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훈 변호사(44)는 14년간 육군 군 법무관으로 근무한 뒤 2019년 퇴역했다. 퇴역 후에는 변호사로, 또 유튜버로 활동하고 있다. 유튜브 ‘아는 변호사’는 구독자 23만명을 보유한 인기 채널이다. 이 변호사는 지난해와 올해 각각 ‘공부, 이래도 안되면 포기하세요’, ‘결혼은 신중하게 이혼은 신속하게’를 펴낸 작가이기도 하다. 

그는 유튜브에 소소한 일상을 담거나 결혼과 이혼에 관한 본인 경험과 생각을 전하지만, 최근 공분을 사고 있는 공군 부사관 성추행 사건 등 군대에 관한 전문가 식견을 구독자와 공유하기도 한다. 

이 변호사는 지난 1일 유튜브 방송에서 공군 성추행 사건에 대해 “(사건이 발생한) 공군 20전투비행단은 군이 구축한 성폭력 대응 시스템을 하루아침에 물거품으로 만들었다”고 질타한 뒤 “공군은 피해자(A 중사)에게 피해자 지위를 부여하지 않았다. 제대로 된 조사와 합당한 처벌이 이뤄져야 재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달 말 언론을 통해 알려진 공군 성추행 사건은 선임의 성추행 가해 사실을 신고하고도 합의를 종용받고 괴롭힘을 당했던 공군 A 부사관(중사)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다. 피해자 보호 매뉴얼은 가동되지 않았다. 부대 상관들의 조직적 회유가 거듭됐다. 군 지휘관이 생명줄을 쥐고 있는 군 수사기관들은 사건을 두 달 넘게 방관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 군 법무관 출신 이지훈 변호사가 14일 오후 서울 구로구 ‘아는 변호사’ 사무실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군 법무관 출신 이지훈 변호사가 14일 오후 서울 구로구 ‘아는 변호사’ 사무실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공군 20전투비행단 장교로 근무했다가 전역했다는 한 구독자는 이 변호사 유튜브 영상에 “군대에서는 항상 사건을 은폐하려 한다”며 “지휘관들은 사건, 사고가 벌어지면 꼬리 자르기 등을 통해 사건을 덮는 데만 혈안이 된다. 사건 관련자들을 철저히 밝혀 일벌백계하길 바란다. 고인이 부디 하늘에서라도 행복하길 기도한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의 군 영상 콘텐츠에는 공감을 표하는 댓글이 적지 않다. 그가 군에 정통한 전문가라는 점도 한몫했을 터. 05 군번인 그는 국방부 검찰단 검찰시보 생활을 거친 뒤 육군본부 법무실 법제과 행정법장교, 제2보병사단 법무참모, 국방부 조사본부 법무실장, 군수사령부 법무실장 등을 지냈다. 지난 14일 오후 서울 구로역 인근 ‘아는 변호사’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 2019년 퇴역했다. 퇴역을 결심한 이유는? 퇴역 뒤 유명 유튜버가 됐다.

“군 생활을 오래했다. 조직 생활은 충분히 경험했다. 군은 우리나라 최대 조직이다. 30대 말부터 조직 생활에 고민했다. 군에 더 있다가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못할 수 있겠다 싶었다. 유튜브의 경우 원래 영상 찍는 걸 좋아한다. 내게 유튜브 공간은 먹방이나 예능을 보는 공간이었다. 단순히 놀이뿐 아니라 책을 소개해주거나 낭독해주는 순기능도 있었다. 전역하고 변호사 개업을 했을 때 군 사건을 맡지 않을 경우 나의 군 관련 정보와 지식이 사장될 수 있구나, 그러면 좀 아까운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높은 수준의 지식을 원하지 않는다. 징병제 국가에서 알아야 할 군 사법(司法) 이슈를 공유하고 싶었다.”

