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의 뉴스 편집까지 관여하겠다는 것은, 지속적으로 ‘언론통제’와 ‘여론조작’을 일상화하겠다는 것이고, ‘통치’와 ‘선거’에 이용하겠다는 의도다.” “독재 시대에나 있을 법한 언론통제이고 박근혜표 신보도지침이다.” 2013년 11월 민주당의 논평이다. 당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이 포털에 ‘구글식 알고리즘’ 배열을 제안한 사실이 알려지자 민주당이 반발하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7일 미디어특위 1차 보고 회의를 열고 ‘언론 개혁’의 일환으로 포털의 자체 뉴스 편집(배열)을 폐지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민주당은 양대 포털에 뉴스 편집을 포기하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자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22일 “포털을 통한 뉴스 접근 방식을 민주당 입맛대로 고치겠다는 속셈을 드러낸 것”이라며 “‘미디어 안기부’라는 정체가 드러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포털 뉴스 편집에 대한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이번에는 보다 전면적인 양상이다. 민주당은 ‘메인화면 등 뉴스배열 폐지’와 ‘구독제 전환’이라는 구체적인 방안을 직접적으로 제시했고, 송영길 당 대표도 ‘포털 개혁’을 강조하고 나섰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방향과 절차 등 전반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국회 의원회관 정책회의실에서 열린 미디어특위 1차 보고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국회 의원회관 정책회의실에서 열린 미디어특위 1차 보고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정치권과 포털 논의에 빠진 ‘이용자’

댓글, 실시간 검색어, 첫화면 뉴스 배열. 네이버가 폐지하거나 대대적으로 개편한 서비스들이다. 이들 서비스는 정치권의 거센 공세가 나온 이후 개편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서비스 자체가 폐지된 ‘실시간 검색어’의 경우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지도부가 항의방문을 하고 당 차원에서 규제 입법까지 추진했던 사안이다. 당시 이상우 연세대 교수는 관련 세미나에서 “여론조작의 실제 피해자는 이용자일 텐데 이 법안은 정치인들이 피해자인 것을 막기 위해 만든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민주당의 ‘포털 개혁’도 비슷한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민주당은 “국민께 돌려드린다”는 슬로건을 내세웠지만 이용자 선호에 대한 심도 있는 검토나 사전 조사를 하지 않았다. 반면 ‘포털 뉴스 배열의 정치적 편향성’ 문제를 집중 제기해왔기에 ‘정치적 유불리에 따른 대응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 2019년 9월 5일 자유한국당 지도부와 미디어특별위원들이 네이버 항의방문 후 브리핑을 하고 했다. 사진=금준경 기자
▲ 2019년 9월 5일 자유한국당 지도부와 미디어특별위원들이 네이버 항의방문 후 브리핑을 하고 했다. 사진=금준경 기자
▲ 2019년 9월5일 자유한국당 지도부와 미디어특별위원들이 네이버에 항의 방문했다. 사진=금준경 기자
▲ 2019년 9월5일 자유한국당 지도부와 미디어특별위원들이 네이버에 항의 방문했다. 사진=금준경 기자

송경재 상지대 교양학부 교수는 “이용자 입장에서 인공지능이 가진 장점이 분명히 있다. 이용자 편의를 위한 기술 발전을 규제로 막는 건 적절하지 않다”며 “인공지능으로만 과도하게 배열하는 것이 옳으냐는 문제제기가 있었고, ‘사람’과 ‘기계’ 간의 조화를 논의해야 하는 상황인데 민주당이 너무 파괴적인 안을 제시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용자 입장에서는 한 눈에 볼 수 있는 포털 뉴스가 더욱 편리하기에 별도로 구독해서 보게 하는 방식이 올바른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언론시민단체에서도 우려가 있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언론과 이용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여러 측면이 균형 있게 고려돼야 한다”며 “논의를 거치면서, 이런 조치가 왜 필요한지 순차적으로 확인해가면서 입법을 해야 하는데 지금은 가장 강력한 처방부터 내놓고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 기사열람차단 청구권 등 함께 제시된 다른 방안들도 비슷한 방식으로 추진되는 점에서 우려가 있다”고 했다.

