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병제에서 모병제로? “빈자의 군대될 것”
징병제에서 모병제로? “빈자의 군대될 것”
[참여사회 인터뷰] 임재성 변호사·평화운동가
“피해자 살아있을 때 사법농단 사과해야”
“현 징병제는 남성에 차별적… 적극적 시정 조치 필요”
병력감축 필요… “50만에서 30만으로, 12개월 복무”

임재성은 변호사이면서 평화운동가다. 대학에서 강의하는 연구자이고 KBS 시사프로그램 ‘시사직격’을 진행하는 방송인이기도 하다. 그의 ‘본캐’(본캐릭터)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인터뷰 전 찾아본 그의 이력 중 눈에 띄는 키워드는 두 가지. 하나는 ‘과거사’였다. 국가정보원을 상대로 한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조사자료 정보공개청구,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기업에 대한 손해배상소송, 제주 4·3사건 군사재판 피해자 대리 재심 등 그가 맡고 있는 사건들은 비극과도 같던 과거사에서 비롯했다.

다른 하나는 ‘군대’다. 군 인권 관련 활동과 함께, 변호사로서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의 변호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국가와 군대라는 공동체 집단과 그 속에서 투쟁하는 개인의 자유.’ 그의 삶을 조금이나마 설명하는 문구 아닐까. 지난 6월18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서 그를 만났다.

▲ 임재성 변호사가 지난 6월18일 서울 서초동 법무법인 해마루 사무실에서 참여사회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자원활동가 박영록
▲ 임재성 변호사가 지난 6월18일 서울 서초동 법무법인 해마루 사무실에서 참여사회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자원활동가 박영록

-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으나, 지난 6월 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각하됐다. 최근 여러 일제강점기 과거사 판결이 나오고 있는데 진행 상황을 설명한다면?

“국내 소송에 국한해서 보면, 하나는 위안부 소송이 있다. 위안부 소송의 경우 1990년대 일본에서 진행한 소송은 모두 패소했다. 한국에서는 피고가 일본 정부였기 때문에 소송이 어렵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2015년 12·28 위안부 합의 이후 마지막 문을 두드리는 심정으로 일본 정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소송이 시작됐다. 현재 1심에서 서로 다른 결론의 두 판결이 나왔다. 피해자 권리를 인정한 승소 판결과 국가면제 법리를 통해 일본 정부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본 각하 판결이다. 개인적으로는 후자 판결에 매우 비판적이지만, 대법원 판결이 없고 1심 판결만 2건 있는 상황에서 하급심의 법리가 다를 수는 있다. 후자 판결에 대해 피해자들은 항소했고, 다른 판단이 내려지길 희망한다. 다른 하나는 노무자로 일본기업에 끌려가셨던 분들 소송이다. 이 소송 역시 일본 법원을 거쳐 2000년대 초반부터 국내 법원에서 소제기가 이뤄졌다. 그리고 오랜 시간 끝에 2018년 대법원에서 피해자들의 승소로 확정됐다.”

-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청구를 각하한 이번 판결을 어떻게 평가하나?

“2018년 대법원과 다른 판단의 하급심 법리가 나온 것이다. 대법원과 다른 판단이 불가능하진 않지만 내용에서 매우 이례적이다. 재판부는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권리행사가 나라를 힘들게 하니 인정할 수 없다’는 식의 논리를 펼쳤다. 법률과 증거를 넘어선 위법한 판단이다. 민사소송에서 판사는 일본 기업에 불법행위 책임이 있는지 없는지만 판단하고, 판결하면 된다. 왜 그렇게 나라 걱정, 경제 걱정을 하시는지들 모르겠다. 판사는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승소해 실제 강제집행에 나서면 일본과의 갈등은 물론 미국과의 갈등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가정에 기반해 판결을 내렸다. 가정에 가정이 쌓이면 증거로 판단하는 판결이 아니라 에세이일 뿐이다. 현재는 항소가 이뤄진 상태인데, 2심에선 유지되기 어려운 판단이라고 본다.”

- 지난 6월 17일 한겨레 지면을 통해 양상훈 조선일보 주필 칼럼을 비판했다. 양 주필이 2012년 강제동원 피해자의 청구권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 때문에 “외교부와 대법원이 소통하지 않을 수 없었다”면서 사법농단을 두둔했는데?

