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를 인용하는 기사를 쓰다 보면 빠지기 쉬운 유혹이 있다. 특정 논리를 만들고자 끊는 시점을 조절하고 싶은 유혹 말이다. 

예를 들어보자. 1995년부터 2020년까지 환율 그래프다. 작년 환율은 올랐을까 떨어졌을까? 양쪽 기사 모두 가능하다. 작년(2020) 환율은 19년보다는 떨어졌다. 그러나 17년 기준으로는 환율이 올랐다. 최근 3년동안 평균 환율은 상승했다고 표현하면 팩트는 맞다. 반면, 16년을 기준으로 하면, 환율이 떨어지는 추세에 있다고 표현할 수도 있다. 2008년부터 보면 환율은 하락했지만 2007년 기준으로 보면 큰 폭으로 상승했다. 

▲ 1995년부터 2020년까지 환율 그래프. 자료=이상민
▲ 1995년부터 2020년까지 환율 그래프. 자료=이상민

6월22일 “국채 부담 역대최대… 올 이자 상환만 20조”라는 매일경제 기사가 있다. 올해 국채이자 비용이 20조원에 이를 전망인데 이는 역대 최대 규모라는 것이다. 17년부터 국채이자 지출 규모는 17조원 안팎이었으나 올해 부담이 ‘확’ 늘어난다고 한다. 그런데 15년, 16년 국채이자액은 얼마였을까? 18.3조원, 18조원이다. 국채이자 지출 규모를 17조원 안팎으로 유지했던 것은 기사에 인용된 17년도부터 생긴 현상이다. 

▲ 23일자(온라인 22일) 매일경제 기사
▲ 23일자(온라인 22일) 매일경제 기사

한 걸음 더 나아가보자. 경제 규모는 매년 커진다. 국가 예산 규모도 매년 커질 수밖에 없다. 국채와 국가자산 모두 역대 최대치를 매년 갱신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래서 국채나 국채이자 같은 재정수치 제목에 ‘역대 최대’라는 표현을 넣는 것은 비정상이다. 그러니 국채나 국채이자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고자 한다면 총지출이나 GDP 대비 비율로 분석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 의미에서 GDP 대비 국채와 국채이자 비율을 보자. GDP 대비 국채비율은 매년 역대 최대치를 갱신하면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그럼에도 GDP 대비 국채이자액 비율은 10년 전 보다도 낮다. 매년 증가하는 국채 비율을 보면 상반된 평가가 가능하다. 작년과 올해 국채 증가율 추세가 너무 가파르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해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고려해보면 국채 비율 증가는 감내해야 한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언론 다양성 측면에서 두 가지 상반된 논조의 기사는 모두 필요하다. 

그러나 국채이자 비율 자료는 소제목에서 강조한 ‘빚투성이 한국’을 뒷받침할 수 없는 자료다. 국채 비율은 가파르게 증가했어도 국채이자 비율은 10년 전보다도 낮다. 국채이자 자료는 오히려 국채를 더 발행할 수 있는 재정 여력이 존재한다는 상반된 결론을 이끄는 자료다.

▲ GDP 대비 국채와 국채이자 비율. 자료=이상민
▲ GDP 대비 국채와 국채이자 비율. 자료=이상민

두 걸음 더 나아가보자. 국채는 크게 늘어나도 국채 이자는 그만큼 늘지 않는 이유는 국채 금리가 낮아졌기 때문이다. 국채는 언젠가 모두 갚아야 할 돈은 아니다. 가정 살림과 국가 재정은 다르다. 가정이 진 빚은 은행이나 다른 사람에게 빌린 돈이다. 언젠간 갚아야 한다. 내가 못 갚으면 자녀가 갚아야 한다. 내 자산을 물려받고 싶다면 말이다.

그러나 국채 대부분(약 85%)은 외국인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에게 빌린 돈이다. 가정에 비유를 하자면 남편에게 빌려서 생활비로 지출한 돈이다. 은행 같은 외부인에 빌린 돈은 약 15%에 불과하다. 즉, 국채는 계속 보유하면서 경제 규모가 커지고 인플레이션에 따라 관리 가능한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모두 상환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그러나 국채 이자는 얘기가 다르다. 국채 보유에 따라 매년 실제로 현금으로 나가야 하는 돈이다. 그래서 국채를 갚지 않아도 된다고 하더라도 국채이자 부담 때문에 국채는 무한정 늘리면 안 된다. 그런 의미에서 국채이자 비율은 국채 보유 정도를 판단하는 좋은 잣대다. 국채이자 비율만 보면 현재 국채 수준은 관리가능한 수준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언론의 생명은 다양성이다. 재정 건전성을 강조하는 기사,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요구하는 기사 모두 필요하다. 그러나 그 근거는 합리적으로 결론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저출생 고령화 사회를 대비하고자 국채 비율을 낮춰야 한다는 논리라면 재정 건전성을 강조하는 기사로는 손색이 없다.

그러나 국채이자 비용이 ‘역대 최대’기 때문에 ‘빚투성이 한국’이라는 논리는 매우 어색하다. 국채이자 비율만 보면 오히려 한국의 국채 수준을 더 높여도 된다는 결론으로 해석하는 것이 맞다. 전혀 상반된 결론을 이끄는 자료로 ‘빚투성이 한국’을 강조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통계 시점을 2017년부터 끊어서 제시했기 때문이다. 연도별 통계를 인용한 기사를 쓸 때, 유리한 구간만 끊어서 제시하는 유혹은 자제해야 한다. 참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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