다. 해열제를 두 차례 먹었고, 접종 3일차인 13일 현재 몸 상태가 거의 회복됐다.

공통 증상은 평소보다 피곤하고 무기력한 증상이었다. 

11일자 조선비즈 “[접종기] 얀센 백신 맞아보니...5분 따끔, 괴담으로 떠돈 부작용 없었다”는 기사를 보면 “독감처럼 몸살과 오한 등 일평생 경험 못한 이상반응을 느낄 수 있다는 온갖 괴담이 인터넷에 떠돌면서”라는 표현이 있다. C에게 이를 보여주며 이런 증상이냐고 물었다. C는 “그 정도는 절대 아니지”라고 답했다. ‘일평생 경험 못한 이상반응’은 과장된 표현이다. 

얀센 접종기 기사의 댓글들을 유심히 봤다. 누리꾼들의 지적은 크게 두 가지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언론에서 백신 불신을 조장하더니 왜 갑자기 문제가 전혀 없는 것처럼 보도하냐는 지적이었고, 둘째는 이에 더해 부작용이나 이상증상을 왜 괴담으로 몰아버리냐는 것이었다. 실제 얀센도 부작용에 대한 보도가 있는데 이들 피해자나 가족이 해당 기사를 보면 어떻겠냐는 지적이다. 실제 대구에서 30대 남성이 얀센 접종 사흘 만에 사망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얀센 접종기 기사는 주로 한 방향을 향하고 있다. 

뉴시스 ‘“얀센 맞아보니…이상반응 없습니다” 민방위 30대 접종기’란 기사는 10일 오후 2시경 출고됐다. 오전 11시에 백신을 맞았다는데 기사의 부제는 “처방전으로 해열제 구입했으나 아프지않아 복용 안해”였다. 기자는 “백신 접종 후 2시간이 지난 현재 미열과 팔저림 등 눈에 띄는 이상반응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썼다. 제목만 보면 멀쩡하다는 식의 기사는 계속 나왔다. 

‘얀센 백신주사 맞아보니…“잠시 따끔, 생각만큼 안 아파”’ (연합뉴스, 10일)
‘"빨리 맞길 잘했다"…30대 민방위 기자 '얀센 백신' 접종기’ (한국경제, 11일)
‘[접종기] 얀센 백신 맞아보니...5분 따끔, 괴담으로 떠돈 부작용 없었다’ (조선비즈, 11일)

▲ 얀센 접종기 기사에 달린 댓글 일부
▲ 얀센 접종기 기사에 달린 댓글 일부

 

백신 접종기 보도는 기자 개인의 체험기다. “본인 괜찮다고 부작용 사례를 괴담으로 만들어버리네”, “당신 경험을 일반화하려고 세뇌하지마” 등의 댓글은 이러한 보도의 ‘일반화의 오류’를 지적한다. 중앙일보 “"접종후 요단강 헤엄친대" 괴담 떠도는 얀센, 직접 맞아보니”란 기사 댓글에는 ‘너무 아파서 요단강 갔다 왔다’는 반박성 댓글이 달려있다. 

기자 개인이 백신 접종 20분내에, 실제로는 1%도 발생하지 않는 극단적 이상사례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국민을 억지로 안심시키려는 내용의 기사 제목을 뽑는다는 비판이다. 

게다가 댓글을 보면 전반적으로 언론을 향해 ‘부작용 사례로 겁을 주다가 갑자기 태도를 돌변한 이유’를 묻고 있다. 접종체험 기사마저 있는 그대로가 아닌 특정한 의도가 있다고 느낀 것이다. 

지난해 12월에는 “코로나 백신 도입시 기자분들이 가장 먼저 접종받을 수 있도록 선처바랍니다”라는 청와대 국민청원 글까지 있었다. 백신도입 등을 두고 보건당국에 대한 비난기사가 쏟아지자 이를 풍자한 청원글이었다. 백신접종기에 줄줄이 달리는 비판댓글은 그동안 코로나 보도를 정치적 의도로 이용해온 언론보도 탓이다. 

정작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건 접종 직후보다 2~3일간 구체적으로 어떤 증상이 일어나는지다. 아프면 얼마나 아픈지, 좀 더 공식적인 언어로 생생한 이야기를 듣고 싶을 뿐이다. 백신 접종 직후에 쓴 기사엔 이런 내용이 담길 수 없다. 댓글에는 “기자가 맞은지 얼마 안돼서 그런 듯, 12시간 지난 뒤부터 근육통에 열나기 시작해서 아직도 열이 난다”는 식의 지적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백신 접종기’, ‘백신 맞아보니’ 등을 검색해 기사를 보는 사람들은 해당 기사가 백신 접종 직후에 쓴 기사인지, 3일쯤 지나서 종합적으로 후기를 남긴 기사인지 구분할 수 없다. 언론사가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내용없는 낚시성 기사가 됐다. 벌써 ‘기사제목에 접종 몇시간 만에 작성한 기사인지 적어달라’는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접종후기를 읽으려 언론보도가 아닌 커뮤니티를 찾는 사람들이 나타나는 이유다. C는 기사가 아닌 익명앱 블라인드에 올라온 접종후기를 주로 읽었다. 

접종기 기사들에 큰 문제가 있다는 뜻은 아니다. 휴가를 반납하고 기사를 쓰는 건 기자의 자유이며 접종기 내용 중 사실관계가 명백하게 틀린 것도 없다. 얀센 접종 당일 접종기를 원하는 독자들이 있던 것도 사실이다. 다만 일부 표현이나 제목의 뉘앙스 등을 보면서 그동안 백신보도에 대한 불신까지 되살아난 건 아닐까. 새삼 언론사들이 제목 장사에 익숙해지고 독자들 비판댓글에 무뎌진 게 아닌가 싶다. 
 
[관련기사 : ‘위험하다’에서 ‘백신 맞읍시다’ 언론 태세전환 이유는
[관련기사 : ‘코로나 백신 도입시, 기자들 먼저 접종바란다’ 국민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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