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뉴스’라는 명목으로 자극적이고 황당한 해외 가십을 다루는 기사가 잇따르고 있다. 소위 ‘클릭장사’ ‘댓글장사’를 노린 얄팍한 행태를 멈춰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최근 한주간 소위 ‘가나의 인육 케밥’, ‘터키 성고문 사건의 피해자 사진’ 은 오보 및 무단 도용이 확인돼 무분별한 받아쓰기 실태를 드러냈다.

‘인육 케밥’ 논란은 15일 한국경제가 ‘아프리카 카사틴틴 등 복수의 외신’을 출처로 “가나 쿠마시(Kumasi)에서 33세 여성이 지난 8년 동안 인육으로 케밥을 만들어 판매한 혐의로 체포됐다”고 보도하면서 시작됐다. 이어진 중앙일보 기사는 한발 더 나아가 “‘케밥 여왕’의 비밀 레시피…남친·어린이 인육이었다”는 제목으로 사건과 관련된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묘사했다.

그러나 주 가나 한국대사관은 이런 사건으로 30대 여성이 체포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이들 매체가 인용한 ‘현지 언론’은 주로 SNS 등 출처의 가십을 다루는 매체로 드러났다. 온라인 가십을 검증 없이 베껴쓰면서 오보를 확대·재생산한 것이다.

▲사실관계 확인 없이 이뤄진 '가나의 인육케밥' 보도
▲사실관계 확인 없이 이뤄진 '인육케밥' 보도

현지 시각 15일 터키발로 현지 한국인 사이의 ‘성고문 사건’이 전해지면서는 사건과 전혀 관련 없는 이들의 사진이 사용됐다. ‘데일리 사바’ 등 터키 매체에서 한국인 남성·여성의 사진을 각각 가해자와 피해자라며 보도했고, 국내 언론이 이를 모자이크한 형식으로 기사에 사용했다.

그마저도 이는 본인 사진이 무단 도용된 여성 피해자가 이를 SNS 등을 통해 항의하면서 알려졌다. 이후 일부 매체에서 해당 사진을 삭제했으나, 여전히 문제의 사진을 내리지 않은 온라인 기사·게시물이 남아있다.

국내 언론이 외신을 검증 없이 베껴쓰는 행태는 하루이틀이 아니다. 해외의 가십 전문 매체가 사실무근이거나 과장된 이야기를 보도하면 국내 매체가 이를 ‘해외 토픽’으로 활용하는 행태다. 주요 포털에서 연예 부문 기사 댓글란이 사라진 뒤 국제뉴스 장사가 더 활성화된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언론인권센터는 18일 “언론의 관행이 결국 무고한 피해자를 만들어내고, 가나라는 한 국가의 이미지를 망치는 결과까지 낳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언론의 연성화된 국제뉴스 보도는 국제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을 편협하게 만들고, 국가 간 외교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국제뉴스가 단순히 해외에서 벌어지는 엽기적이고 잔인한 사건 사고를 보기 위해 존재해서는 안 된다. 각 나라의 사회 이슈가 국내에 보도될 때 미치는 영향력과 사회적 의미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어서 언론인권센터는 “언론은 사람들의 흥미에 맞춰 국제뉴스 섹션을 채워야 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언론은 국제 뉴스가 더 이상의 피해를 만들지 않고 사회적 의미와 가치를 가질 수 있도록 국제뉴스 보도 관행을 바꾸어야 한다”면서 “‘지금까지 늘 그래왔다’는 말은 이제 변명에 불과하다. 한국 국제뉴스의 수준은 처참하다. 낡은 관행을 벗어나 국제뉴스의 품질을 높이기 위한 반성과 성찰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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