- 공군 부사관 성추행·사망 사건을 보면,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많이 놀랐다. 우리나라가 맞나 싶었다. 사실 성범죄의 경우 군 시스템이 비교적 잘 갖춰져 있다. 성범죄는 언론에 자주 보도됐고 그럴 때마다 지침이나 시스템은 정비됐다. 처벌 수위도 많이 높아졌다. 국방부도 성범죄를 주시한다. 그러나 공군 부대(20전투비행단)에선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이 사건은 가해자(B 중사)와 피해자가 같은 부사관 계급이다. 피해 신고에도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는데, 본질적으로 군 사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이유를 살펴야 한다. 군은 폐쇄적 조직이다. 사건을 사건 그 자체로 보기보다 피해자 개인에 주목한다. 사건과 직접 관련 없는 일이 입소문을 타거나 군 내 공유되기도 한다. 군 조직 구성원들이 서로 긴밀히 연결돼 있어서다. 군 수사기관에서 이 사건을 성범죄로 인식하지 않고 안일하게 판단했던 것 같다. 기사를 보니까, 공군 법무실에서 피해자 사진을 보고 품평했다거나 유족을 진상이라고 비난했다는 이야기도 나오던데, 피해자에게 피해자 지위를 부여하지 않으니까 사건 무마, 합의 종용, 은폐, 무시 같은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혐의를 받는 상관 2명이 구속되기도 했다.

“피해자의 국선변호사, 국선변호장교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군은 폐쇄적 조직이고, 상하관계로 규율되다보니 2차 가해가 벌어지기 더 쉽다. 국선변호장교의 주요 역할은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해 2차 가해를 막는 것이다. 보통 가해자들은 지위가 높은 사람이기 때문에 이로부터 접촉을 차단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 이 사건을 계기로 군 사법개혁 논의도 재개되고 있다.

“군사재판을 민간법원으로 이양​하는 내용의 군사법원법 개정이 논의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군 사법 독립이다. 어느 사회나 범죄는 일어난다. 발생한 범죄를 제대로 처리하느냐가 중요하다. 지금은 군 사법이 독립되지 않고 있다. 사건이 발생하면 가해자만 처벌하고 끝이 난다. 지금도 보면 처벌 여론이 거세지자 2차 가해 혐의를 받은 상관들이 바로 구속됐는데 일단 무조건 잡아들이기 바쁘다. 군으로선 성과를 보여줘야 하니까. 사건이 발생하면 시스템에 의해 공정하게 처리된다는 예측성이 중요한데도, 지금은 ‘언론 보도 사건이냐’ 여부가 처리 기준이 되고 있다. 사건이 발생하면 쉬쉬하다가 언론에 보도되면 그제야 움직이는 거다. 이 때문에 군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선 무조건 사건을 키우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바람직하지 않다.”

▲ 군 법무관 출신 이지훈 변호사가 14일 오후 서울 구로구 ‘아는 변호사’ 사무실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군 법무관 출신 이지훈 변호사가 14일 오후 서울 구로구 ‘아는 변호사’ 사무실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군 사법 독립을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군 경찰, 검찰, 판사 모두 다 계급을 가진 군인이다. 이들은 국방부 장관을 정점으로 동일한 지휘 계통에 있다. 장관이 법원과 검찰을 모두 관할하고 있다. 법조차도 군사법원법이 군 검찰 조직과 사무를 규율한다. 피라미드 구조 일부인 것이다. 군 사법은 이렇듯 한 덩어리로 움직이고 있다. 피해자에 대한 정보가 인수인계를 거치며 공유되는데, 이 과정에 수사와 사법 독립이 가능하겠나? 피해자에 대한 예단과 선입견 없이 제대로 된 보호가 가능하겠나? 군 구조상 지휘관에 주요 정보가 모인다. 이들이 오히려 군 판·검사보다 정보가 많다.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담당하는 지휘관 성향이나 도덕성에 의존하고 있다. 지휘관들은 민간으로 권한이 넘어가는 것에는 또 반감이 있다.”

- 이번 사건으로 이성용 공군참모총장이 사의를 표명하고 불명예 퇴진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 총장 사의 표명을 즉각 수용했다.

“전근대적 방식인 듯하다. 군 사법 시스템이 전혀 작동하지 않았는데, 물러난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다. 이번 사건은 ‘군 사건은 사건을 키워야 처리된다’는 주장을 또다시 입증하는 사례가 되고 있다. 이는 죄형 법정주의와 같은 근대 형법 기본 원리를 훼손한다.”

