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형 감사원장이 지난 28일 임기를 6개월 남기고 사퇴했다. 그는 ‘대선 출마 의사가 있나’라는 취재진 질문에 딱히 부인하지 않으며 정치행보를 예고했다. 이에 한겨레는 1면 톱기사 제목을 “정치중립 걷어찬 ‘감사원장 1호’”로 정하고 정치적 독립성과 중립성을 저버린 점을 강하게 비판했다. 

29일 대선출정식을 예고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주말 가까운 현직 검사들에게 전화해 ‘인사에 흔들리지 말라’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 출마를 앞두고 ‘후배 검사’들에게 연락해 인사 관련 발언을 한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히려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검찰총장과 감사원장이 정치선언을 한 이유로 “문재인 정권의 전횡과 폭주”를 꼽으며 현 정권을 비판했다. 

김기표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이 부동산 투기의혹으로 임명 3개월 만에 경질됐다. 야권은 물론 여권에서도 인사책임자인 김외숙 인사수석 책임론이 커지고 있다. 청와대는 아직 침묵하고 있다. 

▲ 29일자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모음
▲ 29일자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모음

 

정치중립을 자신의 대권 자산으로

최재형 감사원장이 대권 출마를 위해 사표를 낸 것에 대해 경향신문은 1면 톱기사 “최재형 사표…대권 위해 감사원 ‘중립’ 허물었다”에서 “감사원과 검찰에서 ‘정치적 중립’을 앞세워 여권과 각을 세워온 두 사람이 정치에 뛰어들기 위해 앞서거니 뒤서거니 중도 사퇴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최 감사원장과 윤 전 총장의 중도 사퇴는 감사원·검찰의 정치적 독립을 보장하기 위해 기관장 임기를 정한 제도 취지에 반한다”며 “특히 감사원은 설립 근거가 헌법에 명시한 헌법기관이다. 4년인 수장의 임기 역시 헌법으로 보장한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도 “헌법 제98조 2항에 ‘원장의 임기는 4년으로 하며, 1차에 한해 중임할 수 있다’는 규정까지 두고 있다”며 “정치 참여를 위한 최 원장의 사퇴는 헌법이 규정한 이런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독립성을 송두리째 훼손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최 원장이 ‘거취에 관한 많은 논란이 있는 상황’을 사임 배경으로 밝힌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 궤변”이라며 “최 원장 스스로 헌법기관장이 야권의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상황을 몇 달간 묵인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감사원의 한 직원은 한겨레에 “감사원장에게 주어진 권한은 업무를 공정하게 하라는 것이지 그것으로 국민한테 인기를 얻어 정치의 밑받침을 만들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바로 정치에 뛰어드는 게 모양새가 안 좋다”며 “(감사원을 향한) 의리가 없다”고 했다. 

▲ 29일자 경향신문 만평
▲ 29일자 경향신문 만평

 

야당에선 환영하는 분위기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최 원장에 대해 항상 좋은 평가를 하고 있었고 저희와 공존할 수 있는 분”이라고 했다. 

최 원장은 정치적으로 ‘윤석열의 대안’으로서 위치하고 있다. 경향신문은 “윤 전 총장의 최대 약점은 ‘처가 리스크’와 두 전직 대통령 이명박·박근혜씨 수사에 따른 강경 보수 지지층의 반감”이라며 “최 원장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지점”이라고 분석했다. 

야당에서는 윤 전 총장이 독자적인 대변인실을 구성한 것을 두고 반감이 나오고 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회창 전 총재가 김영삼 전 대통령 밑에서 총리를 하다가 갈등 때문에 잘리고 당에 혈혈단식으로 들어왔다”며 “1~2명만 데리고 당에 들어와서 오히려 당을 장악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 역시 윤 전 총장의 한계로 최 원장에게는 기회로 볼 수 있다. 

다만 이 신문은 “최 원장이 감사원장에서 정치권으로 직행한 최초 사례라는 점에서 정치적 중립성 논란은 계속 꼬리표처럼 따라다닐 것”이라며 “낮은 인지도와 약한 반문 상징성도 한계로 지적된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최 원장이 7월 중순에 출마선언을 한 뒤 8월초 국민의힘에 입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최 원장을 ‘대안 후보’로 내세우는 야권 인사들은 “최 원장의 숙고가 아주 길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이 8월 말 경선을 예고한 상황에서 최 원장이 그 전에 입당 등을 결정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조선일보는 “국민의힘에선 영남권 의원들이나 분권형 개헌을 주장하는 정치 원로 그룹이 최 원장의 잠재적 우군이 될 것”이라며 “최 원장은 이날 사퇴의사를 밝히며 태극기가 새겨진 마스크를 쓰고 붉은색 계열의 넥타이를 맸다”고 보도했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이날 국민의힘 상임고문단 간담회 이후 기자들에게 최 원장을 높이 평가했다. 

▲ 29일 한겨레 만평
▲ 29일 한겨레 만평

 

윤석열, 아직도 검찰총장?

