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수산업자의 금품 로비 의혹에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이 연루됐다. 의혹의 실체를 좀 더 두고 봐야겠지만 골프채를 받았다느니 이런 말이 나오는 것 자체부터 부끄러운 일이다. 그래서일까. 조선일보는 이동훈 이름 석자를 철저히 가리고 있다. 

사실 조선일보는 사건에 연루된 것이 알려지기 전부터 이동훈 전 논설위원 이름을 지면에 적극 싣지 않았다. 이 전 논설위원이 윤석열 캠프에 합류한 현직 언론인으로 이름을 올려 주목을 받았던 지난달 10일부터 ‘일산상의 이유’로 사퇴했던 지난달 20일 그리고 금품 로비 연루 의혹이 최초 언론에 보도된 지난달 30일까지 조선일보 지면에 이동훈 전 논설위원 이름은 딱 4번 등장한다.

조선일보 지면에서 이 전 논설위원이 대변인으로 처음 등장한 건 대변인 선임 후 엿새 후인 6월16일이다. 조선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을 방문한 내용을 보도하면서 이동훈 대변인의 말을 전했다. 다른 언론이 이동훈 전 논설위원이 대변인으로 등판한 때부터 비중있게 보도한 것과는 천양지차다.

조선은 “여야 협공에 대응하지 않겠다”(6월17일), “국민의당 입당 문제는 경거망동하지 않고 태산처럼 신중하게 행동할 것”(6월19일)이라고 했던 윤석열 전 총장의 말을 이 전 논설위원을 인용해 전했다. 마지막으로 지난달 21일 ‘한편’이라는 말로 이 전 논설위원 대변인직 사퇴 소식을 짧게 전한 게 전부다. 조선일보 지면기준 7월1일부터 5일까지 이동훈 이름은 찾을 수 없는 건 물론이다. 반면 한겨레 보도를 보면 지난달 11일부터 7월5일까지 11건 보도에서 이동훈 전 논설위원이 나온다. 같은 기간 중앙지 지면 기준 100건이 넘는 보도에 이동훈 이름이 포함돼 있다.

▲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 사진=조선일보 유튜브 갈무리
▲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 사진=조선일보 유튜브 갈무리

조선일보가 금품수수 연루 의혹을 어느 정도 인지해 이동훈 전 논설위원과 거리두기를 한 게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하다. 실제 이동훈 전 논설위원이 윤석열 대변인으로 선임되기 전부터 경찰 조사 얘기가 조선일보 내부에서 흘러나왔다. 조선일보 윗선에서 이 전 논설위원 금품수수 연루 의혹을 언제부터 알고 있었는지부터 밝혀야 한다.

조선일보만 보면 ‘수산업자 게이트’ 사건은 정치권과 법조계 인사들만 연루된 내용이다. 과연 언제쯤 조선 지면에 이동훈 이름 석자가 등장할지 언론계의 최대 관심사가 됐다는 얘기가 우스갯소리로 나오는 이유다. 조선일보는 자사 기자의 비윤리적인 문제와 법적 처벌 문제가 터져나왔을 때 사안을 아예 다루지 않은 행태로 위기를 피해왔다. 과거 서울시청 무단침입과 같은 형사 사건이 발생했을 때도 사건을 일으킨 기자에게 어떤 징계를 내렸는지조차 알려진 바가 없다.

조선일보 구성원들도 이번 사안을 심각히 바라봐야 한다. 내로남불이 되면 비판하는 보도에 정당성을 확보할 수 없다. 조선일보 주필이었던 김대중 칼럼니스트는 ‘대통령에 대들어야 기자다’라는 칼럼에서 대통령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 참석한 기자들을 향해 “지금 세상이 얼마나 어렵고 사람들의 심정이 얼마나 어두운데 언론이 대통령을 상대로 묻고 추궁한다는 것이 고작 그 정도냐는 힐난도 들렸다…(중략)…언론은 이(권력자의) 탐욕과 잔인함을 견제할 의무가 있다”고 훈계했다. 이 같은 훈계가 힘을 얻으려면 잘못을 저지른 조선일보 구성원에게도 향해야 한다.

그런데 조선일보 안에서 벌써부터 대가성 여부는 확인되지 않아 두고 봐야 한다는 소리가 나온다. 지난 2015년 언론인을 부정청탁및금품등수수의금지에관한법률(김영란법) 적용 대상에 포함시킬 때 입법 오류라며 “언론의 권력감시 기능을 고려할 때 민주주의를 유지 확대하기 위해서는 언론에 높은 수준의 자유와 자율을 보장해야 한다”(한국신문협회)는 주장이 무색할 뿐이다. 해당법은 대가성과 상관없이 1회 100만원을 초과하거나 한 회계연도에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지 못하게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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