- 성범죄를 줄이는 방안으로 여성 지휘관 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일각의 의견은 어떻게 받아들이나?

“오히려 남녀를 차별하는 발언이다. 여성 지휘관이라고 해서 성인지력이 높다고 볼 수 없다. 군에서 본 많은 지휘관 여성들은 남성보다 더 남성적인 사고를 한다. 그들은 여군에게 외려 높은 도덕성을 요구한다. 성별로 접근하는 건 미봉책에 불과하다.”

- 이 사건에 앞서 ‘여성 징병’을 촉구하는 청와대 청원이 30만 동의에 육박하는 등 2030세대에서 뜨거운 감자였다.

“군사 전략적으로 판단할 사안이다. 남녀평등으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 군대는 남녀평등 실현의 장이 아니다. 남자들은 ‘여자들 너희도 당해봐라’는 입장이고, 여자들은 ‘우리라고 왜 못하느냐’는 식으로 성 대결 구도로 몰아가고 있다. 국방부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방치하고 있는데 매우 무책임하다. 여성 징병은 사회적 합의로 결정할 수 없다. 국가 안보상 필요하다면 여성도 군에 가야 하지만, 그게 아니면 여성을 징병할 필요가 없다. 국방부는 답을 알고 있을 것이다. 만약 여성을 징병하겠다면, 징집 대상을 어떻게 배치하고 어떤 보직을 줄 것인지 구체적 계획이 있어야 한다. 책임 부서인 국방부가 징병 이슈가 떠올랐을 때 입장을 밝히지 않는 건 매우 무책임하다.”

▲ 2020년 7월 유튜브 채널 ‘아는 변호사’에 게시된 영상 콘텐츠 “여호와증인이면 무죄 아니면 징역 1년 6월?!” 갈무리 화면.
▲ 2020년 7월 유튜브 채널 ‘아는 변호사’에 게시된 영상 콘텐츠 “여호와증인이면 무죄 아니면 징역 1년 6월?!” 갈무리 화면.

- 2030 세대는 군 복무에 보상을 요구하기도 한다. 국가가 헌신과 희생을 외면하고 있다는 불만과 박탈감이 적지 않다.

“보상은 당연히 필요하다. 국가가 국민 재산을 수용할 경우 정당한 보상을 지급한다. 군 복무는 무형 자산인 병사들의 시간과 노동력을 국가가 값싸게 사용하는 것이다. 장병들 희생에 정당한 보상을 지급해야 한다. 군대는 위험한 공간이자 조직이다. 각종 사건사고가 발생한다. 멘탈이 붕괴돼 전역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정치권은 합당한 보상에 대한 고민 없이 여성 징병제 등을 운운하고 있다. 정당한 보상을 제공한다면, 그 돈이 아까워서라도 병사들에게 삽질 같은 무의미한 일은 시키지 않을 것이다. 결국 모병제로 가야 한다.”

- 모병제 전환에 병력 감축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정당한 보상 없이 앞으로도 공짜 노동을 쓰겠다는 국가주의적 발상이다. 전투력 차원에서 보자. 2년 동안 하기 싫은 일을 하면서 아무런 보상 없이, 열악한 처우를 받는 군인이 전투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을까? 국방부도 이야기하지 않을 뿐이지, 모병제 전환에 대한 중장기 계획이 있을 것이다. 좀더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예전에도 있었지만 최근 남녀 갈등이 커지면서 군인에 대한 폄하 정서가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군인과 전역자 스스로도 자기 비하하는 문화가 만연했다. 여기에 일부 여성까지 가세하면서 군 복무를 혐오하는 단계까지 내려갔다. ‘군무새’라며 군 복무 자체를 조롱하는 단어가 난무하는데 국방부는 여기에도 침묵하고 있다.”

- 군 법무관으로 살면서 보람을 느낀 순간이 있다면?

“국선변호장교(군 국선변호사)를 할 때다. 운전병 하나가 군용 트럭을 운전하다가 교통사고를 냈다. 이 사고로 피해자는 상해를 입었는데, 병사 옆에는 선임탑승자가 있었다. 병사는 구속까지 됐는데 군용 차량 소음이 크다는 점 등을 강조하며 병사 도주에 고의가 없었음을 항변했다. 변론을 잘해 공소기각 판결이 나왔고, 병사 부모님이 눈물을 흘리는 걸 보며 보람을 크게 느꼈다.”

