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경찰 사칭 MBC에 “언론 궤도 이탈”

지난 8일 MBC 소속 기자 2명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 배우자 김건희씨의 논문 표절 의혹을 취재하던 중 자신들을 경찰이라 사칭했다. 윤 전 총장의 부인 김씨의 박사학위 논문을 지도한 전아무개 교수가 과거에 살던 집을 찾아가 그 집 앞에 세워진 승용차 주인에게 전화 통화로 전 교수의 소재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경찰이라고 속였다.

이튿날 MBC의 이 같은 취재 행위에 대해 정치권과 언론계에서는 비판이 나왔다. 같은 날 윤 전 총장 대변인실은 “김건희씨 관련 취재 과정에서 특정 언론에서 경찰관을 사칭하는 범죄 행태가 있었다는 제보가 있었다. 기자가 경찰관을 사칭했다면 이는 ‘취재윤리 위반’을 넘어 ‘공무원자격 사칭죄’ 또는 ‘강요죄’에 해당할 수 있는 범죄이므로 사실관계가 확인되는 대로 법적 조치를 준비할 예정”이라는 내용의 입장을 냈다.

▲지난 9일자 MBC ‘뉴스데스크’ 사과 방송화면 갈무리.
▲지난 9일자 MBC ‘뉴스데스크’ 사과 방송화면 갈무리.

이에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 9일 스포츠뉴스 시작 전 사과했다. 왕종명 앵커는 “본사는 본사 취재진이 윤 전 총장의 부인 김씨의 박사 논문을 검증하기 위한 취재 과정에서 취재 윤리를 위반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본사는 기자 신분을 밝히지 않은 취재진 2명을 관련 업무에서 배제하고 사규에 따라 책임을 묻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를 입은 승용차 주인과 시청자 여러분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12일자 사설에서 MBC의 취재 윤리 위반을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MBC가지난해 3월31일 채널A 기자가 윤 전 총장 측근인 한동훈 검사장과 손을 잡고 신라젠의 대주주 이철씨에게 신라젠 행사 강의를 한 적 있는 유시민 노무현 재단 이사장의 비위를 알고 있으면 진술하라고 강요했다는 보도를 한 점을 거론했다.

▲12일자 조선일보 사설.
▲12일자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작년 총선을 앞두고 MBC는 채널A 기자가 윤 전 총장 측근인 한동훈 검사장과 손잡고 금융 사기로 구속된 전 신라젠 대주주에게 ‘유시민씨 비위를 진술하라’고 강요했다는 보도를 했다. 사기 전과자이며 윤 전 총장을 비난하던 제보자가 채널A 기자와 만나는 장면을 ‘몰래카메라’로 촬영했다. 이 보도가 나가기도 전에 청와대 비서관 출신인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와 MBC 제보자의 변호사인 같은 당 황희석 최고위원이 ‘이제 둘이서 작전에 들어간다’고 했다. 당시 권력 수사를 지휘하던 윤 전 총장과 측근이 채널A 기자와 공모했다는 얼개의 MBC 보도 내용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뜻”이라고 했다.

▲지난해 3월31일자 MBC ‘뉴스데스크’ 보도화면 갈무리. 채널A 기자의 취재윤리를 지적했다.
▲지난해 3월31일자 MBC ‘뉴스데스크’ 보도화면 갈무리. 채널A 기자의 취재윤리를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이어 “검찰은 채널A 기자와 한 검사장이 공모한 혐의를 공소장에 넣지도 못했다. 윤 전 총장과 채널A의 검언유착이 아니라 권력의 ‘검언유착 조작’ 쪽으로 사실상 결론이 난 것이고 MBC가 총대를 메고 거든 셈”이라고 해석한 뒤 “그런 MBC가 이번엔 윤 전 총장 주변을 캐기 위해 경찰을 사칭하는 무리수를 뒀다. ‘정치적 의도가 없다’는 말을 누가 믿겠나. 정권 편향 방송의 야권 대선 주자 공격을 정상적 검증을 넘어 언론 궤도의 이탈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울신문, 이준석에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 연상시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9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외교, 통일 업무가 분리된 건 비효율적”이라며 통일부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을 꺼냈다.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성가족부라는 부처를 둔다고 젠더 갈등이 해소되지 않는 것처럼 통일부 둔다고 통일에 특별히 다가가지도 않는다”고 썼다. 이에 여당 의원들은 이 대표를 비판했다. 야권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0일 페이스북에 “국정은 수학이 아니다. 쓸데없이 반통일 세력의 오명을 뒤집어 쓸 필요도 없다. 통일부는 존치돼야 한다”고 했다.

▲12일자 동아일보 6면.
▲12일자 동아일보 6면.
▲12일자 경향신문 2면.
▲12일자 경향신문 2면.

