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이사회의 공영방송 수신료 심의가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다. 이사회에서 수신료 인상안이 의결되면 방송통신위원회를 거쳐 국회로 공이 넘어간다.

지난 9일 KBS ‘공적책무와 수신료 공론화위원회’의 공론조사 결과 및 권고안을 보고 받은 KBS 이사회는 비공개 간담회를 통해 수신료 조정안을 심의하고 있다. 23일 비공개 간담회에 이어 오는 30일로 예정된 정기 이사회에서 최종안 의결 여부를 논의할 전망이다.

KBS는 지난 1월 이사회에 제출한 수신료 조정안 및 공적책무를 최종 보완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기존 조정안은 월 2500원의 수신료를 월 3840원으로 1340원 인상하는 안이다. KBS는 이와 함께 5대 목표, 12대 과제, 57개 사업으로 구성된 ‘공적책무 확대계획’을 발표했다.

최종안은 지난달 22~23일 국민참여단 209명의 공론조사 결과와, 공론화위 권고 사항을 반영해 마련된다. 국민참여단은 지난 조사에서 79.7%가 수신료 인상의 필요성에 동의했으나 KBS의 전반적인 공영방송 책무 실천 정도에는 낮은 평가를 내렸다. 이에 공론화위는 KBS 이사회에 “공론화 결과가 충실히 반영되도록 수신료 인상과 관련한 공적책무 확대 사업계획을 재조정해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지난달 22~23일 진행된 209명 국민참여단의 KBS 수신료 및 공적책무에 관한 숙의토론이 진행됐다. 사진=KBS
▲지난달 22~23일 209명 국민참여단의 KBS 수신료 및 공적책무에 관한 숙의토론이 진행됐다. 사진=KBS

KBS는 공적책무 관련 사업을 압축 및 재정리하고, 인상 금액을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참여단이 적정한 수신료 인상금액이라 밝힌 금액은 기존 안보다 10원 적은 3830원이다. 공론화위 차원에서는 “직무 재조정 및 효율적 운영과 관련된 경영 합리화와 모두의 신뢰를 높일 수 있는 공정성 강화에 대해 좀 더 즉각적이고 효율적 대안을 강구할 것”을 권고했다. 이를 기반으로 축소·조정 가능한 사업 및 예산을 조정할 전망이다. 기존 인상안보다는 다소 낮은 조정안들이 논의되고 채택될 가능성도 있다.

KBS 시청자위원회도 수신료 조정안에 대한 의견서를 준비하고 있다. 방송법 시행에 관한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규칙 제13조에 따르면 KBS는 수신료를 인상하기 위해 수신료 산출내역, 수신료에 대한 여론 수렴결과, 수신료에 대해 심의·의결한 이사회 의결내역과 함께 시청자위원회 의견을 담은 서류를 첨부해 방통위에 제출해야 한다. 현재로서 시청자위 의견수렴은 내달 1일로 예정돼있으나, 이사회 의결 여부에 따라 일정이 연기될 여지가 있다.

권태선 KBS 시청자위원회 위원장은 “이사회 의견까지 참고해서 시청자위원회 의견을 낼 계획이기에 일정이 변경될 가능성이 있다”며 “공론조사 및 공론조사 의견을 잘 받들어 KBS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데 도움이 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아보려 한다”고 전했다. 현재로서는 늦어도 7월 초를 넘기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KBS 이사회가 의결한 수신료 조정안을 방송통신위원회에 보내면 방통위는 이를 접수한 날로부터 60일 안에 수신료 조정안에 대한 의견서와 관련 서류를 첨부해 국회에 제출한다. 현재 KBS 이사진 임기는 오는 8월까지, 양승동 KBS 사장 임기는 오는 12월까지다. 이번 조정안 의결을 끝으로 수신료 인상을 추진했던 주체들은 모두 KBS를 떠나게 된다.

대선 앞둔 국회, 수신료 손놓을 가능성 높아

내년 3월 대선을 앞둔 정치권이 KBS 수신료 인상 논의를 본격화할 가능성은 높지 않은 분위기다. 그간 수신료 인상안은 2007년, 2010년, 2013년 모두 국회의 벽을 넘지 못했다. 그나마 60일 이내로 기간이 정해진 방통위와 달리, 국회의 심의·의결을 강제하거나 권고하는 조항은 없다.

특히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KBS 수신료 인상 시도 자체를 비난하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서 국민의힘 간사를 맡고 있는 박성중 의원은 지난 1월 KBS 이사회의 수신료 인상안 상정을 앞둔 시점부터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8일엔 시민이 참여한 공론조사를 “KBS 수신료 인상을 위한 여론조작”이라 주장하기도 했다.

▲양승동 KBS 사장이4월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아트홀에서 열린 TV 수신료 조정안 관련 공청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양승동 KBS 사장이4월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아트홀에서 열린 TV 수신료 조정안 관련 공청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권에서도 수신료 인상안을 들여다볼 여력은 없다는 분위기다. 현재 과방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원욱 의원, 민주당 간사 조승래 의원도 KBS가 공영방송으로서 역할이 부족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수신료 인상에 앞서 올해 하반기 줄줄이 이어질 KBS, MBS, EBS 이사진 등 교체를 앞두고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이 우선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결국 지금의 수신료 인상안은 내년 대선이 끝난 뒤 논의 테이블을 위한 기틀 마련에 의의를 둬야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KBS 관계자는 앞서 “지금이 아니면 수신료 인상에 동의하는 이사회와 경영진 목소리를 또 언제 모으게 될지 기약할 수 없게 된다”고 강조했다. 최소한 KBS 이사회, 방송통신위원회, 국회 과방위, 본회의 의결 등 4단계 중 2단계는 넘어서게 되는 것 아니냐는 평가도 있다.

이번 공론조사를 통해 ‘공영방송이 필요하다’는 국민적 공감대를 확인했다고 의미를 부여하는 반응도 있다. 실제 공론조사에서 공영방송이 필요하다는 의견은 국민참여단 숙의 토론 전인 1차 조사에서 87.6%였으나 토론을 마친 뒤 2차 조사에서 91.9%까지 상승했다.

그러나 KBS가 공영방송으로서 역할을 잘 못한다는 평가가 56%로 절반을 넘어서는 등 부정적 지표도 현실로 드러났다. 특히 ‘KBS 뉴스가 공정하지 못하다’(73.2%) ‘KBS 경영이 방만하고 비효율적이다’(74.6%)라는 응답이 70% 중반대에 육박하고 있다. 이는 KBS 하면 떠오르는 정형화된 인식을 드러내는 사례이기도 하다.

내부 구성원들 사이에서도 방만하고 무거운 조직이라는 문제를 어떻게 돌파해나가야 할지 고심이 깊다. 한 KBS 구성원은 “주52시간제라는 현실적 노동시간 제약을 지키면서 시청자의 기대를 풀려면 일을 대하는 사람들의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 모든 현업에서 일손이 부족하다고 말하는데 밖에서는 얼마나 터무니없겠나. 그런데 일손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라며 조직 문화의 전반적 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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