포털 뉴스 편집 없애면 여론 다양성 보장될까

민주당은 포털의 뉴스 편집 폐지 정책에 ‘구독모델’ 전환을 패키지로 묶으면서 대안을 제시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좋은 취지’라 하더라도 예상치 못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우려는 ‘불균형 심화’다. 이용자가 포털이 아닌 언론사 사이트에 직접 접속할 경우 종합일간지, 종합편성채널, 스포츠·연예 매체를 보유한 중앙그룹과 같은 대형 언론사는 그 자체로 ‘뉴스포털’ 역할을 할 수 있다. 반면 군소 언론이나 전문지, 지역지는 이들 매체와 직접적으로 경쟁하기 힘들다. 

김동원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협력실장은 “뉴스 편집을 폐지했을 때 시민들이 더 다양한 언론을 볼 수 있는가를 물어야 한다”며 “오히려 다른 방식의 편식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 몇몇 대형 신문사 외에는 구독 모델에 필요한 독자 데이터와 디지털에 특화된 CMS를 갖추지 못했다. 포털을 극복하는 건 필요하지만 알고리즘 편집 폐지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어떻게 ‘이행기’를 거쳐 독립이 가능할지를 살피고 다양한 측면의 디지털 전환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 디자인=이우림 기자
▲ 디자인=이우림 기자

송경재 교수는 “포털 제휴와 배열 방식이 문제가 많지만 그래도 포털이 등장하기 이전보다는 여론 다양성을 구현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메이저 언론이 아닌 언론사 가운데서도 여성 등 다양성 영역과 IT 전문지 등 전문영역의 목소리가 어느 정도 반영됐다”며 “뉴스 배열을 폐지하면 오프라인의 정치적인 이념 구도가 그대로 언론 구독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위근 한국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은 “만약 포털 CP 제휴사만 포털 내 전면 구독시스템으로 전환하게 되면 여론 다양성을 구현하는 구독으로 이어질지 의문”이라며 “어떤 언론사를 어떻게 구독하게 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 없이 ‘구독’부터 섣불리 이야기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구독 모델’의 흥행 점검도 필요하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가 2019년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네이버 사이트 내의 언론사 구독 시스템인 채널(언론사 구독판)을 통해 언론사를 구독해본 적 있다는 응답은 23.9%에 그쳤다. 네이버가 첫 화면에서 뉴스 서비스를 빼고 언론사 구독을 선택할 수 있게 한 구독판으로 전환한 이후 뉴스를 ‘더 이용한다’는 응답은 4.8%에 그친 반면 ‘덜 이용한다’는 응답은 28.1%였다. 포털이 운영하는 구독 모델 자체가 진입장벽이 된 것이다.

이와 관련 김승원 의원은 ‘포털 제휴 매체’ 뿐 아니라 ‘비제휴 매체’까지 포괄하는 구독 선택란을 두겠다는 입장이다. 포털 제휴 장벽을 무너뜨리는 데는 의미가 있지만 오히려 매체가 많아질수록 이용자 선택의 진입장벽이 높아질 수 있는 역효과가 나올 수도 있다.

사실상 뉴스 플랫폼인 유튜브는 못 건드려

시사주간지 시사IN이 지난해 ‘신뢰하는 언론 매체’를 조사한 결과 네이버가 2위를 차지했다. 1위는 언론이나 포털이 아닌 유튜브였다. 한국언론진흥재단과 영국 옥스퍼드대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함께 수행한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20’에 따르면 한국의 유튜브 뉴스 이용률은 45%로 나타났다. 이는 조사 대상 40개국 평균 이용률(27%)보다 18%p높은 수치다. 이용자들은 유튜브를 포털 못지않은 ‘뉴스 플랫폼’으로 이해하고 있다.