동아일보는 이 대표의 통일부 폐지론이 여야 간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6면 기사에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꺼낸 ‘통일부 폐지론’이 대선을 앞두고 여야 간 쟁점으로 부상하는 양상이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들은 ‘황당한 주장’이라며 성토하고 나섰지만 이 대표는 ‘작은 정부론은 대선을 앞두고 주요하게 다뤄질 과제’라며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고 썼다.

경향신문은 이준석 리스크가 시작된 게 아니냐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2면 기사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여성가족부와 통일부 폐지 주장을 내놓으며 좌충우돌하고 있다. 당내 대권 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과 하태경 의원이 여가부 폐지 공약을 내걸자 이를 공식화하자는 입장을 내놨다가 당내외 논란에 한발 물러섰다. 통일부 폐지론은 직접 꺼냈다가 당내 반발에 부딪혔다. 당내 일각에선 이 대표가 의견 수렴 과정 없이 너무 많은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혼선이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풀이했다.

언론들은 이 대표의 성과주의식 발상을 우려했다. 서울신문은 사설에서 “젊은 세대를 대표하는 듯한 30대의 제1야당 대표가 특정 부처에 대해 일도양단식 판단을 거듭 소셜미디어에 게시하고 주장하는 것은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을 연상시킬 뿐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고 지적했다.

▲12일자 서울신문, 국민일보 사설.
▲12일자 서울신문, 국민일보 사설.

서울신문은 이어 “통일부는 박정희 정부가 1969년 3월 신설한 부처다. 당시에는 국토통일원이었다. 최근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북미 대화가 중지되는 등으로 남북 관계가 영향을 받아 수년째 교착상태다. 성과가 미미할 수밖에 없는데, 성과가 없으니 폐지하자고 주장한다면 단견이 아닐 수 없다. 정부는 효율을 최선으로 삼는 기업이 아니다. 이 대표가 굳이 통일부와 여가부를 폐지하겠다면 당내 반론을 탕평해 대선 공약 등으로 제시하길 바란다”고 했다.

국민일보도 사설에서 “한마디로 성과가 미미하니 폐지하자는 주장인 것이다. 야당이 현 정부의 국정 운영에 문제가 있거나 존재감이 미미한 부처가 있다면 언제든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할 수는 있다. 하지만 성과가 미흡하다고 아예 없애버리자는 건 위험한 발상이다. 자칫 ‘성과주의’ ‘능력주의’만 맹신한 데 따른 게 아닌가 싶어서다”고 짚었다.

국민일보는 이어 “무엇보다 정부조직 존폐를 ‘갑툭튀’ 식으로 제기하는 것부터 잘못이다. 조직을 개편할 필요가 있다면 당내외 여론 수렴을 거쳐 정식으로 공약으로 내세워야지 라디오·SNS에서 툭 던질 사안이 아니다. 정부조직은 헌법정신과 시대흐름, 국민과의 오랜 소통 결과 등이 반영돼 만들어진 것”이라며 “부처 폐지 주장이 얼마나 뜬금없으면 20대 남성과 극우 표를 얻으려고 갈라치기에 나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겠는가”라고 비판했다.

동아일보·경향신문, 민주당 후보자들에게 ‘진짜 논쟁’ 당부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후보 예비경선 결과 추미애·이재명·정세균·이낙연·박용진·김두관 후보(기호순)가 본경선에 올랐다.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3일간 국민·당원 여론조사를 거쳐 8명의 후보가 6명으로 압축됐다. 신문들은 민주당 후보자들이 진짜 논쟁을 통해 미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12일자 동아일보 4면.
▲12일자 동아일보 4면.
▲12일자 경향신문 사설.
▲12일자 경향신문 사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민주당 예비경선에선 박용진 후보 등이 기존 구도를 깨고 선전하는 양상을 보였지만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진 못했다. 예전의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이 보여준 역동성은 감지되지 않았다”고 평가한 뒤 “오히려 유력 주자 이재명 후보에게 다른 후보들의 공세가 집중되면서, 이른바 ‘바지’ 발언이 나오는 등 엉뚱한 논쟁에 파묻혔다. 도덕성 검증은 마땅히 필요하지만 과도한 사생활 공방으로 흘러서는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12일자 동아일보 사설.
▲12일자 동아일보 사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앞으로 본경선 기간 동안 여당 후보들은 이 같은 비전과 공약의 구체적인 실현 방안을 상세하게 보여줘야 한다. 특히 복지공약은 재정건전성이 악화되면서 재원을 조달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후보들은 어떤 예산을 줄여 여유재원을 만들 것인지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 또한 후보들은 너도나도 일자리 창출을 약속하고 있지만, 현 정부의 공공알바를 통한 임시직 늘리기와는 어떻게 차별화할 것인지 설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동아일보는 이어 “당내 경선의 특성상 후보들이 강성 당원들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문제는 여당 안에 강성 당원들을 중심으로 한 당심과 일반 국민들의 민심 사이에 괴리가 있다는 점이다. 앞으로 5년간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겠다는 후보라면 비좁은 당심에 매몰되지 말고 다수 국민의 민심을 우선시해서 받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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