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포털 네이버와 다음에서 접한 기사가 알고 보면 기자가 아니라 홍보대행사 직원이 작성한 것일 수도 있다.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IT전문 매체 A언론사와 B홍보대행사가 맺은 ‘온라인 뉴스 플랫폼 제공 계약서’에는 홍보대행사에 기사 작성 및 전송 권한 자체를 넘기는 식의 계약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계약은 “갑(언론사)은 을(홍보대행사)이 콘텐츠를 게재할 수 있도록 사이트를 을에게 제공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즉 포털과 제휴를 맺은 언론사가 기업 등의 보도자료를 기사화해 돈을 버는 홍보대행사와 계약을 맺고 기사 전송 권한을 넘기는 방식이다. 

통상적으로 언론사가 홍보대행사로부터 돈을 받고 홍보 기사(기사로 위장한 광고)를 작성하는데, 여기서 나아가 홍보대행사가 직접 기사를 쓸 수 있도록 언론사 사이트 자체를 제공하는 것이다.

▲ A언론사와 B홍보대행사가 맺은 계약서.
▲ A언론사와 B홍보대행사가 맺은 계약서. 디자인=안혜나 기자

계약서의 ‘권리와 의무’ 조항을 보면 “갑은 을이 제공한 콘텐츠를 갑의 사이트 및 갑의 사이트가 제휴하고 있는 포털 등에 원활히 게재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기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홍보대행사가 언론사와 계약을 맺는 이유가 ‘포털’에 있음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해당 홍보대행사는 계약 기간 동안 월 1회씩 770만 원을 언론사에 지급한다. 계약 기간 동안 홍보대행사가 게재할 수 있는 기사 건수는 300건 미만으로 규정했고, 300건을 초과할 경우 건당 3만3000원을 추가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계약 이후 해당 언론사는 “XXX창업! 선호도 높은 XXXX 불황 속 31호점 오픈” “보풀제거기 ‘XX’ 런칭 이벤트 40% 할인 중” 등의 기사를 포털에 송출했다.

계약서에는 “갑(언론사)은 을(홍보대행사)이 제공한 콘텐츠가 분쟁 발생 소지가 있거나 갑의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는 경우 관련 콘텐츠 게재를 거부하거나 수정을 요구할 수 있다”는 조항도 있다. 정상적인 데스킹(기사 검토) 절차를 거치지 않는 상황에서 언론사가 기사에 대한 삭제나 수정을 홍보대행사에 ‘요구’하는 것으로, 언론사와 홍보대행사 간 관계가 ‘주객전도’된 장면이다. 

홍보 기사(기사로 위장한 광고)로 인해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로부터 제재를 받을 경우를 대비한 조항도 있다. 계약서는 “갑과 을은 네이버 제휴 상태 유지를 위해 긴밀히 노력하며, 을은 보도자료 공급으로 인해 갑이 제휴 재평가(퇴출심사) 대상이 될 경우, 제휴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전폭 지원한다. 제휴 유지 실패의 경우 을은 갑의 영업 손실분을 보전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 ⓒGettyImagesbank
▲ ⓒGettyImagesbank

해당 언론사는 홍보대행사에 기사 권한을 넘기는 계약은 아니었고, ‘보도자료’를 제공해 기사화를 의뢰하는 계약이라는 입장이다. 해당 언론사 관계자는 “현재는 보도자료 계약도 파기했고, 매일 2~3건 정도만 (홍보성) 보도자료를 받아서 기사화를 하는 정도”라고 했다. 

하지만 ‘사이트 제공’이라는 표현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이 같은 계약서를 ‘보도자료 의뢰’로 보기는 힘들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대행사가 보도자료 기사화를 요청하고 언론이 이를 검토하는 식의 계약이 다수이고, 기사 송출 권한까지 넘기는 계약이 일부 있다. 보도자료 기사화를 의뢰하는 계약은 ‘사이트를 제공한다’는 표현이 아닌 보도자료를 언론에 ‘의뢰’ 혹은 ‘요청’한다는 표현을 쓴다”며 “보도자료 기사화를 의뢰하는 계약은 언론의 데스킹 권한이 전제된 반면 이 경우는 별도로 언론이 요청할 수 있다는 식의 조항으로 담는 차이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이 언론사 뿐 아니라 이런 방식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것으로 알고 있다. 반대로 언론사에서도 돈이 되니까 대행사를 찾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이 같은 계약은 독자를 기만하는 문제가 있을 뿐 아니라 포털 퇴출로 이어질 수 있을 정도의 심각한 사안이다.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는 부정행위가 단기간에 과다하게 발생하거나 언론의 객관성, 공정성이 심하게 침해될 경우에 한해 ‘즉시 계약 해지’를 결정할 수 있다. 

앞서 2018년 한 인터넷 언론사 관계자가 홍보대행사에 기자 ID를 판매한다는 글을 올린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자 제휴평가위는 ‘사실 확인’이 되면 ‘즉시 계약 해지’ 할 것을 결정했다. 그러나 해당 언론사 대표는 직원의 일탈이라고 주장했고, 제휴평가위 역시 계약을 맺은 ‘물증’이 없다고 판단해 실제 퇴출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A언론사의 주장처럼 ‘기사 송출 권한’을 넘긴 계약이 아니라 해도 월 300건 규모로 광고 기사 전송이 이뤄지면 ‘기사로 위장한 광고’의 비율을 제한하고 있는 제휴규정 위반 소지가 높다. 이 같은 계약 역시 ‘중대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이 언론사 관계자는 “이번 계기를 통해 안일했던 당시의 내부 운영 기준에 대해 통렬하게 반성하고 있으며 이와 유사한 문제가 다시는 재발되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경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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