“2018년 강제동원 대법원 판결 이전에 2012년 대법원 판결이 있었다. 2012년 판결은 파기환송 판결이었기에 하급심인 서울고등법원에서 손해배상액을 정하는 판결이 내려졌고, 이에 피고 일본 기업이 다시 대법원에 재상고하면서 대법원 판결이 두 번 내려지는 상황이 된 것이다. 복잡해 보이지만 복잡하지 않다. 통상이라면 첫 번째 대법원 판결이 있기에 두 번째 대법원 판결은 ‘상고기각’으로 간단하게 끝나버린다. 그런데 두 번째 대법원 판단이 이뤄질 시기 임기가 시작된 박근혜 정권이 이 판결을 뒤집기를 원했고, 여기에 대법원, 외교부, 일본기업을 대리한 김앤장 등이 각자의 이익을 위해 동참했다. 이는 어떤 방식으로 정당화하기 어려운 반헌법적 행위이자 범죄이다. 판사와 소송 당사자(김앤장)가 비밀리에 만나 재판 결과를 뒤집기 위해 서면을 수정 조율하고, 외교부 역시 판사들에 의해 사전 검토된 의견서를 제출하는 등의 행위를 도대체 뭘로 두둔할 수 있나? 해당 소송의 원고였던 강제동원 피해자들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소송을 맡은 우리도 간단히 내려진 선고가 늦어지자 판결을 빨리 내달라고 탄원서만 제출했지, 그와 같은 사법농단이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그렇게 5년이 지연됐고, 그 사이 사망한 피해자분들도 있다. 가장 공정해야 할 제도의 신뢰가 깡그리 무너졌다는 점에서 불법의 정도도 중대하지만, 피해자 사망으로 회복할 수 없는 피해가 발생했다.”

▲ 임재성 변호사가 지난 6월18일 서울 서초동 법무법인 해마루 사무실에서 참여사회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자원활동가 박영록
▲ 임재성 변호사가 지난 6월18일 서울 서초동 법무법인 해마루 사무실에서 참여사회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자원활동가 박영록

- 지난 5월 말에는 강제동원 피해자 소송과 관련, 박근혜 정부 시기 ‘양승태 사법농단 재판거래’에 대한 국가배상도 청구했다.

“소장을 제출했으니, 피고 대한민국이 답변서를 제출해야 한다. 지금 수준에서 대한민국은 이 문제에 답변하기 어려울 것이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형사 1심 판결까지 기다려보자는 입장을 취할 것 같다. 사실 대한민국은 이 소송에 대한 답변서 제출 이전에 해야 할 것이 있다. 진실의무 이행이다. 대한민국은 재판거래와 관련해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제대로 밝힌 적이 없다. 법원 내부에서 작성된 진상조사보고서는 있지만, 그것은 초창기 낮은 수준의 증거로 작성됐기에 실체규명에 있어서 현저히 부족하다. 이후 검찰이 김앤장과 외교부를 압수수색하면서 많은 정보들이 확인됐다. 그러나 검찰의 ‘공소장’ 외에는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있는 공식적 문서가 없고, 무엇보다 피해자들에게 설명하는 과정도 없었다.

사법농단은 최고 법관들이 자기들 이익을 위해 소송의 한쪽 당사자와 결탁한 조직적 범죄였다. 사법 역사상 희대의 비극임에도 피해 당사자들은 막연하게 뉴스를 통해서만 재판거래가 있었음을, 자신의 권리가 사법농단에 의해 지연됐음을 깨닫고 분노하고 있다. 법원의 책임 있는 주체 그 누구도 피해자들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설명하지 않았다. 할 계획조차 없었을 것이다. 공정하고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라는 헌법적 가치를 버린 사건임에도, 법원이 형사 판결 뒤에만 숨어 있다고 느껴진다. 재판이 지연되는 과정에서 사망하신 분들도 있지만, 재판거래 관련자들의 형사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기다려 뭘 한다는 생각이라면 더 많은 피해자들이 사망하게 될 것이다.”

- 일제강점기 과거사 판결이 지금 의미가 있는 건가? 외교적 관점에서 보면, 실익이 크지 않다는 반론이 있다. 과거사로 일본과 지금 다툰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인가?

“소송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건 사실이다. 소송은 어디까지나 사회 문제 해결 방식 중 하나여야 한다. (일제 강제동원 기업인) 일본제철 관련 소송의 경우 원고 네 분의 사실관계가 쟁점이었다. 이 판결만으로 광범위한 피해자가 존재하는 강제동원 문제 전체의 해결은 불가능하다. 다만, 이 판결이 강제동원 문제 해결의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 믿고, 또 기대했다. 의미 있는 판결이 나오면, 일본 정부뿐만 아니라 한국 정부 역시 이 문제를 더는 방치할 수 없다고 봤기 때문이었다. 강제동원 문제는 일본기업이나 정부가 단 한 번도 사과한 적 없는 이슈다. 현재 일본 정부는 피해자와 일본 기업 간의 접촉조차 막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2018년 강제동원 대법원 판결을 사실상 무효화시킬 수준의 안이 아니라면 어떠한 협의도 받지 않겠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한국에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마주하면서 분노스럽고 한편으로는 고령의 피해자들을 대리하는 입장에서 절망적이기도 하다.”