윤 전 총장이 지난 주말 자신과 가까운 검사들에게 전화를 걸어 ‘인사에 흔들리지 말라’고 한 것에 대해 한겨레는 “부적절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대선 출마를 앞둔 상황에서 인사 관련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법무부가 지난 25일 차장과 부장 등 검찰 중간간부 625명에 대해 인사발령을 냈는데 윤 전 총장과 가까운 일부 검사들이 불이익을 받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에 윤 전 총장은 ‘자리를 지켜라. 다음 기회를 보자’며 다독였다고 한다. 

서울지역 검찰청의 한 검사는 한겨레에 “곧 공식 출마를 앞두고 있어 사실상 정치인인데 검찰 간부에게 전화해 인사 관련 발언을 하는 건 오해를 받을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검찰 재직 시절 ‘보스 리더십’을 발휘해 온 윤 전 총장이 검찰 밖에서도 자신의 계보를 챙기는 행태라는 지적도 나온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평검사는 한겨레에 “윤 전 총장이 검찰에 있을 때 ‘윤석열 계보’에 들어가지 못해 소외감을 느낀 간부들이 있었다. 적절한 행동은 아니다”고 말했다. 

▲ 29일 중앙일보 만평
▲ 29일 중앙일보 만평

 

이러한 지적과 달리 현 정권을 비판한 곳도 있다.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문재인 정권의 전횡과 폭주, 법치의 훼선이 이들(윤석열·최재형)을 정치의 길로 불러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전 총장이 오늘(29일) 정치선언을 예고한 가운데 그의 검증 포인트를 짚은 칼럼이 나왔다. 경향신문 김민아 칼럼 “윤석열, 당신은 누구입니까”를 보면 크게 세가지를 꼽는다. 윤 전 총장이 어떠한 나라를 꿈꾸는가, 누구를 대표하는가, 어떤 ‘태도’를 가진 정치인인가 등이다. 

김민아 논설실장은 “그가 검찰총장을 사임할 무렵부터 일관되게 밝힌 메시지는 공정과 상식인데 문제는 ‘어떤 공정인가’다”라며 이준석 대표가 말하는 공정은 ‘시험(성적)’을 잣대로 삼는 공정인데 윤 전 총장이 이에 동의하는지, 즉 “윤석열이 만들고 싶은 ‘공정한 나라’는 구체적으로 어떤 나라인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동훈 전 대변인 표현으로는 “중도와 합리적 진보까지 포괄하는 압도적 정권교체”를 주장했다. 다만 현재 이념적 스펙트럼은 꽤 복잡하다. 김 실장은 “안철수는 한때 극중주의까지 내걸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며 “인구 5182만명, 18세 이상 선거권자 4399만명인 나라에서 모두를 대표하는 일은 아무도 대표하지 않겠다는 말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윤 전 총장이 대표하겠다는 시민이 누군지 밝혀야 한다는 주장이다. 

윤 전 총장은 최근 ‘X파일’에 대해 정치공작, 불법사찰 등의 표현을 쓰며 사안을 회피했다. 김 실장은 “개인적으로 억울할 수도 있겠으나, 대통령이 되려는 정치지도자라면 보다 낮고 겸손한 태도를 보였어야 한다”며 “이슈 자체도 중요하지만 이슈를 태도는 훨씬 더 중요하다. 기자회견에서 직접 X파일에 대해 언급할 그 순간을 주목하는 이유”라고 했다. 

▲ 29일 한겨레 3면 톱기사
▲ 29일 한겨레 3면 톱기사

 

여권에서도 김외숙 경질 주장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8일 김기표 전 비서관 경질에 대해 “만시지탄이지만 신속하게 처리했다”며 “왜 이런 사안이 잘 검증되지 않고 임명됐는지 청와대 인사 시스템을 돌이켜봐야 한다”고 말했고, 백혜련 민주당 최고위원도 라디오에서 “인사수석이 검증 문제에 대한 총책임을 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이 소식을 29일 1면 톱기사로 전했다. 이 신문은 “송 대표가 지난 26일 직접 청와대에 전화를 걸어 김 전 비서관에 대한 조속한 정리를 요구했고, 여당 일부에선 대통령의 사과까지 요구했다”며 “하지만 민주당 내에서도 친문 진영 측은 김 수석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총리 등 대선주자들도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며 “청와대는 민주당의 인사수석 경질 요구에 대해 답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오히려 청와대 내부에선 ‘집권 여당이 나서서 청와대 인사수석 책임론을 따질 문제냐’, ‘청와대 인사 시스템도 잘 모르면서 왜 공개적으로 분란을 일으키냐’ 등의 반응이 나왔다”며 “민주당은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정권 재창출을 위해 부동산 문제 등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반면 청와대는 문 대통령 지지율이 임기말 30%대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굳이 움직일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진보성향의 신문에서도 청와대 책임론을 말했다. 한겨레는 관련 기사 제목을 “청와대 ‘부동산 검증’ 하긴 했나…여당 “인사수석 책임져야””로 정하고 “잇단 검증 실패 ‘총체적 부실’ 지적” “여당 의원마저 ‘부동산 무감각’ 질타” 등을 부제로 뽑았다. 경향신문도 1면에 “여당 내부에서도 김외숙 경질 요구” 소식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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