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편성채널 MBN(대표이사 류호길)의 부동산 자회사인 MBN프라퍼티(대표이사 이동원)가 광주광역시의 땅을 사들여 상업시설과 주거시설을 지을 예정이다. MBN이 부동산을 매입해 건물을 짓는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7년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삼송동에 땅 11만5000㎡를 사들여 포스코 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해 ‘MBN 미디어센터’와 상업·주거 시설을 지었다. 2018년 6월부터 분양을 시작해 성황리에 마쳤고, 입주는 오는 7월부터 시작한다. MBN프라퍼티는 또 지난해 경기도 남양주 양정역세권 개발사업의 전략출자자로 참여했다.

MBN프라퍼티와 (주)휴먼스홀딩스는 지난해 7월23일 광주광역시 북구 임동에 위치한 일신방직·전남방직 공장 땅을 사들이기 위해 계약금 10%를 지불했다. 일신방직 부지 규모는 14만2148㎡, 전방 부지 규모는 16만1983㎡이다. 일신방직과 전방은 각각 3189억8600여만원과 3660억1400여만원에 매각했다.

▲광주MBC ‘뉴스데스크’는 지난 1월20일 “전남·일신방직 개발… 공공성 중요”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보도했다. 사진=광주MBC 보도화면 갈무리.

▲광주MBC ‘뉴스데스크’는 지난 1월20일 “전남·일신방직 개발… 공공성 중요”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보도했다. 사진=광주MBC 보도화면 갈무리.

계약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시민단체와 광주 언론은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광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광주경실련)은 지난해 8월12일 “부지를 인수한 부동산개발업체는 갖은 방법을 동원해 현재 공업지역인 이 부지를 주거지구나 상업지구로 용도변경을 한 뒤 주로 아파트와 상업시설을 짓는데 치중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비판했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부지 매각 사실이 알려진 직후인 지난해 7월28일 “어떠한 경우에도 아파트 위주의 난개발이나 특혜성 시비를 차단하고 최대한 공익성을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MBN프라퍼티와 (주)휴먼스홀딩스는 오는 30일 최종 매입을 위한 잔금을 치르기로 했는데, 잔금을 치르기 전 PFV(Project Financing Vehicle)를 만들었다. PFV는 부동산개발 사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설립하는 서류형태로 존재하는 페이퍼컴퍼니다. 두 회사는 각각 일신방직과 전방 공장 땅을 담당해 매입한다.

공업시설로 규정된 이 지역은 주거·상업 시설을 지을 수 있도록 용도변경이 이뤄져야 한다. 토지 형질 변경이 돼야 공사에 들어갈 수 있는 상황. 광주광역시가 이 지역에 대한 토지 형질 변경을 해주면 가능하다. 이 지역에 MBN프라퍼티와 함께 개발할 건설사로 광주 전남지역의 ‘우미건설’이 거론된다.

1935년 일본 방직업체가 설립한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방직기업인 전방은 광주 시민에게는 일제 수탈의 아픔과 산업화 시기 여공들의 애환이 서린 근대 산업문화 유산이다. 일신방직은 1951년에 지어졌다. 광주 도심에 남은 거의 마지막 근대산업유산이 개발될 거라는 소식에 ‘공공성이 담보된 개발이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광주MBC ‘뉴스데스크’는 지난 1월20일 “전남·일신방직 개발… 공공성 중요”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보도했다. 사진=광주MBC 보도화면 갈무리.

▲광주MBC ‘뉴스데스크’는 지난 1월20일 “전남·일신방직 개발… 공공성 중요”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보도했다. 사진=광주MBC 보도화면 갈무리.

이에 광주광역시는 ‘전방·일신방직 공공부지 협상대상지 선정 검토 전문가 합동 TF’를 발족해 운영하고 있지만, 제대로 활동이 이뤄지고 있는지 의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오주섭 광주경실련 사무처장은 15일 “지난해 계약 체결이 된 뒤 지금까지 특별하게 변화된 상황은 없다. 아직 전방·일신방직 부지 형질 변경을 위한 도시계획위원회 안건이 상정된 게 없다. 형질 변경이 될 가능성은 낮아보인다”고 말한 뒤 “결국 개발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주가 되고, 다른 가치를 이야기하는 소수는 묻힐 것 같다”고 우려했다.

MBN, 언론사 중 이례적으로 건설 관련 자회사 운영

주요 언론사들이 건설사를 1대 주주로 맞이하게 되는 경우는 봐왔지만, 언론사가 직접 부동산 관련 자회사를 세워 사업 전면에 나서는 건 흔치 않다. 2019년 7월 MBN은 부동산개발, 분양, 관리, 컨설팅 및 기업 간 인수합병, 전략적 제휴, 해외투자사업 등 신규 사업을 위해 100% 자회사인 주식회사 MBN프라퍼티를 설립했다. 이동원 MBN프라퍼티 대표이사는 MBN 보도본부장, 보도국장, 산업부장 등을 지냈다. 미디어오늘은 이동원 대표이사와 MBN 측에 15일 ‘MBN 프라퍼티가 광주시 땅을 매입하는 이유’와 ‘부동산 자회사를 운영해 얻으려는 이익’ 등에 대해 수차례 물었으나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MBN의 한 기자는 “방송만으로 돈을 벌기는 어렵다. 언론도 생존이 가장 큰 문제다. 언론사가 여러 사업을 통해 스스로의 기반을 다지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언론사가 대기업이나 정부의 눈치를 보는 가장 큰 이유가 광고나 돈 때문인데 스스로 기반이 탄탄하면 뭐든 밀어붙일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 기자는 “(부동산 자회사) 관련 발제 기사가 꽂히는 등 보도국의 취재 독립성을 저해하지 않으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도 “MBN과 MBN프라퍼티의 경영과 취재, 광고 판매 등이 완전히 분리될 수 있는 칸막이가 있다면 문제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언론의 힘을 빌리지 않고 건설이든, 제조업이든 사업을 하면서 발전해 MBN이 제대로 된 콘텐츠를 제작하고 뉴스 보도와 비판적 감시기능을 한다면 누가 반대하겠냐”고 밝히면서도 “문제는 그 칸막이가 없다. 언론을 갖고 있다는 영향력과 힘이 부동산 자회사를 운영하는데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거꾸로 부동산을 통해 수익을 내려는 방편으로 언론이 동원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정연우 교수는 이어 “MBN과 매일경제는 여론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언론사다. 여론의 힘이 그 사업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업의 영역 중 하나가 건설이라고 본다. 용도변경부터 사업 승인, 도로 건설 등 모두 정부나 공공기관 쪽과 직접적 연관이 있는 경우가 많다. 인허가권을 갖고 있거나 언론의 영향력이 사업의 성패에 직접 영향력을 줄 수 있는 분야를 언론사들이 하는 건 적절치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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