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지배구조법안을 심사해야 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공전하면서, 법안 처리를 위해 더불어민주당이 ‘단독 개최’라도 불사하라는 언론계 요구가 나왔다. 전국언론노동조합과 언론노조 KBS본부는 23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및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이 주장했다.

언론계는 공영방송 이사·사장 선임을 거대 양당이 좌우하는 관행을 끊고 시민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면서 6월 임시 국회 중 관련 법안을 처리하라고 촉구해왔다. 오는 8월부터 KBS 이사회와 방송문화진흥회(MBC관리감독기구·대주주), EBS 이사진이 교체되고, 양승동 KBS 사장 임기도 만료된다는 이유다. 그러나 과방위는 ‘TBS 감사’를 요구하는 국민의힘 보이콧 등으로 파행되고 있다.

언론노조는 “24일 예정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관련 법안이 다뤄지지 않는다면 사실상 문재인 정부 하에서는 지배구조 개선이 어렵다”면서 조속한 과방위 개최를 요구했다. 만약 국민의힘이 계속 보이콧을 이어갈 경우 민주당이라도 과방위를 열어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및 언론노조 KBS본부가 23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법안을 처리하라고 촉구했다. 사진=언론노조 KBS본부
▲전국언론노동조합 및 언론노조 KBS본부가 23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법안을 처리하라고 촉구했다. 사진=언론노조 KBS본부

언론노조 KBS본부 구성원들은 이날부터 등에 ‘공영방송 지배구조 정상화’를 촉구하는 배낭형 피켓을 매고 여의도 일대를 순회하는 릴레이 도보행진을 시작했다. 국회의사당을 중심으로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당사를 거치면서 법안 처리를 촉구한다는 방침이다.

행진에 앞서 언론노조와 기자회견을 개최한 KBS본부는 “개정안을 책임지고 논의해야 할 과방위는 소위조차 제대로 열리지 못했다. 과방위원장, 여야 간사들은 상대를 탓하며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하다”고 비판했다.

먼저 국민의힘을 두고 KBS본부는 “신임 이준석 대표는 취임과 함께 공정, 기회를 화두로 과거의 관행을 끊는 ‘새로운 정치’를 외쳤다. 그러나 이 대표는 정치권의 부당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입 관행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며 “과방위 소속 국민의 힘 소속 의원들은 공영방송 지배구조 법 개정의 논의의 필요성은 공감하면서도 TBS 감사 촉구를 주장하며, 과방위를 사실상 보이콧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을 중심으로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당사를 돌며 공영방송 지배구조개선 법안 처리를 촉구하는 릴레이 도보행진을 시작했다. 사진=언론노조 KBS본부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을 중심으로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당사를 돌며 공영방송 지배구조개선 법안 처리를 촉구하는 릴레이 도보행진을 시작했다. 사진=언론노조 KBS본부

 

더불어민주당을 향해서도 “적극적인 태도를 찾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KBS본부는 “진지하게 야당 설득을 하면서도, 당대표와 최고위원까지 공감한 공영방송 지배구조 정상화 논의를 마무리지어야 한다. 야당의 비협조적인 자세만 탓하면서 시간을 허비하는 동안, 언행일치를 하지 않는 여당의 정당성마저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KBS본부는 “현 KBS 이사들의 임기 종료 시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대로라면, 정치권이 공영방송 지배구조에 손을 대려는 악습이 이번에도 재현될 우려가 크다”며 “새로운 이사, 사장 선임을 새로운 룰에 따라 진행하지 못한다면, 내년 대선의 불투명한 미래 속에서 오해와 불협화음은 더욱 커질 것이다. 집권여당의 공영방송 개혁의지는 빛 바래게 될 것”이라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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