▲ 구글 앱 뉴스 화면.
▲ 구글 앱 뉴스 화면. 앱을 통해 첫화면에 접속하면 사실상 뉴스 배열행위를 하고 있다. 하지만 구글은 포털과 달리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가 아니다.

민주당의 ‘포털 개혁’ 정책으로는 ‘뉴스’를 ‘첫 화면’에 ‘배열’하는 유튜브도 규제를 해야 하지만, 실상은 아무런 대응을 하지 못한다. 결국 국내 사업자 입장에서는 ‘역차별’ 우려가 있다. 구글 역시 앱을 통해서는 첫 화면에 뉴스 배열을 하고 있는데 구글은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로 등록돼 있지 않아 현재도 포털에 강제되는 법적 책무를 피하고 있다.

김위근 책임연구위원은 “구글이 앱 내에서 알고리즘 뉴스를 배열하고 있고, 해외에서는 사실상 전재료를 지급하기 시작했지만 현재 구글은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로서도 규제를 받지 않고 있다. 정치권에서 입법 활동을 통해 이를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을 우선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면 폐지’ 아닌 ‘개선’ 요구할 때 

“포털이 언론개혁의 대상일 수 있다. 하지만 국민이 느끼는 언론개혁은 플랫폼의 개혁이라기보다는 품질에 대한 불만에서 나온다. 품질에 대한 논의 없는 포털 뉴스 편집 폐지 주장은 공허하다.” 김위근 책임연구위원의 지적이다. 

포털 뉴스 문제는 △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기사 중심 노출 △ 알고리즘 작동 방식에 대한 불충분한 설명과 불투명성으로 구분할 수 있다. 민주당 안이 적절하지 않다면 두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할까.

포털 뉴스의 품질 문제는 ‘제휴’와 ‘배열 방식’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전부터 많았다. 지난 2월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 세미나에서 유경한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젠더와 인종, 환경 등 다양성 주제를 전문적으로 일정 비율 이상 다루는 언론에 입점 우대 정책이 필요하다”며 “기사 노출에 있어서도 사회적 다양성 주제 기사의 경우 일정 비율로 노출 우선순위를 할당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어뷰징 기사에 대한 보다 강한 퇴출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있다. 현재 포털에서 쏟아지는 문제적 기사에 대해 포털과 제휴평가위가 규정을 강화해 대응할 수 있는 면이 있다.

▲ 네이버 사옥. ⓒ 연합뉴스
▲ 네이버 사옥. ⓒ 연합뉴스

지난해 전국언론노조 주최 토론회에서는 ‘배열’ 측면에서 여러 대안이 제시됐다. △포털 뉴스면 가운데 일부 영역에 인간 에디터가 탐사·심층 뉴스를 배열하는 공적 뉴스 할당제 △ 언론사별로 포털에 송출하는 기사 수를 제한하는 방법 등 제안이 나온 바 있다.

‘알고리즘 투명성’의 경우 민주당의 요구와는 다른 결이 필요하다. 민주당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뉴스포털 이용자위원회를 구성해 알고리즘 투명성을 감독하는 법안(김남국 의원안)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포털로부터 알고리즘을 제출받는 법안(이원욱 의원안)을 냈다. 민주당이 알고리즘 뉴스편집 폐지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차선’으로 주목받는 안이다.

김동원 정책협력실장은 “국가가 사업자의 알고리즘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선을 그은 뒤 “대신 포털 사업자가 정기적으로 알고리즘 투명성 보고서를 제출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이미 논문(카카오)이나 관훈저널 기고(네이버) 등을 통해 설명하고는 있는데 기술적으로 긍정적인 면만 부각하고 이용자 입장에서 궁금한 요소를 쉽게 해소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이용자, 언론인과 피드백을 주고 받는 기구를 만드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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