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기자·앵커 등 저널리스트들이 ‘개인 활동’이라는 명분으로 영상·사진 등을 통해 광고와 협찬 콘텐츠를 제작하거나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TV 방송 외 광고가 가능한 플랫폼이 다양화하고 있고, 간접광고로 불리는 PPL과 같은 콘텐츠 융합 광고가 진화하고 있는 만큼 저널리즘 윤리와 충돌하는 사례가 더 늘 것으로 보인다. 언론사 소속 신분에서 이뤄지는 언론인의 각종 영리 행위를 어디까지 허용할지, 또 기자 개인의 SNS 활동은 어디까지 관리할지 언론사 내부 논의도 계속되고 있다.

동아일보 기자로 입사한 김진 채널A 기자는 본인 이름을 단 프로그램 ‘김진의 돌직구쇼’를 진행하는 채널A 간판 앵커다. 그는 2015년 곽정아 채널A 기자와 결혼했는데, 곽 기자 역시 채널A 메인뉴스 앵커로 활동했다.

두 사람은 현재 유튜브 채널 ‘꽉TV’를 운영하고 있다. 2019년 2월부터 100일을 맞은 아이 브이로그(일상을 촬영한 동영상)를 게시하는 등 꾸준히 영상을 업로드하고 있다. 꽉TV는 구독자가 2만8000여명인 육아 전문 채널로 발돋움했다. “앵커아빠 육아대디 변신”, “앵커아빠의 교육관” 등 영상 제목에서 알 수 있듯 김진 앵커는 이 채널에서도 ‘앵커 아빠’로 소개된다. ‘사피엔스’, ‘정의란 무엇인가’, ‘손자병법’ 등 책을 해설하는 콘텐츠 ‘앵커의 서재’도 영상 코너 가운데 하나다. 단란한 부부와 아이들이 등장하는 유튜브 영상은 편당 조회수 1~2만회를 기록하며 인기를 얻고 있다.

▲ 김진 채널A 기자는 본인 이름을 단 프로그램 ‘김진의 돌직구쇼’를 진행하는 채널A 간판 앵커다. 그는 2015년 곽정아 채널A 기자와 결혼했는데, 곽 기자 역시 채널A 메인뉴스 앵커로 활동했다. 두 사람이 개인 유튜브 채널 ‘꽉TV’에서 LED 마스크 제품을 홍보하고 있다. 사진=꽉TV 화면 갈무리
▲ 김진 채널A 기자는 본인 이름을 단 프로그램 ‘김진의 돌직구쇼’를 진행하는 채널A 간판 앵커다. 그는 2015년 곽정아 채널A 기자와 결혼했는데, 곽 기자 역시 채널A 메인뉴스 앵커로 활동했다. 두 사람이 개인 유튜브 채널 ‘꽉TV’에서 LED 마스크 제품을 홍보하고 있다. 사진=꽉TV 화면 갈무리

문제는 ‘유료 광고’ 영상 콘텐츠다. 꽉TV는 상품 광고 시 영상 자막으로 ‘유료 광고 포함’이라는 자막과 “이 영상은 유료 광고를 포함하고 있다”는 설명 글 등을 붙이고 있다. 지난해 9월 시행된 공정거래위원회의 ‘추천·보증 등에 관한 표시·광고 심사지침’을 보면, 유튜브나 SNS에 경제적 대가를 받고 제품 리뷰 등의 콘텐츠를 업로드할 때는 ‘협찬을 받았다’, ‘광고 글이다’ 등과 같은 문구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꽉TV 유튜브 채널에서 ‘유료 광고’를 검색해보면 신생아크림, 홈 스타일링 컨설팅, 샤워기 필터, 액체 세제, 오디오북 앱, 공기청정기, LED 마스크 등 여러 상품 콘텐츠가 확인된다. 상품 후기는 구체적이다. 곽 기자는 지난 4월 게시한 “LED 마스크로 꿀피부 만드는 꿀팁” 영상에서 “지난 일주일 동안 OOOO 제품을 정말 열심히 써봤다”며 “로션(lotion)만 발랐을 때보다 약간 광이 차오르는 것 같이 피부 결이 좋아졌다”며 “이 제품은 버튼이 있어서 조작도 쉽고 간편하다. 누워서 쉴 때 사용해도 편하다”고 했다. 이 영상에서 김 앵커도 LED 마스크 제품을 착용하고 누워서 쉬는 모습을 연출했다.

“스웨덴 전문 기업에서 만드는” 공기청정기를 홍보하는 영상에서도 두 사람은 함께 등장한다. 곽 기자는 “공기청정기를 선택하는 기준은 거실 전체를 커버할 수 있을 만큼 큰 용량인가와 필터 능력이 탁월한가”라고 강조했다. 영상은 집에 도착한 공기청정기를 설치하는 김 앵커 모습을 담았고, 부부는 “지금 수치가 40인데 6분 안에 (청정이) 다 된대. 거의 환기 수준 아니냐”, “환기보다 빠른데”라며 상품을 놓고 대화를 주고받았다. 이 영상 역시 초기에 “유료 광고를 포함하고 있습니다”라는 자막을 띄웠고, 설명 글에도 “해당 영상은 □□□□ △△△△△△의 유료 광고를 포함하고 있습니다”라고 적시돼 있다. 샤워기 필터 홍보 영상에는 “OO 샤워기 필터는 저희가 몇 개월째 쓰고 있는 제품”이라는 설명이 덧붙었다.

