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개혁’ 구호를 외치던 더불어민주당이 미디어혁신특별위원회(위원장 김용민) 출범 18일 만에 법·제도 개선안을 내놨다. △공영방송 사장 추천권을 내려놓겠다 △포털의 뉴스편집권을 없애겠다 △언론피해 손해배상액을 높인다가 핵심이다.  

앞서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16일 국회 교섭 단체대표 연설에서 이례적으로 ‘미디어 환경 혁신’을 강조했다. 이날 당 대표는 언론을 가리켜 “언론의 사명은 뒷전인 채 뉴스포털에 자신의 생존권을 맡겨왔다”고 지적했으며 포털을 향해서는 “‘뉴스 알고리즘’을 내세워 여론 지형과 시장을 자의적으로 왜곡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고 꼬집었다. 더불어 “잘못된 보도로 개인의 사회적 생명이 무너지고 기업이나 특정 업종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해도 언론은 제대로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같은 당 대표 발언에 담긴 문제의식은 하루 뒤인 17일 당 대표가 참석한 민주당 미디어특위에서 3대 언론개혁법안으로 등장했다. 

지난 17일 국회 의원회관 정책회의실에서 열린 민주당 미디어특위 보고회의 모습. ⓒ더불어민주당.
지난 17일 국회 의원회관 정책회의실에서 열린 민주당 미디어특위 보고회의 모습.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위원장은 “포털 뉴스 배치는 사용자가 직접 결정해야 한다”며 알고리즘 뉴스 추천 서비스 폐지와 뉴스 구독제 전환을 예고했다. 같은 날 오후 네이버는 독자가 보고 싶지 않은 언론사를 ‘마이뉴스’ 서비스에서 뺄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다. 포털의 불공정성은 김어준씨를 비롯해 여권 지지층에서 지속적으로 강조해 온 ‘언론개혁’ 이슈다. 민주당은 기존의 ‘뉴스 알고리즘 공개 요구’가 포털의 뉴스 공정성 논란을 해결할 수 없다고 보고 아예 알고리즘 뉴스 추천 중단을 택했다. 앞서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이 이와 같은 내용의 신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으며 미디어특위 부위원장인 김승원 의원도 조만간 관련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이 같은 방향을 두고 김동원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협력실장은 “지나치게 포털 문제를 알고리즘 하나만 갖고 다 해결하려는 것 같다. 알고리즘 추천 뉴스를 없애더라도 언론이 포털 종속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고 지적했다. 예컨대 민주당은 ‘포털의 뉴스 편집권도 국민에게’라는 취지로 구독제 전환을 주장하고 있는데 네이버를 예로 들면 사실상 현재의 뉴스스탠드 플랫폼만 남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양질의 저널리즘을 성장시킨다는 애초의 논의 목표와 달리 뉴스스탠드 입점 언론사들이 가진 뉴스의 ‘질적 문제’는 그대로 방치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포털에서의 뉴스 지형은 그대로인 채 뉴스 소비만 전반적으로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게티이미지.
▲게티이미지.

언론 보도 징벌배상은 2019년 조국 사태 당시 언론개혁을 위한 핵심 요구안으로, 민주당으로서도 피할 수 없는 이슈였다. 미디어특위는 손해액 산정이 어려운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손해액을 3000만원 또는 5000만원으로 추정하고, 인정되는 손해액의 3배 또는 5배를 배상하도록 했다. 언론 보도에 따른 위자료 산정이 일반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위와 같은 추정액이 대부분의 사건에 적용될 가능성이 있는데, 3000만원 또는 5000만원의 기준이 현재로선 명확하지 않다. 앞서 2016년 대법원에서 명예훼손 일반 피해 위자료를 5000만원으로 하는 기준안을 마련한 바 있는데 미디어특위는 구체적으로 손해액 산정 논의 과정을 밝힐 필요가 있다. 

