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C협회의 신문부수공사의 부실 실태를 확인하기 위한 문화체육관광부의 신문지국 현장조사가 신문사와 신문지국의 비협조 속에 사실상 무산됐다. 일부 신문사의 경우 조직적으로 문체부 협조를 방해하려 한 정황도 드러났다. 

앞서 문체부는 지난 3월16일 ABC협회 사무검사 결과를 내놓으며 “사무 검사와 신문지국 인터뷰에서 확인된 실제 유가율·성실률에서 신문지국의 표본 수와 자료량 등이 한정된 점 등을 고려해, 추가적으로 공동 조사단을 구성하고 6월 말까지 현장 실사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장 실사 대상 신문지국 수를 30~50곳 수준으로 대폭 늘려 부수공사 실태조사의 객관성과 신뢰성을 높인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문체부는 현장 실사를 포기했다. 문체부 미디어정책과 관계자는 “50여 군데를 가기로 했는데 신문사와 신문지국의 비협조 속에 20여 군데를 갔고, 그마저도 대부분의 신문지국이 문이 닫혀있거나 자료를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더 이상의 진행이 무의미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ABC협회에 협조를 요청했지만 ‘우리는 지국에 대한 권한이 없다’고 했다. 신문협회 쪽에도 협조를 구했는데 결과적으로 잘 안 됐다”고 덧붙였다. 

▲한국ABC협회.
▲한국ABC협회.

이번 문체부 현장조사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가는 곳마다 문이 잠겨 있거나, 만나더라도 (지국장들이) 계속 거짓말을 했다. 어느 현장조사 과정에선 본사 직원이 나타나 신문지국장 인터뷰에 동석하겠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우리 동선을 신문사들이 다 아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신문사는 문체부 조사에 협조하지 말라며 신문지국장들을 압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 종합일간지 신문지국장은 “유선상으로 전화를 한 신문사도 있었고 직접 문자를 보내 ‘문체부에 협조하지 말라’고 했던 신문사도 있었다”면서 “계약서상에 우리 자료를 외부에 유출할 수 없게 되어 있다. 계약해지 사유가 된다. 우리도 본사에서 그런 얘기를 하면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부 신문사들은 문체부가 신문유통원 소속 지국들을 대상으로 주로 조사에 나설 것을 알고 이들 지국을 집중 관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디어오늘은 한 종합일간지 본사 관계자가 신문지국장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확인했다. “문체부의 지국 현장조사가 오늘(4월7일)부터 시작된다는 첩보가 있습니다. 강제 조사 권한이 없어 각종 지원을 명목으로 실태조사를 요청할 수도 있습니다. 문체부나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강제로 조사할 권한이 없으니, 혹 방문 전화통화 시에는 무조건 거부하시면 되니 면담을 거부하시고 즉시 담당에게 전화 주시기 바랍니다.” 

▲한 신문사 관계자가 신문지국장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 재구성. 디자인=안혜나 기자
▲한 신문사 관계자가 신문지국장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 재구성. 디자인=이우림.

“문체부 등 외부에서 센터에 지속적으로 연락 중이라고 합니다. 혹 통화 시 개인사업의 정보 유출 불가, 개인적 사정 등으로 면담을 거부토록 하시고 담당에게 전화 주시길 바랍니다.” 이 같은 문자는 신문사에서 조직적으로 문체부 조사를 방해하려 했던 정황으로 볼 수 있다. 

앞서 신문협회는 “문체부가 이번 지국 조사로 입수한 자료는 지국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결과를 추정한 것이어서 지국별로 편차가 있고, 표본의 한계(한정된 샘플, 지국별 자료량 차이 등), 조사 시점 및 조사원 경험의 차이 등으로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된다”고 주장했지만, 정작 신문협회 소속 신문사들은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문체부의 추가 조사에는 ‘비협조’ 또는 ‘방해’에 나섰다는 비판이 가능해 보인다.

그러나 이번 조사 실패에는 신문지국장들의 자발적인 ‘비협조’도 있었다. 한 조선일보 신문지국장은 “판매국 차원에서 지국에 ‘문체부에서 연락 오면 인터뷰에 응하지 말라’고 했지만 강한 압박은 아니었다. 지국장들이 판단한 것이다. 파지 가지고 한 달에 1000만 원 수입 올리는 지국이 꽤 된다. 구독료 1만5000원 받아서 5000원 배달료 주고 8000원은 본사에 지대로 낸다. 남은 2000원으로 뭘 하겠나. ○○은 파지의 양까지 지국과 본사 협의사항이라고 한다”면서 “문체부에서 조사를 나와 환경이 바뀌고 파지가 줄어드는 걸 대부분의 신문지국장이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까지 지국을 운영했던 또 다른 신문지국장은 “뜬 부수가 나중에 본인들에게 큰 짐이 되는 걸 알고 있지만, 고객 확보 자체가 어렵고 비용도 많이 든다. 아파트 고객의 경우 1부 마케팅비만 15만 원 정도가 기본으로 들어간다. 이득이 없다. 그래서 지금은 뜬 부수가 나오더라도 파지를 팔아서 버티자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비정상적 상황에서 수사권이 없는 문체부의 조사는 한계가 불가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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