김 앵커 생각을 들었다. 꽉TV는 현재 휴직 중인 곽 기자의 육아 생활을 담은 ‘사적 유튜브 계정’이라는 게 김 앵커 설명이다. 김 앵커는 유튜브 채널 운영과 관련해 “회사 동의를 받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기청정기를 포함해 무상으로 받은 상품은 전혀 없으며 다시 돌려줬다고 주장했다. 김 앵커 본인은 협찬을 받은 적 없으며 상품에 대해 발언한 적 없기 때문에 앵커로서 직업윤리에 저촉될 것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꽉TV의 육아 상품 홍보에 대가가 없다면, 굳이 왜 상품을 홍보하느냐는 질의 등에는 더 답하지 않았다. 곽 기자에게도 통화와 문자 등으로 입장을 물었으나 답변을 받진 못했다.

▲ 김진 채널A 기자는 본인 이름을 단 프로그램 ‘김진의 돌직구쇼’를 진행하는 채널A 간판 앵커다. 그는 2015년 곽정아 채널A 기자와 결혼했는데, 곽 기자 역시 채널A 메인뉴스 앵커로 활동했다. 두 사람이 개인 유튜브 채널 ‘꽉TV’에서 공기청정기를 홍보하고 있다. 사진=꽉TV 화면 갈무리
▲ 김진 채널A 기자는 본인 이름을 단 프로그램 ‘김진의 돌직구쇼’를 진행하는 채널A 간판 앵커다. 그는 2015년 곽정아 채널A 기자와 결혼했는데, 곽 기자 역시 채널A 메인뉴스 앵커로 활동했다. 두 사람이 개인 유튜브 채널 ‘꽉TV’에서 공기청정기를 홍보하고 있다. 사진=꽉TV 화면 갈무리

지상파 방송 뉴스 앵커 경험이 있는 한 기자는 “우리의 경우 ‘기자의 영리 행위’는 금지돼 있다”며 “민영방송이라고 해도 방송 전파는 공적으로 부여받는다. 기자가 유료 광고라는 영리 행위를 하는 것도 문제인데, 시청자와 직접 만나는 앵커가 광고 영상에 등장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만약 손석희 앵커가 그런 모습을 보였다면 어떤 반응이 나올까”라고 꼬집었다.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앵커를 하면서 얻은 사회적 신뢰를 사익을 위한 도구로 쓰는 것은 저널리즘 윤리 차원에서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정 교수는 “앵커는 본디 ‘진실을 탐사하고 전달하는 사람’이라는 평판을 갖는 직업”이라며 “반면, 광고는 상품의 한 단면(장점)을 부각할 수밖에 없다. 앵커가 말하기 때문에 진실에 가깝다고 수용자가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 직업 수행 과정에서 쌓은 신뢰를 사적 이익을 위한 용도로 쓰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2016년 김주하 MBN 앵커가 한 국내 브랜드 화장품 광고 모델에 발탁되자 갑론을박이 이어진 적 있다. 김 앵커가 진행하는 ‘뉴스의 공정성, 객관성, 신뢰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언론계에 제기됐고, 당시 MBN은 “개인의 선택을 존중한 것”이라며 “공정과 신뢰는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언론학자 등 김 앵커 행보를 우려하는 쪽은 사실상 ‘광고에 출연하는 언론인이 광고주를 제대로 비판·견제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던진 것이기도 했다. 언론-기업 간 광고 거래와 저널리즘 윤리문제는 결부될 수밖에 없고, 언론인 개인의 광고 등 영리 행위도 이와 같은 맥락 위에서 저널리즘 윤리 잣대를 피할 수는 없었다.

▲ 송무빈 TV조선 기자는 자신의 SNS에 ‘#광고’ ‘#협찬’ 등을 표기하고 카카오VX(카카오게임즈 자회사)의 프리미엄 골프 연습장 ‘프렌즈아카데미’나 골프용품 등을 홍보했다. 사진=송무빈 기자 인스타 화면 갈무리
▲ 송무빈 TV조선 기자는 자신의 SNS에 ‘#광고’ ‘#협찬’ 등을 표기하고 카카오VX(카카오게임즈 자회사)의 프리미엄 골프 연습장 ‘프렌즈아카데미’나 골프용품 등을 홍보했다. 사진=송무빈 기자 인스타 화면 갈무리

5년 전과 비교하면, TV 방송 외에 광고가 이뤄지는 플랫폼은 더 다양해졌다. 기자 SNS 계정을 통한 광고·협찬 사례도 확인된다. 송무빈 TV조선 기자는 자신의 SNS에 ‘#광고’ ‘#협찬’ 등을 표기하고 카카오VX(카카오게임즈 자회사)의 프리미엄 골프 연습장 ‘프렌즈아카데미’나 골프용품 등을 홍보했다. 2만3000여명이 그를 팔로우하고 있다.

송 기자는 “업무와 무관한 개인 취미나 일상의 사적인 활동”이라며 “회사, 보도와 관련이 없는데 굳이 연결 짓는 것은 사생활 침해”라고 했다. 송 기자는 해당 SNS 프로필에 ‘TV CHOSUN’을 명시했다가 미디어오늘 취재가 이뤄지자 문구를 삭제했다. 그의 광고성 게시물에도 지금은 ‘#광고’ ‘#협찬’ 등 표기가 보이지 않는다.

TV조선 측은 현재 기자들의 SNS 관련 내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다. 기자가 개인 SNS 계정을 활용하는 것을 무작정 규제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을 공유하면서도, 저널리즘 윤리를 훼손하지 않을 방안을 구성원들이 함께 찾아보자는 취지다. 한 관계자는 송 기자 SNS에 관해 “만약 문제가 된다면, 내부 절차에 따라 어떤 경위인지, 이를 통해 어느 정도 영리를 취했는지 등을 확인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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