- 일본기업을 상대로 한국 내 자산 압류 절차가 진행 중이다.

“법원의 확정 판결로 인해 일제강점기 피해자 중 최초로 ‘집행’ 가능한 채권을 가진 피해자가 등장하게 됐다.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가 막아주겠지, 설마 우리 기업 자산을 압류하겠어?’라고 생각했을 테지만, 피해자들과 대리인들은 일본기업의 국내 자산을 찾아 압류하고 집행하고 있다. 물론 일본기업과 계속 협상하려는 의사는 갖고 있다. 그러나 일본 정부와 기업이 이를 철저히 무시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들도 현금화 집행이라는 방식으로 권리를 실행하고 있을 뿐이다. 일본 정부의 변화 가능성에 대한 희망이 크진 않지만, 그래도 일본 사회 내에서는 어떻게든 이 문제를 직시해고 전향적인 목소리가 나오길 기대한다.”

- 문재인 대통령의 대일 메시지가 임기 초에는 강경했다가 위안부 판결 이후로는 “곤혹스럽다”는 것으로 바뀌었다. 어떻게 평가하나?

“대통령 메시지는 일관돼야 한다. 외교부 실무자들은 협상을 위해 유연한 모습을 보일 수 있지만 최고 정치지도자는 원칙을 강조하는 것이 필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사법부 판단에 행정부가 개입할 수 없다는 삼권분립 원칙을 강조하는 원론적 입장을 취해왔지만, 최근 메시지들은 그 일관성이 없어졌다. 일본이 역사적 책임을 직시하지 않고 있다는 기존 메시지가 유지됐다면 어땠을까 싶다.”

- 일제 강제동원뿐 아니라 제주 4·3사건 등 과거사 피해자 권리 회복에 관한 여러 재판을 맡고 있다. 피해자들이 재판 중 사망하는 경우도 있어 어려움이 많을 것 같다.

“의뢰인이 사망했을 때 참 힘들다. 4·3 재심 사건의 경우 재판 중 사망하신 분도 있다. 그분들에게는 이 재판 과정에서 본인들의 편은 변호사들이고, 변호사들이 신속하게 재판해주길 기대하셨을 텐데 참으로 면목 없는 일이다. 강제동원 재판의 경우 이춘식(97세) 할아버지께서 전화를 자주 주신다. 대법원 판결 이후 집행 절차가 이어지고 있지만, 가시적인 성과가 없어 역시 죄송스럽다. 집행 절차가 늦어지는 것에는 일본 정부의 방해 등이 있었지만, 어쨌든 담당 변호사가 책임을 회피할 수는 없다. 일본 관계자들을 만났을 때 ‘만약 이춘식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면 어떡하느냐. 피해자가 생존할 때 뭐라도 해야 하지 않느냐, 사과할 대상조차 사라지면 어쩌려고 이러느냐’고 목소리를 높인 적 있다. 피해 당사자가 생전에 권리를 구제받고 명예를 회복하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은 하늘과 땅 만큼의 차이가 있다. 앞서 한 이야기지만, 우리 사법부도 마찬가지다. 피해자가 살아계실 때 사법농단에 사과해야 한다. 김명수 대법원장이든 누구든 직접 찾아와 한마디 말씀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 사법개혁은 왜 안 되는 것인가?

“김명수 대법원장 하에서 여러 내부 시도들이 있었지만, 뚜렷한 개혁으로 평가할만한 것은 없어 보인다. 권력조직의 특성상 사법부 스스로 개혁하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순진했던 것은 아닐까 싶다. 외부의 개입과 동력이 필요했는데, 삼권분립이라는 구조를 볼 때 현실적으로 국회가 동력을 조직할 주체였다. 그러나 개혁 타이밍을 놓쳤다. 사법농단에 한정해서 본다고 해도, 판사 탄핵은 훨씬 빨리 이뤄졌어야 했다. 퇴임이 거의 임박해서야 단 한 명의 판사에 대한 탄핵 소추안만이 통과됐다. 헌정사상 최초의 판사 탄핵소추는 물론 평가할만한 일이지만, 시기에 있어서는 말 그대도 ‘실기’했다. 깊은 문제의식을 갖고 개혁동력을 조직하고 제도개선까지 끌어내야 할 정치권이 책임을 미룬 결과다.”

