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채 수수 등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이동훈 전 윤석열 캠프 대변인이 자신의 수사를 여권의 공작이라고 주장해 논란이다. 야당은 정치공작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더불어민주당은 이 전 대변인이 자신의 금품수수라는 본질을 가리기 위해 얕은 수를 부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찾아왔다는 인사를 밝히라며 내부자들에 나오는 조선일보(조국일보) 논설위원답다고 반발했다.

이에 이동훈 전 대변인은 미디어오늘에 SNS메신저 대화를 통해 ‘최초 보도였던 JTBC의 단독보도 경위를 알아보라’고 답한 뒤 대화내용을 삭제했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4일 오전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경찰 수사를 받던 윤석열 대변인 출신 이동훈이 정치공작을 운운하고 있다”며 “사안의 본질은 이동훈의 금품수수인데, 이를 가리려고 얕은 수를 부리는 것으로 보여진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영화 내부자들에서 백윤식 배우가 연기했던 언론사(조국일보) 논설주간이 검찰 수사를 받자 ‘정치공작’이라고 얘기하는 것처럼 영화가 현실과, 현실이 영화랑 똑같은 세상이 돼버린 것 같다”고 비유했다. 김 의원은 당시 상황을 두고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이 계속 하락하면서, 검증할 것이 늘어나고 있었는데, 이동훈을 상대로 무슨 공작을 하겠다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이동훈이 그 정도급이 되는지, 그 정도 사안을 알고 있는지, 알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그는 “찾아왔다는 여권인사가 누구인지를 명확히 밝히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김 의원은 “이동훈이 정치공작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윤석열 및 특수부 검사들에게 본인의 수사를 잘 봐달라고 구애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약 10일간 대변인을 한 사람에게 무슨 기대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동훈 전 대변인의 혐의를 두고 “골프채를 받았다는 혐의로 입건됐는데, 본인은 빌렸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골프장에 골프채를 가져가지 않아서 빌렸다라고 변명하고 있는데, 그럼 골프채를 바로 돌려줘야지 집에 가져다 놓은 이유는 뭐냐”고 반문했다. 김 의원은 “골프채를 받아놓고 빌렸다고 거짓말하는 것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며 “같은 맥락에서 정치공작이라는 주장도 신빙성이 없어 보인다”고 주장했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4일 오전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영상 갈무리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4일 오전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영상 갈무리

특히 김 의원은 “직장에서 배운 왜곡하는 법을 본인 사건에서 활용하고 있는 것 같다”며 “이에 대해 진상조사 언급한 언행도 본인의 다급한 상황을 모면하고 사안의 본질을 왜곡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경찰의 수사로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해석했다.

같은 당의 김영배 의원도 이날 회의에서 “‘윤석열 예비후보의 6일 대변인’ 이동훈씨가 자신과 관련되어서 무슨 엄청난 공작이 있었던 것처럼, 공작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며 “어쩌면 그렇게 전직이었던 조선일보 논설위원다운지 모르겠다”고 풍자했다. 김 의원은 이준석 대표가 즉각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발언하자 “어디서 많이 본 장면”이라며 “일부에서 무언가 문제가 있다고 제기하고 국민의힘 등 정당에서 이것을 확대 생산하고 언론이 그것을 다시 확대 재생산하고 수사기관이 나서는, 이런 옛날이 그리운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안쓰럽기까지 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 전 대변인이) 여권, 정권 사람이라고 칭한 사람이 과연 누구인지를 그냥 공개하면 될 일”이라며 “이제 본인 혐의에 대해서 성실히 수사 받으라. 빌려서 친 골프채가 왜 본인 집에 있었는지 수사기관에 가서 떳떳하게 밝히면 된다”고 촉구했다.

