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이 지난 17일 구성원 반발 속 정리해고를 강행한 가운데 남은 편집국 부장단이 경영진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스포츠서울 편집국 소속 취재부장과 신문제작부장, 닷컴부장 등 부장단 3명은 23일 내부 성명을 내고 “스포츠서울이 핵심인력을 다 잘라내고 정상적으로 일할 수 없는 위기상황을 만들었다. 무엇을 추구하기 위한 것이냐”며 경영진에 조속한 해결책 마련을 요구했다.

스포츠서울은 앞서 정리해고 대상자로 발표한 14명 직원에 대해 17일자로 해고를 통보했다. 정리해고 대상자에는 고진현 현 편집국장과 황철훈 현 언론노조 스포츠서울지부장, 박효실 전 지부장(현 디지털콘텐츠부장) 등이 포함됐다. 14명 가운데 12명이 편집국, 2명이 광고국 소속이다. 기자는 11명이다. 사측은 같은 날 남은 인원에 조직개편을 실시했다. 편집국 인원은 퇴사와 계약연장이 거부된 비정규직 인원을 합산해 지난달 말 48명에서 현재 25명으로 줄었다.

구성원들은 성명에서 사측이 강행한 정리해고와 조직개편 뒤 편집국 핵심 업무가 심각한 차질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성명에 따르면 스포츠경제, 문화, 골프레저, 편집부 등 편집국 부서 전반에 걸쳐 기자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사진DB부와 온라인편집부는 해체돼 직무가 멈춘 상태다.

이들은 “경제 지면은 사실상 기자 2명으로 꾸려가야 한다. 통신, IT, 게임, 생활경제를 제외하면 매출 비중이 큰 가전, 자동차, 금융, 항공 등은 인수인계가 이뤄질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며 “향후 광고영업까지 연쇄충격을 받게 되면 대대적인 매출 공백 불가피하다”고 했다. 

▲23일 스포츠서울 편집국 부장단 3명이 낸 대자보가 스포츠서울 사무실 앞에 붙어있다. 사진=언론노조 스포츠서울지부
▲23일 스포츠서울 편집국 부장단 3명이 낸 대자보가 스포츠서울 사무실 앞에 붙어있다. 사진=언론노조 스포츠서울지부

이어 “문화(출판, 미술, 공연 등) 분야는 담당 인력조차 없다”며 “골프레저팀은 팀장 포함 2명 모두 골프에 사실상 백지 상태이다. 부원도 여행, 레저, 의학, 건강, 패션, 화장품 등 평소에도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고 했다. 또 “연예팀은 연예를 처음 맡는 팀장을 제외하면 4명만으로 꾸려가야 한다. 경력있는 기자는 한 명뿐”이라고도 했다.

온라인 대응 핵심인 편집자도 없어 현재 회사 홈페이지는 물론 네이버 뉴스스탠드 등 포털 제공 화면도 지난 18일자에 머물러 있다. 사측은 디지털콘텐츠부 3명 중 편집자를 정리해고하고 인턴 2명에게도 재계약 불가를 통보했다. 신문의 경우에도 핵심인력이 정리해고를 당해 현재 부장 포함 편집기자 4명이 신문을 제작하고 있다. 미술 담당 기자도 해직돼 창간 특집 그래픽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지면 퀄리티에 대한 고민은 사치가 됐고 하루하루 신문이 제대로 나올 수 있을지를 걱정해야 한다”며 “업무 강도가 높아져 스포츠지의 기본인 스포츠 순위표 등을 게재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제작 사고가 언제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구성원들은 “결재 라인이 막혀 휴가, 출장 등의 기본적인 처리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며 “어렵게 따낸 기사협찬 건과 전국부 모 기자가 수주한 광고계약 건이 처리 주체가 없어 표류 중이다. 박현진 취재부장이 담당자를 지정해달라고 강문갑 대표에 2차례 요구했으나 22일 오후 5시까지도 답이 없다”고 했다. 이들은 “경영진은 지면 편집 경험이 전무한 인력을 배치한 뒤 며칠 배워서 하면 된다고 말한다. 이것은 인력 충원에 대한 대안이 아니라 오히려 업무를 가중시키는 조치”라고 했다. 

구성원들은 “(경영진은) 이처럼 정상적으로 일을 할 수 없는 위기상황을 만들어 놓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며 “김상혁 회장과 강문갑 대표, 이장혁 대표에게 조속한 해결책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직원들의 피눈물 나는 희생으로도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맞게 된다면 그것은 명백한 ‘배임’”이라고 했다.

정리해고된 14명 노동자들은 해직 다음날부터 매일 출근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언론노조 스포츠서울지부는 오는 24일 스포츠서울 대주주 김상혁 회장 자택 앞에서 기자회견을 한 뒤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와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제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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