▲ 지난 6월24일 대법원은 평화주의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번 판결은 특정 종교적 양심만 병역거부 사유로 인정했던 것과 달리 병역거부의 양심을 폭넓게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전쟁없는세상
▲ 지난 6월24일 대법원은 평화주의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번 판결은 특정 종교적 양심만 병역거부 사유로 인정했던 것과 달리 병역거부의 양심을 폭넓게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전쟁없는세상

- 평화운동가, 사회학자, 변호사, 방송인 등 여러 직함을 갖고 있다. 본캐가 무엇인가?

“요즘 운동권이 희화화되지만, 그래도 지향하는 건 운동권, 구체적으로는 평화운동가다. 20대 때 ‘나쁜 선배’들 만나 학생운동을 열심히 했는데, 그때 갖게 됐던 지향과 가치관을 잃지 말자고 생각하고 있다. 대학 학부 시절 마주했던 사건은 9·11테러와 이후 테러와의 전쟁, 이라크 파병이었다. 학내외에서 ‘전쟁 반대’ 구호를 외치고 다녔고, ‘평화’라는 가치와 운동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볼 수 있었다. 당시는 2003년 이라크 파병 문제 등으로 한국 사회에서 평화운동이 막 대중화되던 시기였는데, 다른 사회운동에 비하면 한참 늦은 시작이었다. 말 그대로 ‘전쟁 중인 대한민국’이었기에 그 전쟁을 막고 반대하는 평화운동이 활발했을 거 같지만, 정작 계속되는 전쟁이 만든 강고한 안보주의, 군사주의 때문에 평화운동은 비상식적 몽상 정도로 받아들여졌던 것도 사실이다. 대학 시절의 경험으로, 나라도 이걸 해보자 결심을 하게 됐다.”

- 군 인권 문제에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올해 초 변희수 하사 죽음, 공군 여중사 사망 사건 등 여전히 논란이다. 무엇이 군을 변화시킬 수 있나?

“2000년대 이후 군대, 감옥, 학교 등 ‘시설’의 문제점과 개선을 위한 논의들이 활발했다. 감옥이나 학교에서의 인권 문제는 외부 개입을 통해 개선돼 왔다. 반면 군은 ‘안보’라는 특수한 가치를 이유로 여전히 시민사회의 접근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 군사법원 폐지, 군인권보호관 등 제도적 변화 역시 결국 외부 통제 보장이다. 내가 주목하는 것은 스마트폰 보급이다. 이제는 군에서 어떤 급식이 나오는지 바로 사진이 찍혀 외부에 공유된다. 군대 관련 제보나 글을 올리는 페이스북 페이지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육대전)에 사진이 뜨면, 다음날 국방부 대변인이 확인해 브리핑하고 있다. 이런 지휘부의 반응이 제보를 더욱 촉진시키고 있다고 본다. 20년 가까이 군대 문을 열고자 많은 노력이 이뤄졌는데, 둑을 무너뜨리는 결정타는 스마트폰이 되지 않을까 싶다.”

- 대선을 앞두고 여성징병제, 모병제 등 병역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쟁점이 될 수밖에 없다. 현재 병역 제도로는 정부안에 따른 ‘50만 병력’을 유지하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현행 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복무 기간을 늘리든 아니면 면제율을 크게 낮춰야 하는데 둘 모두 쉽지 않다. 이슈의 수준으로 봤을 때도, 대선 공약 급이고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각 정치세력이 정책자원을 짜내 안을 내놔야 한다. 내가 활동하고 있는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는 늦어도 8월부터는 적정한 병력 규모, 이를 위한 병력 동원 제도 등을 의제화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병력 동원 제도를 우리 사회가 함께 논의한다는 것의 의미는 특정 제도 개선을 넘어선다. 우리를 둘러싼 위협이 어느 수준인지 확인하는, 안보 영역의 폐쇄성으로 인해 경험해보지 못한 부분의 논의부터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안보의 민주화 과정이 될 것이다.”

▲ 임재성 변호사가 지난 6월18일 서울 서초동 법무법인 해마루 사무실에서 참여사회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자원활동가 박영록
▲ 임재성 변호사가 지난 6월18일 서울 서초동 법무법인 해마루 사무실에서 참여사회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자원활동가 박영록

- 모병제에 찬성하나?

