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성매매 유인 강도 사건 보도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녀를 묘사한 일러스트를 삽입한 데 대해 공식 사과했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조선일보는 23일 “조국씨 부녀와 독자들께 사과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사고를 통해 사과 입장을 표명했다. 하지만 피해 당사자인 조국 전 장관은 “상습범의 면피성 사과다. 도저히 용서가 안 된다. 법적 책임을 묻겠다”면서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조 전 장관은 “국회는 강화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서둘러 달라”고 촉구했다.

조선일보는 이날 오전 “조선닷컴은 21일 오전 5시에 게재된 ‘‘먼저 씻으세요’ 성매매 유인해 지갑 턴 3인조’ 제하의 기사에서 여성 1명, 남성 3명이 등장하는 일러스트를 사용했다”며 “하지만 이 일러스트가 ‘조국씨와 조민씨를 연상시킨다’는 이야기를 듣고 2시간 30분 후 다른 일러스트로 교체했다”고 밝혔다.

▲ 지난 21일자 조선일보 기사(오른쪽). 조국 전 장관 부녀 일러스트를 넣었다. 왼쪽 사진은 서민 교수가 지난 2월 조선일보에 기고한 글. 이 글에 실린 일러스트가 지난 21일 성매매 관련 조선일보 기사에 삽입돼 논란이다.
▲ 지난 21일자 조선일보 기사(오른쪽). 조국 전 장관 부녀 일러스트를 넣었다. 왼쪽 사진은 서민 교수가 지난 2월 조선일보에 기고한 글. 이 글에 실린 일러스트가 지난 21일 성매매 관련 조선일보 기사에 삽입돼 논란이다.
▲ 조선일보가 성매매 유인 강도 사건을 다룬 기사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녀를 묘사한 일러스트를 삽입해 논란인 가운데, 일러스트레이터 A씨가 입장을 밝혔다. 사진=인스타그램
▲ 조선일보가 성매매 유인 강도 사건을 다룬 기사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녀를 묘사한 일러스트를 삽입해 논란인 가운데, 일러스트레이터 A씨가 입장을 밝혔다. 사진=인스타그램

조선일보는 “확인 결과, 이 일러스트는 서민 교수의 조국씨 관련 기고문(본지 2월 27일자)에 썼던 일러스트였다”며 “담당기자는 일러스트 목록에서 여성 1명, 남성 3명이 등장하는 이미지만 보고 기고문 내용은 모른 채 이를 싣는 실수를 했고, 이에 대한 관리 감독도 소홀했다. 조국씨 부녀와 독자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문제가 된 기사는 남성을 성매매로 유인해 금품을 훔친 혼성 절도단을 다룬 내용이다. 그러나 정작 기사 속 그림은 조 전 장관 딸 조민씨가 모자를 쓴 채 통화하는 장면과 조 전 장관이 뒤돌아 서있는 모습 등이 담긴 일러스트였다.

조 전 장관이 “제 딸 사진을 그림으로 바꿔 성매매 기사에 올린 조선일보. 이 그림 올린 자는 인간인가? 그림 뒤쪽에 있는 백팩을 든 뒷모습의 남자는 나의 뒷모습으로 보이는데, 왜 실었느냐”라고 반발하며 논란이 거세졌고, 결국 조선일보가 공식 사과까지 하게 된 것이다.

▲ 조선일보는 23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녀와 독자들에게 사과했다. 사진=조선일보 홈페이지
▲ 조선일보는 23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녀와 독자들에게 사과했다. 사진=조선일보 홈페이지

하지만 이번 조선일보 사과문을 보면, 과거 칼럼에 실렸던 일러스트가 뜬금없이 성매매 관련 기사에 삽입됐는지 경위가 불분명하다. 조선일보가 지목한 담당 기자가 편집 기자인지 취재 기자인지, 데스크는 왜 걸러내지 못한 건지, 향후 징계 가능성이나 재발 방지 대책이 무엇인지 사과문만 봐서는 확인이 불가하다.

되레 일러스트레이터 A씨 해명이 더 구체적이다. 논란이 된 일러스트 작성자인 A씨는 23일 오전 자신의 SNS에 “6월21일자 조선일보 성매매 관련 기사에 실렸던 그림은 해당 기사를 위해 발주받아 그린 것이 아니다”라며 “예전에 다른 칼럼에 실렸던 그림이 회사(조선일보) 편집팀 실수로 이번에 게재된 것”이라고 밝혔다.

A씨는 “이에 회사로부터 사과를 전해 받았고, 정정보도를 내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조 전 장관은 “교체되기 전 문제 그림을 올린 사람이 누구인지 밝혀달라”며 “기자, 취재부서 팀장, 회사 그림디자이너, 편집 책임 기자 등에서 누구인가. 이 가운데 한 명인지 또는 복수 공모인지도 알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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