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아동학대 보도를 지양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높아진 가운데 지난해 관련 방송심의 사례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가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아동학대 관련 방송심의 의결 내역’에 따르면 지난해 방송심의를 통해 문제가 지적된 사례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최근 3년간 아동학대 관련 방송심의 의결 사례는 2018년 0건, 2019년 2건 등으로 미미했으나 2020년 들어 12건에 달했다. 11건이 ‘권고’, 1건이 ‘의견제시’ 등으로 법정제재가 아닌 행정지도 조치다. 

▲ 아동학대 관련 방송심의 의결 내역. 자료 출처=방송통신심의위원회,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 아동학대 관련 방송심의 의결 내역. 자료 출처=방송통신심의위원회,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지난해 의결 사안 12건 중 9건은 2019년 10월경 알려진 산후도우미의 신생아 학대 사건 보도들이다. 여러 방송사에서 해당 사건을 보도하면서 아기가 학대 당하는 장면이 담긴 CCTV 화면을 반복적으로 방송한 행태가 ‘범죄 및 약물묘사’ 관련한 방송심의규정 제38조에 반한다는 이유다. 

방통심의위는 해당 보도들이 직접적인 폭행 장면을 지나치게 상세히 소개해 심의규정을 위반했으나 사건·사고를 알려 경각심·대책을 촉구한 공익적 목적이 인정돼 행정지도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MBC ‘뉴스투데이’, ‘실화탐사대’, ‘뉴스데스크’(서울·광주·목포·여수MBC) △SBS ‘8뉴스’ △KBC ‘8뉴스’ △채널A ‘뉴스A’ △MBN ‘종합뉴스’ 등이 이 같은 사례다. 

이 밖에 아버지가 아들을 학대하고 계단에서 밀어 상해를 입히는 장면을 그대로 방영한 tvN 드라마 ‘악의 꽃’ 방영분 2건이 ‘권고’ 처분을 받았다. YTN ‘뉴스출발’의 경우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한 어린이집 교사 등의 발언을 인터뷰 동의 없이 내보내 ‘의견제시’가 결정됐다. 

지난해 심의 사례가 늘어난 것을 두고 방통심의위는 “사회적 약자 인권보호가 4기 심의위 주안점이었던 영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자체 모니터링 등으로 적극적인 심의에 나서면서 관련 조치도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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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사건 보도의 선정성 문제는 올해 들어서도 반복되고 있다. 이른바 ‘양천 아동학대 사망 사건’ 보도의 경우 절대다수의 언론이 피해 아동의 얼굴과 이름, 폭행을 당해 손상된 신체 장면을 앞세웠다. 대중의 관심과 사건 해결의 동력을 높였지만, 권리 침해를 주장할 수 없는 피해 아동의 인권이나 보도윤리가 뒷전으로 밀려났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에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4월 아동관련 법률(아동복지법, 아동학대범죄 특례법에 등)에 보도 실태조사나 권고기준 수립 의무를 명시하는 최소한의 법률 규제, 언론 스스로의 자율규제 강화가 필요하다고 분석한 바 있다. 학대 관련자 정보가 상세한 보도가 2차가해로 이어지거나, 이를 보는 아동들에게 공포·불안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입법조사처에 언론보도 개선방안 분석을 의뢰했던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은 이를 반영해 ‘아동학대법’ 개정안을 23일 대표발의했다. 보건복지부장관이 방송·신문·잡지·인터넷신문 등 언론에 대해 아동학대보도에 대한 권고기준을 준수하도록 협조를 요청하고, 언론이 이 요청을 적극 이행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아울러 강 의원은 같은 취지를 담은 ‘노인복지법’, ‘장애인복지법’ 개정안도 함께 발의했다. 사회적 취약계층에 대한 학대사건 보도 전반에 대한 권고기준을 수립해야 한다는 취지다.  노인·장애인 학대 보도의 경우 별도의 심의 사례가 집계되지 않은 상황이다. 

강선우 의원은 “이미 학대 그 자체만으로도 큰 상처를 입은 피해 아동들이 무분별한 언론보도에 또 한 번 더 상처를 입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며 “학대 피해자의 인권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학대 예방에 관한 정확한 정보가 제공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학대사건 보도의 기본적인 원칙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고 발의 취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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