“찬반을 택해야 한다면, 반대 입장이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 모병제는 ‘빈자의 군대’가 될 가능성이 절대적이다. 현존하는 사회 격차를 더 확대시킬 수 있다. ‘300~400만 원씩 월급을 받으면, 그게 어떻게 격차를 벌리는 제도냐’라고 반문할 수 있지만 미국이나 영국도 모병제를 통한 병력 모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군 생활이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경력으로서 기능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20대에 있어 2~4년은 매우 중요한 시기다. 군과 같은 관료제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전무한 것도 아니고, 군인 경력이 하나의 경력단절로서 평가될 가능성도 크다. 징병제에서 군인 인권침해가 발생하면 내 일처럼 받아들이지만, 모병제에서는 남의 일로 간주되지 않을까? 즉 모병제 하의 군대개혁 동력은 징병제에 비해 확연히 낮을 것이다.”

- 현 징병제에서는 병력 유지가 어렵지 않나?

“‘50만 병력’은 북한의 급변 상황 시 안정화할 수 있는 전력을 추산한 것으로 파악된다. 급변 상태를 가정해 50만을 ‘상비군’으로 유지하는 게 적절한 것인지 의문이다. 더 구체적 근거와 자료가 필요하지만, 30만 병력(징집 15만, 직업군인 15만)의 군이면 12개월 복무로 유지가 가능하지 않을까. 아직은 추상적인 고민이다. 또한 지금 징병제는 남성에 대한 차별이다. 이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남자들의 병역을 ‘숭고한 희생’이라고만 포장할 수 없다. 남성 징병제 정당성을 유지할 근거가 없다. 남성 징병제가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설득력이 없다. 신체적 차이를 근거로 삼았는데, 남성들 사이에서도 신체적 차이는 존재한다. 헌법재판소는 ‘전시포로가 되면 여성은 성폭력을 당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여성은 한 달 주기로 월경을 하기 때문에 전투에 부적합하다’는 식의 근거를 내미는데 지금은 여군 10% 시대인 데다가 여군에도 많은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점에서 부적절한 판단이다. 이 때문에 현 남성 징병제에 대한 적극적 차별 시정이 필요하다. 모병제랑 무엇이 다르냐고 할 정도로 임금 상승 등의 차별 시정 조치가 필요하다. 다만, 국가가 그 어떠한 재정적 부담을 지지 않으면서 여성과 장애인에게 불이익을 감수하게 하는 군 가산점 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임재성 변호사는? 
△법무법인 해마루 변호사, KBS ‘시사 직격’ 진행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겸임교수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실행위원, 한베평화재단 이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과거사위·베트남전진상규명TF 위원
△대통령직속 군사망사고 진상조사위원회 자문위원 
△前 국방부 대체복무도입 자문위원회 자문위원


인터뷰는 본지 김도연 기자가 참여연대의 월간 매거진 ‘참여사회’ 인터뷰어로 참여해 작성한 기사입니다. 참여사회 2021년 7-8월호에 실렸습니다. 인터뷰 전문은 미디어오늘과 참여연대 홈페이지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참여연대 홈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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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병제지지 2021-07-14 15:58:59
모병제가 만능은 아니지만 징병제와 모병제를 선택해야 한다면 찬성하는게 실보다 득이 많은거죠. 20대에 있어 2~4년은 매우 중요한 시기라면서 그것을 남성만 의무로 수행하고 그로인한 개인적 손실에 대한 혜택은 미미한 현실에서는 모병제로 가야 됩니다.아니면 가장 중요한 시기에 징집된 개인들에게 충분한 혜택을 주고 반대하는 사람들은 대신 군역을 지게 해야죠.

마라토너 2021-07-06 10:36:38
시사직격을 통해 매주 만나고 있는데 차분한 진행이 아주 맘에 듭니다.
그런데 단, 한가지 모병제 반대에 대해선 동의할 수 없습니다.
저는 카투사로 군복무를 해서 미군들의 직업군인체제, 즉 모병제를 접해볼 수 있었습니다.
미군들간에는 상하관계를 떠나 얼차례나 가혹행위는 전혀 없었고 일과후에도 자유시간이 완벽하게 주어집니다.
그리고 월급여도 미국사회전체에서는 높은 편은 아니었고 학력도 높지는 않고, 흑인 등 유색인종이 차지하는 비중도 높기는 했지만 모병제가 있음으로해서 그들이 당당한 직업인으로 살아갈 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봤습니다.
우리나라도 모병제를 실시하면 그런 면이 없지는 않겠지만 직장을 구하지 못하는 청년들과 중년들에게 상당한 급여를 보장하는 군인으로 복무하게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ㅇㅇ 2021-07-04 01:10:30
남성 징병제는 차별이고 이를 시정해야 한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여야 기득권 정치꾼들보다는 낫다. 그런데 열일곱 문단 기사에 제목 관련 내용은 마지막 세 문단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