강병원 의원도 이 전 대변인에 “사기꾼에게 금품을 받은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지 않고 정치권에 음모론을 던지며 자신의 혐의를 회피하려 하고 있다”며 “이 전 대변인의 ‘여당 인사 공작설’ 주장에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까지 부화뇌동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4일 오전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영상 갈무리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4일 오전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영상 갈무리

이에 이동훈 전 대변인인은 14일 오전 미디어오늘의 전화통화는 받지 않았으나 SNS메신저를 통한 질의에 ‘JTBC 보도경위를 알아보라’는 간략한 답변을 했다.

미디어오늘은 이 전 대변인에게 △여권인사가 Y(윤석열)를 어떻게 치라고 했는지 △그가 누구인지 밝힐 수 있는지, 추후 폭로계획은 있는지 △그 제안을 한 여권인사의 말을 입증할 증거나 정황이 있는지(녹음이나, 명함, CCTV) △골프채를 빌렸다고 했는데, 빌린 골프채를 왜 집으로 가져가 아직 안돌려줬는지 △골프채를 정말 빌렸다면 빌려쓴 것에 대한 대가는 지불했는지 △민주당 의원들이 ‘얕은 수를 부린다’ ‘저질 자작극’ ‘영화 내부자들 속 백윤식과 같다’ ‘조선일보에서 왜곡했던 법을 자기 사건에 활용한 것 아니냐’ 등의 비판에 어떤 의견인지 △수사중인 사실을 윤석열 캠프에 들어가기 전에 알고 있었는지 △본인 사건을 윤 전 총장에 언제 알렸는지 △조선일보 논설위원으로 있을 때는 이 사실을 회사측에 보고했는지 △윤석열 캠프에 들어간 경위는 뭔지 △언론인 윤리 위반과 언론인 사회를 부끄럽게 했다는 비판은 어떻게 보느냐는 등의 질의를 했다.

그러자 이 전 대변인은 “29일 제이티비시 단독 보도 경위 취재해보시길”이라고 답했다. 추가로 질의하자 그는 “누가 흘려줬을까요” “내 허락도 없이 내 이름과 사진을 박아서” “취재해보소”라고 한 뒤 기자의 질의내용을 포함해 SNS메신저에 남은 대화록을 통째로 삭제했다. 이후 미디어오늘은 답변 내용 삭제가 부당함을 지적한 뒤 여러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그는 휴대폰을 꺼놓았다.

이에 JTBC는 “경찰이 수산업자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현직 부장검사를 압수수색했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 취재진은 수산업자의 실체를 확인하기 위해 ‘현장’에서 직접 취재를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취재된 내용을 보도한 것”이라며 이동훈씨 주장에 대해 “수사 대상자의 검증되지 않은 의혹 제기일뿐”이라고 밝혔다.

▲‘가짜 수산업자’ 김아무개씨로부터 금품 등을 받은 혐의로 수사를 받은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이 13일 오후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가짜 수산업자’ 김아무개씨로부터 금품 등을 받은 혐의로 수사를 받은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이 13일 오후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윤석열 캠프는 이날 오전 ‘이동훈 전 대변인 발언 관련 입장’을 내어 이 전 대변인이 전날 “여권 인사가 ‘Y를 치고 우리를 도우면 수사는 없던 일로 만들어주겠다, 경찰과도 조율이 됐다’라고 회유·압박했다”, “거절하자 윤석열이 정치 선언을 하는 날 바로 자신의 혐의가 언론에 도배됐다”라는 취지의 폭로내용을 들어 강력 비판했다. 윤석열 캠프는 “아직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나 이것이 사실이라면, 헌법 가치를 무너뜨리는 ‘공작정치’이자, 수사권을 이용한 ‘선거 개입’, ‘사법거래’”라며 “윤석열 정치선언 당일인 6월29일 ‘구체적인 수사내용’이 언론에 공개된 것도 심각한 문제”이라고 주장했다.

윤 캠프는 “문재인 정부는 그 동안 자신들에 불리한 사안에서는 피의사실공표금지를 강력히 역설해 왔다”며 “그와 반대로, 이동훈의 구체적인 수사내용은 왜 6월29일에 갑자기 공개된 것인지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캠프는 “철저한 진상규명과 관여된 사람들에 대한 엄정한 처벌을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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