미디어특위는 취재 대상이 정무직 공무원·대기업 임직원인 경우에는 악의적 목적이 있는 경우에만 위와 같은 징벌적 배액 배상제가 적용되도록 했는데, 이는 한국기자협회를 비롯한 언론 현업단체의 지속적인 우려 목소리가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다만 배액 배상제를 현실화하는 과정에서 형법상 명예훼손죄 폐지를 통한 비범죄화 논의가 동시에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중처벌’ 주장 때문이다. 특위는 또 중재위원을 늘려 신속한 언론 보도 피해조정을 유도하기로 했는데, 김영주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따라 향후 중재위원이 90명에서 120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공영방송 3사. 디자인=안혜나 기자.
▲공영방송 3사. 디자인=안혜나 기자.

이번 미디어특위에서 가장 눈여겨볼 지점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이다. 김용민 위원장은 “민주당이 공영방송에 대한 정치적 후견주의 타파에 앞장서겠다”며 정치권에서 관행적으로 추천했던 KBS·MBC(방송문화진흥회)·EBS 이사 추천을 제도적으로 정비하겠다고 예고했다. 해당 법제의 경우 6월 통과를 목표로 추진하겠다며 아예 시점까지 예고했다. 민주당으로서는 언론노조 등 언론계의 강한 입법 요구 속에 현 구조를 방치했을 경우 훗날 ‘내로남불’이란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이슈라는 점에서 주요 개혁 의제로 설정했을 가능성이 있다. 

미디어특위 내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정필모 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1월 발의한 개정안이 최우선으로 통과될 예정으로 보인다. 정 의원은 100명의 이사후보추천국민위원회를 구성해 이들이 공영방송 이사를 다득표로 13명씩 선출하고, 공영방송 사장은 위원회가 투표로 추천한 복수의 후보 중 한 명을 이사회가 특별다수제로 의결하는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이와 같은 민주당 입장에 최승호 뉴스타파PD(전 MBC사장)는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고 이용마 기자의 혼이 서린 안이다. 민주당에도 기득권을 버리면서 공영방송 미래를 열었다는 역사적 평가가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윤창현 언론노조위원장은 “정치적 후견주의 타파를 언급하고 공영방송에 대한 국민추천권을 언급한 것 자체는 중요한 전환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입법을 위한 시간적 여유가 없다”고 우려했다. 6월 내 입법이 완료되지 않으면 오는 8월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선임, 9월 KBS·EBS 이사 선임의 경우 기존 방식대로 여야 추천 관행이 이뤄질 수 있어서다. 윤창현 위원장은 “대선 이전에, 지금까지와는 다른 법률 아래에서 국민 참여를 보장하는 법·제도 정비가 완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의 “정치적 후견주의 타파”가 선언에 그치지 않으려면 속도감 있는 입법과 함께 국민의힘의 협조가 필요하다. 

▲17일 미디어특위 보고회의에서 김용민 위원장(왼쪽)과 송영길 당 대표. ⓒ더불어민주당.
▲17일 미디어특위 보고회의에서 김용민 위원장(왼쪽)과 송영길 당 대표. ⓒ더불어민주당.

민주당 미디어특위는 지난 5월31일 출범해 전국언론노동조합·네이버·언론중재위원회·민주언론시민연합·한국인터넷기자협회 등과 간담회를 갖는 등 지금껏 6차례 회의를 진행했다. 미디어특위는 1차 회의에서 미디어 혁신 과제로 앞선 세 가지 이슈 외에 △반론·정정 보도 실효성 확보 △가칭 신문로위원회(언론판 을지로위원회) 설치 △미디어바우처법(국민참여에 의한 언론 영향력 평가제도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정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발전 정책 및 규제 개혁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 제정 검토 △방통위·과기부·문체부 미디어 규제 감독기관 통합, ‘미디어부’ 신설 검토 등을 내걸었다. 미디어특위 관계자는 “앞으로도 속도감 있게 입법 논의가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