- 반대로 좌절했던 순간이 있었나?

“중국 칭화대로 유학을 다녀왔다. 내가 관심을 가진 분야는 법률전(法律戰·국방 영역에서 법률을 일종의 특수한 전투 방식으로 운용하는 것)이었다. 논문(‘현대전에서의 법률전과 우리 군에 대한 함의’)을 쓰기도 했는데 중국 정부에서 진행하고 있는 법률전 사례를 분석해 우리 군 대응 방향을 제시했다. 군사행동을 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법률을 정비해야 한다. 현대전은 ‘누가 정의로우냐’ 싸움이기 때문이다. 명분을 획득하는 쪽이 승리하기 때문에 법을 정비하는 것이다. 이를 테면, 중국은 대만을 상대로 반국가분열법(대만과 평화통일이 불가능하다면 반드시 전쟁을 벌여 대만을 복속케 하는 중국법)을 제정하기도 했다. 우리는 의외로 법률이 미비함에도 우리 군은 관심이 없었다. 필요성에는 동감했지만 현안에 급급하다. 거시적 관점에서 미래 투자할 여력이 없다. 법률전은 향후 중국 관계와 한반도 미래를 위해서도 중요한 분야다. 군과 법 양쪽 모두를 아는 이들이 준비해야 한다. 군 법무관이 아니면 할 수 없다.”

▲ 2019년 7월 유튜브 채널 ‘아는 변호사’에 게시된 영상 콘텐츠 “군대에서 장난치면 안되는 이유” 갈무리 화면.
▲ 2019년 7월 유튜브 채널 ‘아는 변호사’에 게시된 영상 콘텐츠 “군대에서 장난치면 안되는 이유” 갈무리 화면.

- ‘군알못 가이드’와 같은 영상 콘텐츠도 만들었다. 군을 잘 알지 못하는 예비 군인과 그 부모들을 위한 영상이다. 만약 내일 군 입대를 앞둔 청년이나 그 부모가 있다면 어떤 말을 전하고 싶나?

“군대에서 장난치지 마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우리는 군대 경험을 무용담처럼 떠든다. 그러나 군대는 전쟁을 대비한 조직이다. 예능 프로그램 때문인지 그냥 운동하고 몸 만드는 공간으로 비치는 면이 있는데, 실은 매우 위험한 곳이다. 개성을 최대한 죽여야 하고 개인이 아닌 집단으로 살아야 한다. 당장 군인이 되면 민간인 때와는 다른 법률을 적용 받는다. 군 형법에 의해 특별권력관계가 형성되고, 포괄적으로 자유가 억압된다. 어마어마한 변화가 생기는 거다. 일과가 끝나고 전우랑 같이 자기 상사를 욕했다고 가정해보자. 누군가 이 사실을 윗선에 신고하면 상관모욕죄로 처벌 받는다. 군 형법은 형량이 매우 세고 벌금형이 존재하지 않는다.”

- 향후 계획이 있다면?

“앞으로도 군 사건 콘텐츠 영상은 계속 만들 것이다. 지금 공군 부사관 사건을 주목하지만, 이 시기 군에서 많은 사건이 벌어졌다. 수도병원 성추행 사건(국군수도병원 의사가 진료 보러 온 공군 여성장교를 성폭행하려다 구속돼 재판 받는 사건)도 있었는데, 군 전문가로서 사명을 갖고 이야기해보려 한다. 책도 쓸 생각이다. 사실 간부들도 군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모른다. 각종 사건 사고가 왜 반복되는지, 군 조직 이야기를 써보려고 한다. 언론들도 공군 부사관 ‘사건’만 조명하는데, 밑바닥에 깔린 ‘구조’를 봤으면 좋겠다. 사건을 주목하다가 희생양을 찾아 그에 대한 강도 높은 처벌이 단행되면 모두 다 해결됐다고 생각하면, 그건 언론의 오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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